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삼권분립①] 김명수, 사법부 수장 자격 있나
자신이 힘싣은 셈이 된 법관탄핵도 각하 유력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직권남용 혐의도 거론
헌재에서 각하되면 거취 논란 다시 불붙을 듯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와의 면담 때 정치권의 탄핵 움직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힌 '답변서'가 불과 하루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김 원장이 결과적으로 힘을 실은 셈이 된 헌정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도 각하로 끝날 가능성이 커,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격을 잃은 마당에 거취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근 부장판사는 4일 김명수 원장과의 지난해 5월 면담 당시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전격 공개했다. 당초 임 판사는 대화 내용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나 김 원장이 국회에 "그런 (탄핵 관련한)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거짓 답변서를 보내자 불가피하게 녹취를 공개했다.
녹취에서 김 원장은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여당이)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며 "그냥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여당이) 탄핵 얘기를 못하지 않느냐"는 등의 충격적인 이야기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녹취록이 공개되고나서야 김 원장은 이날 오후 다시 입장문을 내서 "녹음 자료에서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이 기억났다"며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임성근 부장판사의 탄핵 사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에 자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혐의로 기소된 임 판사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재판 개입이 아니라) 권유나 조언"이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 내부의 징계 절차에서도 가장 낮은 징계인 견책 처분을 받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탄핵소추 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접수돼 공은 헌재로 넘어갔다.
일단 헌재 심판대에 이번 사건이 올라간다면 쟁점은 임 판사의 행위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헌재는 "탄핵이 인용되려면 공직자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1심 법원에서 임 판사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을 놓고보면 '중대한 법 위반'이 인정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인용되며, 5명 이상이 각하 의견을 내면 각하 결정이 내려진다.
임 판사는 재임용 신청을 하지 않아 이달 28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헌재가 심리에 속도를 내더라도 증거 기록 검토와 기일 지정에 시간이 걸려 28일 이전에 결론을 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반드시 재판정에서 1회 이상의 변론을 열어야 한다.
임기가 만료될 경우 더 이상 현직 법관의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게 된다. 헌재가 임 판사의 임기 만료에 따라 탄핵심판 요건이 불비됐다고 판단하면 각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김 원장은 이날 오후 6시 무렵 퇴근하면서 대기하던 취재진들에게 "임 부장판사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께 깊은 사과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아꼈다. 법조계로부터는 "김 원장의 태도로 볼 때 '송구하다'는 사과 정도로 쏟아지는 비판을 뭉개고 가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 자신이 힘을 싣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임 판사 탄핵소추가 헌재에서 끝내 각하 결정으로 종결될 경우, 김 원장이 자신의 거취 논란을 계속해서 피해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높아가고 있다. 각하가 뻔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사법부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언동과 침묵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훼손한 꼴이기 때문이다.
당장 사법부 수장인 김 원장의 형사책임 문제도 거론된다. 국회에 송부한 대법원장 명의의 답변서가 하루만에 '완전한 거짓말'로 밝혀졌기 때문에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 혐의가 문제되며, 임 판사의 사표 제출을 정치권 움직임이라는 외풍을 들어 부적절하게 수리 거절을 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 혐의도 도마 위에 오른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명백한 허위공문서 작성이자 행사"라며 "제출된 사표를 사유 없이 수리하지 않았다면 직권남용으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포토> 주호영 "김명수, 오욕의 명예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나, 조속히 사퇴"
- 김종인 "법관탄핵 '부역자' 김명수, 스스로 물러나는 게 도리"
- <포토> 1인 시위하는 김기현, '김명수 사퇴하라'
- <포토>대법원 앞 1인 시위하는 김기현 ,'김명수 사퇴'
- 주호영 "김명수 탄핵, '숫자의 힘'으로 기각 시 면죄부 될 수 있어 신중"
- 한동훈 "이재명, 판사 겁박…최악의 양형 사유"
- 윤 대통령과 시진핑, '방한'·'방중' 각각 제안
- 국민의힘, 이재명 선고에 오랜만에 '웃음꽃'…탄핵 공세 대비가 관건
- 클리셰 뒤집고, 비주류 강조…서바이벌 예능들도 ‘생존 경쟁’ [D:방송 뷰]
- ‘4선 도전 확실시’ 정몽규 회장, 문제는 대항마 [기자수첩-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