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마을 초토화한, '급이 다른' 코로나 변이 [한소정의 이슈s]
[한소정 기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았던 전 세계는 2021년 새해 벽두부터 전파력이 강해졌다는 여러 변이들에 대한 소식으로 뜨겁다.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B.1.1.7)는 처음 유행한 코로나19 보다 전염력이 더 강하다고 전해지면서 여러 국가들이 영국과의 국경을 봉쇄했다. 이어 나타난 남아프리카 변이(B.1.351)도 영국형 변이와 다르지만 주요 돌연변이들이 유사하고 전염력 역시 높다고 알려졌다. 각국은 방역 수위를 높여왔지만 변이들은 이미 빠르게 세계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 백신, 변이에도 일부 효과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이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회사들은 빠르게 변이에 대한 효과를 검증해 보고하고 있다. 최근의 보고들을 종합하면 대체로 이전 코로나19에 대한 효능보다는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보호 효과를 일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의 경우, 영국형 변이와 남아프리카형 변이에서 문제가 되는 "변형된 스파이크 단백질"을 발현하는 레트로바이러스를 만들었다. 이를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항체로 시험했는데, 이 항체들이 두 변이 모두를 '중성화(바이러스가 세포에 미치는 생물학적 영향을 막는 것)'시켰다고 보고했다.
다만, 남아프리카형 변이의 경우 기존에 비해 여섯 배 높은 수준이 필요했다. 이는 남아프리카형 변이에 대해 백신의 효율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는 "남아프리카의 상황을 보면 이 변이가 재감염률도 높아 보인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영국형 변이보다 남아프리카형 변이가 실제로 더 우려되는 특징들을 갖고 있는 셈이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의 효능에 대한 다른 연구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네이처>지에 리뷰 중인 한 연구는 이 두 백신을 접종한 20명의 혈청으로 시험한 결과, 남아프리카형 변이에 대한 효력은 이전보다 6~9배 낮아졌다고 결론내렸다.
코로나19 감염된 적이 있는 22명의 사람들의 항체로 같은 시험을 했을 때도 보호 효과가 이전보다 11~33배 낮아졌다. 또 다른 연구는 남아프리카의 연구진들이 이번 변이 이전에 코로나19에 감염된 적 있는 여섯 명의 사람들에게 항체를 채취해 문제가 되는 남아프리카형 변이에 대해 시험을 한 것이다. 이 경우에도 바이러스를 중성화 시키는 효과가 6~200배까지 떨어졌다고 보고했다.
효율이 떨어진다는 소식은 우울하게 들리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들 mRNA 백신들은 항체 생성률이 높은 만큼 이 효율이 낮아지는 것이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프레드 허친슨 암 연구소의 바이러스 학자 트레보 베드포드(Trevor Bedford)는 면역력은 이진법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웰컴 트러스트의 제레미 파라(Jeremy Farrar) 역시 같은 말을 한다. "(면역력은) 갑자기 켜졌다 꺼지는 식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물론, 면역력이 조금 더 빨리 떨어진다거나 하는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보호'가 완전 무효화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백신 개발 분야에서는 이들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 중이다. 모더나는 두 가지 추가 전략을 내놓고 이들에 대한 1상 시험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개발된 백신을 3차 접종하는 것과 남아프리카형 변이를 모델로 mRNA를 조금 수정한 백신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화이자에서도 변이에 대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 브라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6만 명대를 지속하는 가운데 28일(현지시간) 상파울루의 한 지하철역이 마스크를 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2021.1.28 |
ⓒ 연합뉴스 |
그런데 최근 브라질에서 보고된 변이(P.1 또는 B.1.1.248, 이하 '브라질형 변이')는 앞서 보고된 변이들보다 더 우려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브라질은 코로나 확진자가 늘 많긴 했지만, 최근 늘어난 확진자와 사망자로 펜데믹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현재 누적 확진자 수로는 미국과 인도에 이어 전 세계 3위, 누적 사망자수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중 특히 브라질 북부 열대우림에 위치한 마나우스(Manaus)에 관심이 쏠린다. 2백만여 명의 시민이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이미 지난해 4월부터 감염 파도를 겪으며 사망자가 많이 나왔던 곳이다. 지난해 일부 과학자들은 이곳이 '집단면역'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5일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 논문은 마나우스 시민들의 항체 검사를 진행한 결과, 4월엔 도시 전체의 4.8%가 코로나19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었는데 6월에는 52.5%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실제 항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감지해내지 못하는 '가음성률'을 고려하면 지난 6월까지 전체 도시의 2/3에 달하는 시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것이라고 연구진은 해석했다. 11월에는 이 수치가 76퍼센트로 집계되었다. 이 수치는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위한 목표치로 종종 이야기하던 70-75퍼센트에 달한다.
실제로 마나우스에서는 이후 점차 새로운 감염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방역이 풀리면서 도시 전체가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겨울엔 코로나19 확산세도 주춤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다시 확산을 시작했고, 걷잡을 수 없게 증가한 것이다. 현재는 병원마다 산소가 부족해 산소 치료를 하면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 악몽 같은 감염 폭발을 경험했던 마나우스지만, 사망자들이 쏟아지면서 급하게 공동묘지를 파내 시체들을 묻는 등 이번 상황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이라고 <워싱턴포스트> 등이 전하고 있다.
▲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 아마조나스주의 주도인 마나우스에서 18일(현지시간) 원주민 위토토 부족 출신의 반다 오르테가(중앙) 간호사가 중국 시노백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뒤 접종 확인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오르테가 간호사는 아마조나스주의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다. 2020.1.18 |
ⓒ 연합뉴스 |
전문가들은 현재의 마나우스 상황을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사람들에게서 재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 애틀랜틱> 2월 1일자는 이미 상당수의 사람들이 감염되었던 집단에서 이런 수준의 감염 폭발이 새로 시작된 원인에 대한 두 가지 분석을 소개했다.
첫째는, 코로나19에 감염될 때 몸 안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면역력의 강도와 지속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른 질병에서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대한 면역력도 시간이 감에 따라 약해진다. 최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실린 논문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영국의 의료 종사자들에게서 첫 6개월간은 재감염률이 매우 낮은 편이었다고 보고 했다. 이번 마나우스에서의 코로나19 감염 폭발도 지난 감염 파도로부터 대략 8개월 이후에 일어났다. 따라서, 지난해 코로나19에 감염되었던 사람들 대부분이 면역력을 잃은 상황에서 감염력 높은 변이가 높은 확산세로 퍼져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 바이러스 변이에 대한 것이다. 이미 여러 위험성을 가진 변이들이 보고되었지만, 브라질형 변이는 전염력이 더 강해졌을 뿐 아니라, 자연적으로든 백신을 이용해서든 우리가 코로나19에 대해 형성했던 항체를 피해 갈 수 있는 돌연변이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미 면역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재감염시키게 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 변이는 '재감염' 뿐 아니라 재감염된 사람들이 '중증'으로 이어지게 하는 문제까지 안고 있는 것이 된다.
브라질형 변이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백신들의 효과가 어떤지 연구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마나우스에서의 감염 폭발이 정말 브라질형 변이가 코로나19 항체를 무효화시켰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더 검증을 해봐야 한다.
팬데믹 탈출하려면 초국가적 노력해야
브라질형 변이가 아니더라도 위험한 돌연변이가 또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해결책은 빠른 시간 안에 전 세계 인구에게 백신 접종을 시키는 것이겠지만, 백신의 제조 및 공급과 관련한 물리적 제약이나 부유한 나라들과의 백신 구매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가난한 나라들을 보면 그것은 요원해 보인다.
최근 보고된 위험성 코로나19 변이들이 바이러스 재생산이 빨랐던 나라들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전 세계가 힘을 합해 코로나19 확산을 낮추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국가별로 이루어지는 엄격한 방역과 백신 수급만으로는 안된다. 초국가적으로 백신의 효과적인 분배 방식을 논의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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