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흑자 2년만에 700억달러대 회복..김용범 "코로나위기 속 경제 안전판"(종합2보)
저유가·수출·여행금지 영향 복합적으로 작용
올해 경상흑자는 작년보다는 축소될 듯, 정부 "흑자기조 유지"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2년 만에 700억달러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도 전년 대비 150억달러 넘게 늘었다. 유가 급락에 수입이 대폭 줄고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회복된 영향이다. 해외 출국이 급감하면서 만년 적자인 서비스수지의 적자 폭도 크게 줄었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 경상흑자가 두 달 만에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0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752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흑자 폭은 156억달러 확대됐다. 흑자 규모는 당초 한은이 예상한 연간 전망치(650억달러)도 크게 웃돌았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기대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며 "해외여행이 줄고 유가가 하락한 영향과 더불어 비대면 경제활동과 관련된 산업 구조(반도체·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갖고 있는 점도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항공운송 등 기업들이 새로운 분야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방역이 잘 되면서 양호한 생산 여건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점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도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열고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상품·서비스 등 대외 경쟁력이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저(低)유가 + 하반기 수출회복이 끌어올린 상품흑자
지난해 코로나19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700억달러대의 경상흑자를 낼 수 있었던 배경은 저(低)유가와 수출이었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줄긴 했지만,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수입 감소폭이 수출 감소폭보다 커 상품수지 흑자폭이 확대된 것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와 정보통신, 화공품 등 상품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인 것도 예상을 웃도는 경상흑자를 낸 비결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0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5166억달러(-7.2%), 수입은 4346억6000만달러(-8.8%)를 기록해 수출보다 수입 감소폭이 컸다. 코로나19 충격에 글로벌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국제유가가 40달러대까지 미끄러지자 원자재 수입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한 영향이다.
다만 유가 하락에 의해 수입이 줄어든 만큼, 내수가 위축되며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는 아니라고 한은은 평가했다. 박 국장은 "자본재 수입은 반도체장비 등을 중심으로 7.4% 늘었고, 소비재 수입도 꾸준히 지속돼 불황형 흑자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급감했던 수출은 하반기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12.6%), 가전(18.0%), 2차전지(8.2%), 자동차(1.4%) 등의 수출이 일제히 늘었다. 바이오헬스 수출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70.5%에 달했다. 박 국장은 "상반기엔 상품·경상수지가 일제히 악화했고, 외환시장도 불안해지는 경향이 있어 위기감이 있었는데 하반기 들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코로나發 여행제한, 우리 경상수지엔 긍정 영향…해외주식투자 역대최대
서비스수지 적자는 대폭 줄었다. 코로나19에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은 급감하고, 화물운임은 높아진 덕분이다. 서비스수지의 적자폭은 전년대비 106억6000만달러 줄어든 16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여행제한이 오히려 우리 경상수지엔 긍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항공여객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줄었지만, 운송수요는 커져 운송수지(21억3000만달러)는 5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올해 경상흑자는 작년보다는 축소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경상수지 동향 및 평가’에서 "올해 경상수지는 내수 활성화와 유가회복 등으로 흑자폭이 다소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경상흑자를 600억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한편 지난해 증시 호조세로 연간 내국인 해외주식투자는 역대 최대규모(563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 국내주식투자는 감소(-158억달러) 전환했고, 외국인들의 국내채권투자는 328억5000만달러로 역대 2위였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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