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에게 폭행당한 동생, 모텔방서 홀로 죽어갔다"

"병원 아닌 모텔로 옮겨..가해자 5명 엄중 처벌을" 유족 국민청원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아르바이트를 함께하던 동료로부터 폭행을 당한 뒤 모텔로 옮겨져 방치돼 숨진 20대 남성의 유족이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게 해달라며 청와대 청원 글을 올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4일 '제 동생이 폭행당한 뒤 모텔 방에 유기돼 사망했습니다. 생전 동생의 지인이었던 가해자 5명이 심판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자신을 숨진 A의 형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동생은 건강하고 지병도 없던 23살 건강한 청년이었다. (폭행을 당하고)병원에 가서 치료만 받았더라도 충분히 살 수 있었다"며 "동생은 가해자 5명의 악한 생각으로 인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그들의 옆에서 홀로 죽어갔다"고 밝혔다.

청원인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0월14일 밤 11시30분경 발생했다. A씨는 이날 아르바이트 동료 등 남성 3명, 여성 2명과 함께 회식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언성을 높였다는 이유로 일행 중 한 명인 B씨가 A씨의 몸을 한 차례 걷어찼다. 자리를 피하려는 A씨의 멱살을 양손으로 잡고 뒤로 밀쳐 넘어뜨렸고 A씨는 의식을 잃었다.

청원인은 "함께 있던 일행들은 동생을 일으켜 앉히는 등 상태를 확인하고도 20여분 가량 땅바닥에 눕혀둔 채 모의를 한 뒤 병원이 아닌 모텔로 짐 옮기듯 들어서 옮겼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 5명은 40분가량 모텔방에 머물렀다"면서 "동생의 여자친구한테 오는 전화도 고의로 받지 않았다. 의식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 시간이었지만 아무런 조치없이 방에서 나와 도주했다"고 했다.

현장에 출동한 검안의가 추정한 사망시각으로 보아 피해자가 2~3시간가량 숨이 붙어 있었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청원인은 "동생의 장례식장에 가해자들이 왔다"면서 "가족들이 혹시 싸웠는지 물었을 때도 '술에 취해 본인 부주의로 넘어질 것을 봤다'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유가족을 기만했다"고도 했다.

그는 "폭행 이후 의식을 잃은 동생을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모텔에 유기한 행위는 명백한 고의적 살인행위"라면서 "가해자 5명 모두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한 처벌을 받아 본인들의 잘못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한 사람의 인생과 한 가족의 삶을 부순 죄가 얼마나 큰지 깨달을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오전 10시19분 기준 해당 청원은 1만9123명의 동의를 얻었다.

A씨 여자친구가 지난 1일 '고려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앞서 이 사건은 지난해 SBS '궁금한이야기Y'를 통해 알려지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지난 1일에는 A씨 여자친구가 SNS에 청원인과 비슷한 글을 올려 가해자들에 대한 엄중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A씨 여자친구는 "단 한 번도 누구와 싸워본 적 없던 오빠는 싸우지도 않고 계속 가만히 있더라. 한 대라도 때리지, 제발 한 대라도 때리지. 영상을 보며 흐르는 눈물과 분노는 참을 수 없이 커졌다"면서 "오빠는 그곳에서 행복해라. 나도 가해자들이 마땅한 벌을 받으면 꼭 행복해지겠다 약속한다. 우리 꼭 다시 만나자"라고 적었다.

현재 B씨는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이 진행 중이며 나머지 일행 4명은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