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예멘 내전 끝내야한다"..사우디와의 밀월관계 청산
사우디에 무기판매도 중단..이란 핵합의 복귀 포석
마크롱 "미국과 이란 대화 환영, 정직한 중개자 되겠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아랍연맹군과 예멘 후티 반군간 벌어지고 있는 예멘 내전에 대해 반드시 끝내야할 전쟁이라며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공격지원을 중단한다 밝혔다. 앞서 미국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디와 체결한 무기수출계약을 재검토하고, 무기공급 중단을 밝히는 등 사우디와의 밀월관계를 청산할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조정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이란 핵합의 체계로 복귀하는 등 중동전략의 대전환을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미 국무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예멘 내전은 끝나야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무기 판매를 포함해 예멘 내전에서의 공격 작전에 대한 미국의 모든 지원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사우디의 예멘 공격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들이 학살되고 있다며 미국이 해당 전쟁에 대한 개입을 중단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 미 국무부도 지난달부터 기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결한 사우디와의 무기수출 거래에 대해 재검토하고, 무기수출을 잠정 중단한다 밝힌 바 있다.
중동 내전의 중심에 있던 사우디와 관계 재설정사우디와 아랍연맹측도 이러한 미국의 기조변화에 따라 지난달 4일부터 예멘과 함께 봉쇄하고 있던 카타르와의 관계 정상화에 들어갔다. 앞서 사우디는 시아파 종주국 이란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예멘 후티 반군과 카타르를 그동안 압박해왔다. 특히 예멘 내전은 지난 2015년 개전 이후 6년째 지속되고 있던 중동의 주요 내전 중 하나로 사우디 주축의 아랍연맹군이 예멘 정부군과 함께 후티 반군과 격전을 벌였다. 양측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예멘의 주요 항구시설은 마비됐고 코로나19까지 퍼지면서 예멘 주민들은 식량난과 약품 부족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이러한 민간인 피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미국 민주당에서도 지난 2019년 예멘 내전이 불필요한 대규모 민간인 살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미국의 예멘 내전 개입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상정하기도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우디 왕가와의 개인적 특수관계를 과시하며 각종 첨단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며 사우디에 대한 군사지원을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날인 지난달 19일 추진한 일 중 하나가 사우디에 F-35 전투기 등 첨단무기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일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완전히 차단하고, 사우디의 예멘 공격지원도 종료한다 밝히면서 사우디와 미국간 이어지던 밀월관계의 종식을 선포한 셈이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정책이 기존 사우디 중심 일변도에서 탈피하는 이유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던 이란 핵합의로(JCPOA)의 복귀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미국의 새로운 의지 환영"미국의 중동정책 변화와 이란 핵합의로의 복귀 의지는 국제사회에서 환영받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미국 외교정책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Atlantic Council)'와 가진 화상회의에서 "이란 핵합의로의 복귀를 위한 미국의 새로운 의지를 환영하며 미국과 이란 양국의 정직한 중개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사우디와 이스라엘도 어떤 형태로든 이 합의에 들어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핵합의는 지난 2015년 7월 이란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독일 등 6개국 및 유럽 연합(EU)까지 이른바 P5+1 국가들과 맺은 협정을 뜻한다.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8년 일방적으로 이를 철회한 뒤 중단했던 제재를 재개하면서 이란은 물론 국제사회가 크게 반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유엔에서 이란제재 복구에 대해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 무시됐다. 이란제재 자체가 이란 핵합의의 세부사항으로 들어있던 조항이라 이미 핵합의를 탈퇴한 미국이 이를 재개하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는 국제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대선후보시절 해당 사건을 미국 외교의 참사로 규정하고 이란 핵합의 복귀를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바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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