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2차 자문 '조건부' 통과.. 고령층 접종 여부는 "추후 논의" (상보)

이춘희 2021. 2. 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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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 제출 조건부 허가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은 추후 예방접종전문위 논의로 넘겨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3중 자문 절차 중 두 번째 고비를 넘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부 허가'는 유지됐고,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 권고됐다.

고령층 대상 임상 자료가 부족하지만 이것만으로 고령자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위였던 1차 자문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최근 해외에서 임상 결과 부족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을 배제하거나 백신 승인 자체를 보류하는 나라가 속출한 데 따른 결과로 보인다.

식약처는 4일 개최한 아스트라제네카의 '한국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주'에 대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 결과가 "국내 코로나19 예방 목적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검증 자문단의 자문 결과를 종합할 때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품목허가 할 수 있다"로 의견이 모였다고 5일 밝혔다.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를 허가하기 전 검증 자문단, 중앙약심, 최종점검위원회의 3중 자문 절차를 거쳐 심사하고 있다. 중앙약심은 이 중 두 번째 단계로 외부 전문가 18인과 식약처 내부 백신심사반 7인으로 꾸려진다. 공정성·객관성 등을 위해 참여자 세부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다.

이번 논의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중앙약심은 투여용량·투여간격은 유효성이 확인된 4~12주 간격의 신청용량 2회 투여로 품목허가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65세 이상 고령자 투여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효능·효과는 유럽과 동일하게 만 18세 이상으로 하되 사용상 주의사항에 '만 65세 이상의 백신 접종 여부는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반영하고, 추후 미국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분석 자료 제출을 권고했다.

이외 안전성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이상사례는 허용할 만한 수준이지만 횡단성 척수염 등 신경계 관련 이상사례 발생에 대해서는 허가 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임신·수유부 접종 관련해서는 임신 중 접종을 권장하지 않고, 수유부에 대해서는 모유 분비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을 사용상 주의사항에 기술토록 했다.

이에 따라 종합적으로 중앙약심은 임상시험 결과 제출을 조건으로 품목허가하되, 만 65세 이상의 접종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논의되도록 권고한다는 결론을 냈다.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열린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허가 관련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회의에서 오일환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회의를 준비하며 자료를 살피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결과 발표는 당초 계획보다 하루 미뤄져 이뤄졌다. 식약처는 자문 결과를 중앙약심 회의 당일인 4일 오후 5시에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회의가 길어지며 오후 7시30분에야 회의가 종료되며 결과 발표도 미뤄졌다.

논의 과정에서 고령층 효과를 두고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며 회의가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증 자문단은 고령층 접종 여부에 대해 고령자군의 자료가 제한적이라면서도 ▲18세 이상 대상자에서 유효성 및 안전성을 확인하도록 설계된 점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서 예방효과가 확인된 점 ▲면역반응이 성인과 유사한 점 등을 이유로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다수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독일·프랑스·스웨덴 등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세 미만에게만 접종키로 했고, 스위스에서는 ‘고령층 효과에 대한 명확한 결과가 없다’며 백신 승인 자체를 보류하며 검증 자문단 회의와는 기류가 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중앙약심 위원들 내부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식약처가 효과성 분석을 위해 사용한 해외 임상시험 결과 8895건 중 65세 이상 고령자는 660명으로 7.4%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화이자와 함께 이달 국내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첫 접종이 개시될 예정이라 안전성·효과성을 놓고 위원들의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독일·프랑스처럼 65세 이상 접종을 금지할 경우 당장 2월부터 요양병원 고령층 등 75만명을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한다는 정부의 예방접종 계획이 근간부터 흔들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안전유통을 위한 부처합동 모의훈련이 실시된 3일 오후 백신 수송 훈련 차량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에 도착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공급·허가 등을 고려했을 때 당장 이달 접종이 가능한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뿐이다. 하지만 화이자 백신은 초저온 유통 ‘콜드체인’이 필요해 별도의 접종센터가 아니면 접종이 어렵다. 고령·와병 등의 이유로 거동이 어려운 요양시설 입원·입소자가 찾아오기 힘들다. 때문에 정부는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의료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요양시설 관련자를 대상으로 접종한다는 '투 트랙' 계획을 세운 상태다.

만약 예방접종전문위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접종이 최종 불허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접종은 얀센 또는 모더나 백신이 들어오는 5월 이후에나 가능해질 수 있다. 2분기부터 시작하는 65세 이상 노인 850만여명 대상 접종도 수급 문제로 순차적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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