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상수지 흑자 750억 달러 돌파..저유가에 수입 감소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에도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회복한 데다 유가 하락 등으로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0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는 752억8000만 달러(약 84조5800억원)로 집계됐다. 2019년(596억8000만 달러)보다 156억 달러(26.1%) 늘었다. 지난해 11월 한은의 전망치인 650억 달러도 훌쩍 뛰어넘었다.
분야별로 보면, 상품 수출입 차이인 상품수지 흑자가 819억5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21억4000만 달러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연간 수출(5166억 달러)이 2019년보다 7.2% 줄었지만,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이 내려가며 수입(4346억6000만 달러)의 감소율이 8.8%로 더 컸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감소해 나타난 ‘불황형 흑자’로 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불황형 흑자는 내수와 국내 경기가 위축돼 수입이 줄어들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지난해 수입 감소는 국제 유가 하락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이 크게 작용했고, 소비재나 자본재 등은 수입은 꾸준히 지속했기 때문에 불황형 흑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만년 적자인 서비스수지의 경우 지난해에도 161억90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 다만 적자 폭은 1년 전보다 106억6000만 달러나 줄었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이 줄며 여행수지 적자 폭이 2019년 118억7000만 달러에서 56억3000만 달러로 감소한 영향이다.
임금ㆍ배당ㆍ이자 흐름과 관계있는 본원소득수지 흑자(120억5000만 달러)는 2019년보다 8억1000만 달러 감소했다.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배당수입이 감소한 결과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지난해 771억2000만 달러 늘었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불며 주식 투자 규모만 563억3000만 달러 증가한 영향이 크다. 증가 규모로는 역대 최고치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투자 규모는 158억 달러 감소했다.
12월 한 달만 보면, 경상수지 흑자는 115억1000만 달러로 10월(115억5000만 달러)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100억 달러를 넘겼다. 1년 전(46억4000만 달러)과 비교해도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상품수지 흑자가 105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9억 달러 증가했다. 수출이 525억9000만 달러로 지난 2018년 11월(518억1000만 달러) 이후 25개월 만에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수입은 420억9000만 달러였다. 한은 관계자는 “비대면 경제활동 수요 확대 등으로 반도체, 정보통신 기기 수출이 호재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한은이 전망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600억 달러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들 수 있고, 여행이 재개되면 서비스 수지 적자 폭도 커질 수 있어서다. 한은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서 상품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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