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길거리 담배 좀 그만" 코로나 시국 '턱스크 흡연' 시민들 분통 [한기자가 간다]
'턱스크' 하고 담배 피워..간접흡연 피해는 물론 코로나 확산 우려도
방역당국 "코로나 유행 과정에서 금연 강력하게 강조"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코로나 시국에 길에서 담배 피우고…"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도심 흡연부스에 대한 이용 자제가 요청되는 가운데 일부 흡연자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거리에서 담배를 피워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관련 기관에서는 흡연자들을 상대로 흡연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사실상 전면적인 단속은 어려워 코로나19 확산 우려는 물론 간접흡연으로 인한 시민들의 건강권도 침해받고 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인근에 있는 한 흡연부스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부스 인근으로 몰려가 거리에서 흡연을 이어갔다. 이들로 인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는 간접흡연 피해를,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담배를 피우다 보니 코로나19 확산도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당장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 흡연을 이유로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는 등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부스 인근에서 만난 한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그야말로 이기적인 모습 아닌가"라면서 "본인들은 담배를 피우고 스트레스를 날리겠지만, 그걸 보는 시민 입장에서는 간접흡연 피해도 있고 아주 답답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20대 대학생 이 모씨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흡연부스를 막아놨는데, 그 옆에서 저렇게 담배를 피우는 건 정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참 못된 사람들이다"라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불만과 같이 흡연부스 인근에는 예닐곱명의 직장인들이 모여 연신 흡연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모습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흡연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부의 방역수칙을 어기는 행위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흡연 과정 중 담배와 손가락에 입이 닿게 되므로 바이러스가 흡연자의 입과 호흡기로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 흡연으로 흡입하는 독성물질은 심혈관·폐·면역 기능을 손상시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병세가 더욱 악화하고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기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코로나19 환자 중 한 가지 이상의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가 37.6%, 중환자실 입원자 중 78.3%가 기저질환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코로나19가 인체에 침투하기 위해 필요한 'ACE2' 수용체를 증가시켜 흡연자는 코로나19에 더 쉽게 감염될 수 있다.
거리 흡연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는 가운데 흡연자들은 이 같은 비판을 인정하면서도 금연구역이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50대 흡연자는 "일단 회사 등 건물에서는 전체 금연인 상황이 많고 요즘 코로나 때문에 흡연부스도 전부 막아 놓은 상태라 어디서 흡연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이렇게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죄송한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단속 권한이 이는 중구청은 매일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전면적인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흡연자들에 대해 단속을 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한 곳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단속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는 등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는 단속을 더욱 강화하여 불편한 사항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흡연자제를 권고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흡연과 코로나19 연관성에 대해 "담배를 피울 때의 호기, 즉 숨을 내뿜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된다는 것이 이미 조사가 돼 있다"면서 "간접흡연 자체가 코로나19(전파)에 위험 행위"라고 설명했다.
거리 흡연 등 상황에 대해서는 "이런 차원에서 흡연 장소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흡연자 역시 코로나19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유행 과정에서 방역당국은 금연을 강력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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