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2만호 공급" 브리핑, 정작 서울시 담당자는 없었다
정부·서울시 지난해 8·4 대책 이어 또 잡음
4일 오전 10시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서울시가 함께 ‘역대급’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32만호를 포함한 전국 83만호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공급 쇼크’라는 표현을 할 만큼의 물량이다. 수도권에 초점을 맞춘 이번 대책으로 특히 서울 집값이 안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발표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온라인 브리핑 형식으로 이뤄졌다. 브리핑은 홍 부총리의 대책 추진 배경 설명,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상세 내용 발표, 김학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의 발언 순으로 진행됐다.
브리핑은 순조롭게 이어졌다. 홍 부총리는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주도 주택개발사업과 소규모 재개발(30만6000호), 공공직접시행 정비사업(13만6000호), 공공택지 신규 지정(26만3000호) 등으로 연간 전국 주택 공급량의 약 2배에 이르는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변 장관이 “도심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공공주도 ‘패스트 트랙’ 모델을 만들어 규제는 혁신적으로 완화하고 절차는 간소화하며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세입자, 영세사업자, 공장주, 지역 주민과 함께 나눌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시장이 “신속한 주택공급 확대가 필요함을 서울시도 깊이 공감한다”며 “단기간 내 많은 주택공급에 지가 상승, 무분별한 개발, 주민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부시장은 “도심공공 주택복합사업을 한시적으로 도입하는 등 정부와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주요쟁점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며 “신규 제도가 서울의 도시공간 질서의 큰 틀 안에서 원활히 운영될 수 있게 입법과정에서도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기자단 질문을 3개만 받은 뒤 추가 질의응답을 위해 오전 11시 김흥진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이 비공식 브리핑인 백브리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백브리핑 진행 방식이 애초 밝힌 내용과 달라서다. 서울시는 오전 8시 30분쯤 백브리핑에 김 실장과 서울시 담당자가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고 공지했었다. 하지만 공식 브리핑이 끝나고, 사전질문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고 묻자 그때야 “서울시는 백브리핑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시 측은 일정이 바뀐 이유에 대해 “실무자들이 현장 상황을 보자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국토부만 해도 되겠다고 해 참석하지 않았다”며 “오늘 발표는 주로 제도 개선 관련 내용이라 서울시는 설명할 내용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부시장은 브리핑에서 ‘신중한 접근’ ‘심도 있는 논의’ 같은 표현으로 이번 결정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백브리핑에 참석할 예정이던 이진형 서울시 주택기획관은 불참 이유를 묻자 “10시 공식 브리핑에 참석했고 나머지 질의응답은 국토부가 한다고 해 그냥 왔다”며 “미스(오류)가 있었나 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설명대로라면 국토부가 서울시에 계획 변경을 통보한 것이지만, 국토부 설명은 달랐다. “백브리핑에 서울시 주택기획관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서울시로부터 일정상 참석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어 조정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8·4 부동산 대책 발표 때 정부와 엇박자를 낸 바 있다. 정부가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한 이후 시 차원의 기자설명회에서 “정부의 공공재건축을 찬성하기 힘들다”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설명자료를 내 “정부와 서울시 간 이견은 없다. 서울시가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급선회했다.
서울시는 각종 인허가권을 행사하며 개발 실무를 주도하는 집값 안정의 핵심 주체다. 과거 개발제한구역 해제, 여의도 통개발 등을 두고 서울시와 정부가 신경전을 벌인 것만 봐도 부동산 대책 시행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2·4 대책에서 서울 공급 물량은 분당신도시 3개, 강남3구의 아파트 수와 비슷할 만큼 많다. 그래서 더욱 지난 8·4 대책 발표에 이어 정부와 서울시가 손발을 맞춰 체계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모습이 아쉽다.
최은경 내셔널팀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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