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與요청에 학력 무효 처리..고교 다시 간 대전 시의원

김방현 2021. 2. 5.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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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의회 김인식 의원, 대전시립중고등학교 등록


"민주당·교육부, 김 의원 45년 전 학력 무효 처리"
더불어민주당과 교육부로부터 45년 전 학력을 무효 처리당한 지방의원이 고교 과정을 다시 시작했다.

김인식 의원.


대전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인식(65)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대전시립중고등학교 야간 과정에 등록했다”며 “오는 3월부터 학교에 다닌다”고 말했다. 대전시립중고등학교는 대전시가 운영하는 2년제 교육기관으로, 졸업하면 고교 과정 학력을 인정받는다. 주로 젊은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65세 이상 고령층이 다닌다.

김 의원은 “2019년 갑자기 고교 학력이 취소된 이후 삶을 포기해야 하는 생각에 한동안 방황했다”며 “하지만 이 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판단해 고교 과정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전시립중고등학교에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가 다니는 곳”이라며 “이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취약계층의 고충을 배우고 정치인으로서 할 일도 찾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고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도 진학할 계획이다.


김 의원 "학력 취소 당한뒤 삶 포기도 생각"
김 의원은 지난 2019년 7월 대학 입학과 졸업(주성대)이 취소됐다. 그의 최종 학력은 중졸이 됐다. 김 의원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1974년부터 1977년까지 대전에 있던 광명실업전수학교(85년 폐교)에 다녔다. 이어 2005년 충북에 있는 주성대(현 충북보건과학대) 청소년문화복지과에 입학, 2007년 졸업했다. 2009년에는 충남대 행정대학원에 입학해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김 의원은 “당시 집이 가난해 웅변 특기 장학생으로 광명실업전수학교에 입학했다”며 “이 학교가 고교 학력을 인정받는 교육과정인 것으로 수십년간 믿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증명서와 졸업증명서 등 자료를 발급받아 당시 주성대에 정상적으로 입학했다”고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은 2018년 10월 19일 교육부를 통해 주성대측에 “김 의원의 합격 서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주성대측은 “입학과정에 불법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듬해 4월 4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은 광명실업전수학교 등 전국 12개 직업학교 등 특수학교를 대상으로 고교학력을 인정받아 대학에 입학한 졸업생 명단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도 박용진 의원실 등의 요청에 따라 검토 끝에 광명실업전수학교는 정규 고교 과정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대전시의회 본회의장. 뉴스1


충북보건과학대는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김인식 의원의 입학과 학사 학위를 취소했다. 결국 김 의원은 주성대와 한밭대, 충남대 경영대학원 졸업이 모두 무효가 됐다.
이에 대해 김인식 의원은 “광역의원 한 명의 45년 전 학력을 검증하는 데 국회의원 2명과 교육부가 총출동한 느낌이었다”라며 “보이지 않는 세력의 힘이 작동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원(가운데)이 시의회에서 동료 의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박용진 의원 측은 “당시 '학력 미인정 학교 졸업자 가운데 대학에 입학한 경우가 있다”는 제보에 따라 전국 직업학교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잘못된 교육행정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했다. 김해영 의원 측도 “제보에 따라 (김인식 의원 관련) 자료요구를 한 것 같은데 오래된 일이라 내용을 정확히 모르겠다”고 했다.


김 의원 "힘없는 지방의원에는 가혹"
김 의원의 학력이 취소되자 집권당과 정부가 적용하는 도덕적 잣대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학·대학원 입시 관련 의혹이 제기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의 딸은 최근 한국전력공사 산하 한전의료재단 한일병원에 인턴으로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나는 허위학력도 아니었는데 45년 전 일을 조사해 학력을 취소당했다”며 “권력에 가까운 인물에는 한없이 관대하고 힘없는 지방의원에는 가혹할 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거 아니냐"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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