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탄핵 지켜본 아들의 질문 "임성근보다 김명수가 더 나빠?"
[임병도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관(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가결을 알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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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안이 가결된 4일 오후, 스마트폰을 보고 있던 아들이 갑자기 저에게 묻습니다.
"아빠, 김명수 대법원장이 나빠, 임성근 부장판사가 나빠?"
아들이 질문한 이유는 탄핵소추안 이후 대부분의 언론이 '김명수 사퇴'를 제목으로 뉴스를 내보냈기 때문입니다.
- 野, 김명수 사퇴 촉구 "비굴하게 연명 말라"(동아일보)
- 野 "김명수부터 탄핵하라"(조선일보)
- 김종인, 野 김명수 사퇴 총공세(중앙일보)
- 주호영 "재판 코드 인사로 사법부에 오욕"... 김명수 사퇴요구(한국경제)
- 김명수 대법원장 녹취록 일파만파... 야권, 너도나도 "사퇴하라"(아시아경제)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판사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는데, 임성근 판사가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슈의 중심에 있다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생 아들도 알 수 있도록 진짜 누가 죄인인지 정리해봤습니다.
▲ 임성근 부장판사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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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판사의 녹취록 공개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를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고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라고 국회에 제출한 답변은 사실과 다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임 판사의 탄핵소추안이 잘못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임 판사가 탄핵당한 이유는 '재판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헌법 위반 판사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임성근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사건의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를 사무실로 불러 '이 사건은 대통령이 피해자이고, 가토 다쓰야가 일본 언론인이라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언론의 관심도 많은 사건이다. 그리고 이 재판은 국격을 드높일 수 있어야 되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라며 '여성 대통령이 모처에서 다른 남성을 만났다는 부분은 아주 치명적인 부분이고 국민들의 관심도 많은 사건이니, 이 부분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나면 그 부분을 명확히 정리해 주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이 부장판사는 알겠다고 답했습니다.
임 판사는 이외에도 프로야구 선수 원정도박 사건, 민변 변호사들의 불법 집회 사건 등에서 지방법원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해 특정 사건의 재판 내용이나 결과를 유도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습니다.
헌법상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직업공무원제도(헌법 제7조, 14조), 적법절차원칙(헌법 제12조), 법원의 사법권 행사(헌법 제101조), 법관의 독립(헌법 제103조) 조항을 위배한 것입니다.
- 대한민국 헌법 제65조
①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행정각부의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헌법에는 그 누구도 재판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면 국회는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헌법을 위반한 법관을 탄핵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입니다.
▲ 국회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4일 찬성 179표, 반대 102표로 가결했다. 국회가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의결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부산고등법원에서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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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임성근 판사가 이달 말에 퇴직하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된다는데? 그러면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 거잖아?"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입니다. 임 판사는 재임용을 희망하지 않아 2월 28일이면 임기만료로 퇴임합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180일 이내에 탄핵을 결정하니 시기상으로 임 판사 퇴임 이후가 될 수 있습니다. 현직 법관이 아닌 사람의 탄핵 여부를 헌재가 심판할 필요가 없다면서 '각하'가 나올 경우도 있습니다.
- 변호사법 제5조 (변호사의 결격 사유)
4. 탄핵이나 징계처분에 의하여 파면되거나 이 법에 따라 제명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원래 탄핵당한 법관은 5년 동안 변호사 자격이 박탈됩니다. 우리가 흔히 전관예우라고 부르는 법관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임 판사의 탄핵이 각하된다고 해도, 심판 사유에서 '위헌 행위'가 인정된다면 변호사 자격 심사에서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사법 농단 의혹을 받았던 권순일 전 대법관은 징계 없이 임기를 마치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됐습니다. '상고법원 BH(청와대) 대응전략' 문건 등을 작성한 시진국 전 부장판사는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했습니다.
재판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는 등 반헌법행위를 한 법관을 처벌하지 않으면 이들은 공직이나 교수,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돈을 버는 등 아무런 불이익도 당하지 않게 됩니다. 헌법 위반 판사를 탄핵하는 일은 헌정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자, 다시는 반헌법행위자가 공직사회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김명수 대법관의 사표 해명과 임성근 판사의 재판개입, 어떤 행위가 헌법을 위반했는지 따져 보면 누가 죄인인지는 중학생 아들도 쉽게 이해하리라 봅니다.
언론의 보도가 사법정의와 헌법에 더 충실했다면, 아들이 누가 더 나쁜지 묻거나 혼란을 겪는 일은 없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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