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美오스틴공장 증설' 초읽기?.."투자 전제 1조원 이상 稅혜택 요구"
삼성 "170억달러 투입해 1800개 일자리 창출"
오스틴 확정 땐 올해 2분기 착공, 2024년부터 가동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미국 반도체공장 신·증설을 검토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텍사스 오스틴 지역에 대규모 투자의 전제 조건으로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 안팎의 세제 혜택을 공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액만 10조원이 훌쩍 넘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 ‘러브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도 구체적인 인센티브 방안을 제시하며 이해득실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과 함께 현지 지방정부의 외자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최적의 투자처를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4일(현지시간) 미 오스틴 지역 매체인 오스틴아메리칸스테이츠맨 등은 텍사스 회계감사관실 문서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지난달 텍사스주정부 측에 오스틴 공장 시설 설립에 관한 10억달러 수준의 세제 혜택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우선 트라비스 카운티에 향후 20년 동안 재산세 100% 감면을 요구했다. 환산하면 7억1830만달러 규모의 가치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시에도 향후 5년간 토지, 건물, 설비 등 고정자산에 대한 50%의 세제 혜택을 요청했다. 이는 8720만달러의 세금 절감 효과가 있다. 오스틴비즈니스저널도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오스틴시가 10~20년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사업기금과 관련한 인센티브 협상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세법에 따라 학군 지역에서 경제 개발 프로젝트를 할 경우 세금 우대 조치를 해주는 ‘챕터 313’을 언급, 매너독립학군에 세금 인센티브 합의를 맺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혜택의 규모는 2억5290만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지 정부가 이미 2005년과 2012년 두 차례 삼성전자에 제공하는 것으로 결정해 2023년까지 2억달러의 세제 우대 조치를 받고 있다고 외신은 설명했다.
미국 지방정부가 삼성전자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각종 ‘당근’을 제시하는 것은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전·후방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은 삼성전자의 오스틴 공장 증설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향후 20년 동안 8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삼성전자가 최소 170억달러를 투입해 약 65만320㎡ 규모의 공장을 설립, 약 1800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간접적으로도 1173개의 고용 창출이 일어나 73억달러 이상의 임금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오스틴을 최종 투자처로 확정할 경우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오는 6월 이후, 이르면 올해 2분기에 착공해 2023년 공장 신·증설을 마무리하고 2024년 1월 본격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에 미국 내 투자 의사를 타진한 곳은 텍사스 외에도 뉴욕, 애리조나 등 다양하다. 삼성전자가 선택지를 놓고 장고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측 대변인은 "다양한 요소를 기반으로 반도체 제조 시설의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미국 내 여러 후보 지역을 포함해 세계의 많은 지역을 고려하고 있다"며 "현시점에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텍사스에서 지난 25년간 시간을 보냈고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가 있는 만큼 삼성 오스틴 반도체공장은 이 지역에 투자를 지속하고 싶다"면서도 “프로젝트 관련 텍사스의 높은 세금 비용에 대한 보상이 없으면 애리조나, 뉴욕, 한국 등에서 사업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현지에서는 삼성전자 투자 유치 소식이 전해지자 환영하는 분위기다. 앰버 군스트 오스틴기술위원회 회장은 “삼성전자의 공장 증설은 지역 경제에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뉴욕을 지역구로 하는 척 슈머 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그레그 애벗 텍사스주지사 등도 삼성전자 공장 유치를 위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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