가난하다더니 딱 걸린 마오타이·우량예..미담이 괴담 됐다
홍보 사진 속 마오타이·우랑예 고급술
네티즌 "도대체 빈곤층 기준 뭔가"
"빈 병 모은 것" 해명에 "누굴 바보로 아나"
“빈곤층의 기준이 뭔가요?”
중국 지방정부가 올린 사진 한 장이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3일 칭다오(靑島) 청양(城陽)구는 빈곤 가구를 공무원들이 위로 방문하는 사진과 기사를 웨이보(微博ㆍ중국식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올렸다. 최근 춘절(春節)을 앞두고 소외된 이웃을 찾는 각 기관의 봉사 활동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다.
지역 당 간부와 사무처 지도부 등 4명이 설을 맞아 생계가 어려운 지역민에 쌀ㆍ기름ㆍ건과ㆍ고기 등 위문품을 전달하고 덕담을 건넸다는 내용이다. 이번 방문은 기초생활수급자 231가구, 극빈자 34가구가 대상이었다고 한다.
지방 정부의 ‘미담’이 ‘괴담’으로 바뀐 건 사진 속에 비친 고급 술 때문이었다. 위문 사진 속 진열장에 마오타이(茅臺)주 2병과 우량예(五粮液) 1병이 올려져 있었다. 중국 최고 명주로 꼽히는 마오타이는 1병에 2000위안(34만원)가량에 팔린다. 우랑예 역시 중국 3대 명주 중 하나로 20만원이 넘는 고가 술이다.
이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저 집이 어디를 봐서 가난하냐”, “가난하다는 집에서 마오타이를 마신다고? 그러면 내 생활은 부랑자만 못한 건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후 한 현지매체가 취재에 나섰다. 동방금보(東方今報)는 “해당 구청에 ‘빈곤층의 기준이 뭐냐’고 묻자 ‘정의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이 관계자는 공식 답변을 기준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어설픈 해명에 논란이 더 커지자 다음날 해당 구청이 공식 계정을 통해 다시 공식 해명 자료를 냈다. 빈곤 주민 두(杜)모 씨는 81세로, 그의 딸은 9년간 중풍으로 고생하다 퇴직했고 사위는 2010년 사망했으며 아들은 실직해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것이다. 구청 측은 “빈곤층의 기준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마오타이가 집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선 “두 씨가 몇 년 전 연회에 참석해 다른 사람이 마시고 남은 빈 병을 주운 것”이라며 “손님이 남긴 빈 병을 보고 마음에 들어 집에 가지고 와 수납장 위에 올려놓았다고 한다. 두 씨나 가족이 마신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는 이같은 해명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은 “빈곤은 없고, ‘창조의 난이도’는 올라간다”며 조롱했고, “나이 드신 할머니가 마오타이 술병 모으는 걸 좋아한다니”, “집 장식을 보면 참 어려운 집이네”, “이 가난한 집을 보니 내가 부끄럽다”, “네티즌을 바보로 아나” 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현재 해당 구청이 올린 홍보 글과 사진은 모두 삭제된 상태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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