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보이의 2021 PGI.S 미리보기 ①

‘지수보이,’김지수,e스포츠,해설자 2021. 2.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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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축제 ‘PUBG 글로벌 인비테이셔널.S(PGI.S)’가 5일 한국에서 개막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되는 이번 대회는 약 8주간 펼쳐지며 전 세계 32개 팀이 참가한다. 주최측이 내건 상금은 총 350만 달러(약 39억1000만원)다.

대회 개막일에 맞춰 한국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대표 해설가인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의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12개 팀 소개 및 심층 분석 글을 1·2부로 나눠 싣는다. 1부에선 한국의 아프리카 프릭스와 젠지, 중국의 톈바 e스포츠, 북미의 소닉스, 동남아의 부리람 유나이티드 e스포츠, 유럽의 버투스 프로를 다룬다. 2부에선 한국의 담원 기아와 T1, 중국의 인팬트리와 멀티 서클 게이밍, 북미의 오스 게이밍과 페이즈 클랜을 다룬다. <편집자주>

처음 마이크를 잡았던 때를 기억한다. 그동안 수많은 대회가 있었지만,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 대회는 생애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독일로 날아갔던 PGI 2018이 아니었나 싶다. 수많은 관중과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베를린에 모였던 꿈의 대회. 아직도 그 역사의 현장은 에란겔 ‘Hall Of fame’ 명예의 전당에 기록돼 있다.

PGI 2018이 치러진 이후 PUBG e스포츠에서는 그동안 많은 대회가 진행됐다. 대표적으로 2019년도엔 한국에서 개최됐던 네이션스 컵, 미국에서 치러졌던 PGC 2019 같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대회가 있었다. 2020년도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새롭고 과감한 시도가 있었던 PCS 시리즈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2021년 다시 대한민국. 총상금 350만 달러. 무려 2달 동안 진행되는 지상 최대의 e스포츠 축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S가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은 PGI.S에 출전하는 팀 중 주목해야 할 몇몇 팀의 짤막한 소개 글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들, 그리고 투표권에 행운이 깃들길 바라며.

아프리카 프릭스: 비상(飛上)

아프리카는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꾸준히 중·상위권을 기록해 일명 ‘근본 4팀’으로 여겨진 팀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2019년 아레스와 페이탈 두 형제 팀이 아프리카 하나로 통합되고, ‘로자르’ 김경렬과 배그 도사 ‘스타일’ 오경철의 개인방송인 전향, 팀 내 잠재력 넘치던 인재였던 ‘람부’ 박찬혁과 ‘스패로우’ 변정환의 이적 등 여러 가지 팀 내 변화들이 있었다. 그런 변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국제대회 성적은 그리 신통치 못했다. 경기 내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위치에 도전하지 않았고,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다가 무기력하게 추락하곤 했다. 그들에게 날개는 있었지만 높이 날 힘이 없었다.

그런 아프리카가 이번엔 하늘 높이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보다 날카로워진 공격 성향과 순간 판단 능력, 그리고 필드 싸움에서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지구력까지. 팀 내 막내이자 천재 소년 ‘이제이(EJ)’ 이정우가 메인 오더로 변신, 침착함과 동시에 폭발력이 내재된 베테랑 ‘한시아’ 한시아, 그리고 ‘히카리’ 김동환과 ‘아카드’ 임광현이라는 새로운 날개들을 영입하며 팀의 파워 자체를 한껏 업그레이드시켰고 이는 2021 PWS 동아시아 프리시즌 우승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게임을 하면서 오더와 킬링 머신 역할을 동시에 도맡아 하는 인재는 흔치 않다. 비유하자면 왼손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오른손은 세모를 그리면서 양발은 끊임없이 다이아몬드 스텝을 밟아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릿속에는 팀이 해야만 하는 시나리오를 그려야 함과 동시에, 킬 스틸이나 개인 교전 또한 게을리할 수 없는 일종의 특수한 영역이다. 대표적인 선수로는 젠지의 ‘피오’ 차승훈과 브이알루 기블리의 박찬혁을 들 수 있는데, 이정우 또한 마찬가지의 영역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한껏 예리해진 감각으로 목표의 숨통을 노리는 킬러인 동시에, 전장을 스케치하는 사령관이 됐다. 이제 갓 스물한 살의 나이로 말이다.

어느 장르나 마찬가지겠지만, FPS 게임 장르는 프로 선수들에게 굉장히 잔인한 세계라고 생각한다. 재능이라는 토지에 경험이라는 열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이라는 태풍에 무너지는 선수들을 무수히도 지켜봐 왔다. 하지만 ‘엔엔(NN)’, 이제는 ‘한시아’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해진 이 선수야말로, 그러한 법칙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닐까? 93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선수와 비교했을 때 절대 밀리지 않는 피지컬과 판단력을 보유했다. 미라마에서 혼자 살아남아 다수의 적을 압도하는 슈퍼 플레이를 선보이며 치킨을 안겨줬을 때 내 입에서 한동안 말문이 막혔을 지경이었으니까. 이 선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아프리카의 PWS 동아시아 프리시즌 우승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피지컬과 풍부한 경험치가 빚어낸 아프리카의 보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처음 이 선수가 아프리카로 이적한다고 발표가 났을 때, 내심 무릎을 ‘탁’ 치며 2021년 주요 팀들의 리빌딩 중 최고의 영입이라 생각했다. 중반 이후 포커싱이나 어딘가를 공략해야만 할 때 부족했던 화력을 채워줄 수 있는 선수였고, 대회마다 개인 킬과 데미지 기록 면에서 기복이 없는 모습을 유지하며 존재 그 자체로 든든한 활약상을 보여줬다.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아직 본인은 제 기량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귀여운 투정을 부렸는데, 그와는 정반대로 위클리 파이널+그랜드 파이널 통합 킬 9위(42킬), 통합 데미지 2위라는 놀라운 살상 능력을 뽐냈다. 준수한 외모마저 갖춘 그가 경기마저도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예상을 해보며, 새로이 아프리카의 한 줄기 ‘빛’으로 내려온 김동환의 대활약을 기대해본다.

2019년 PKL 페이즈3 위클리4 데이2. 당시 기세가 매섭던 DPG 다나와 전원을 M4 한 자루로 무릎 꿇리던 앳된 소년을 기억하는가? T1 최고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던 2019년을 뒤로하고, 2020년 이른바 대 베릴의 시대가 도래하며, 모두 7.62mm 총알을 주섬주섬 챙길 때 M4는 잊힌 무기로 전락했다. M4가 주무기였던 소년도 잠깐의 잊힘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경기력은 조금씩 무뎌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버티며 때를 기다린 소년은 한층 성숙한 청년이 됐고, T1이라는 정들었던 둥지를 떠나 아프리카라는 새로운 둥지에 몸을 틀었다. 둥지를 옮기는 와중에 무너졌던 경기력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다. ‘대 베릴 시대에 어디 감히 M4 따위를 들고 와? 그걸로 할 수 있겠어?’하는. 그렇지만 그런 시선들은 2021 PWS 프리시즌이 끝날 무렵, 5.56mm 탄알에 뚫려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M4를 틀어쥐고, 등에는 미니14를 멘 채로 일어선 청년의 이름은 임광현.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한 그가 새로운 둥지에서 얼마만큼이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아프리카의 랜드마크: 에란겔은 밀타 파워 혹은 스탈버, 미라마는 미나스와 라 벤디타를 공략한다.

총평

과거 아프리카는 전력 유지를 최우선으로 삼으며, 치킨 지향 플레이에 집중하는 편이었다면, 2021년도의 아프리카는 다르다. 자리를 지키면서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남는 시간 동안 우리가 뭘 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어떤 지점을 점령했고, 다음 자기장이 이렇게 되면 어디로 이동하자’라는 단순한 경기 운영 방식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무엇이며, 우리가 어떤 지점을 만들어나가야 하며, 어디에서 싸움이 일어났을 때 이득을 챙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이며 성과를 만들어내는 팀으로 바뀌었다.

그런 과정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선수들의 노련함과 좋은 피지컬로 위클리 파이널과 그랜드 파이널에서 총 5번의 치킨을 만들어내며, 2021 PWS 동아시아 프리시즌 최고의 팀으로 거듭났다. 특히 이전에 없었던 저돌적인 공격 성향과 필드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지구력까지 생기면서, 다른 어떤 팀들과 견주어도 버텨낼 탄탄한 내공이 생겼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소수가 살아남았을 때 슈퍼 플레이까지 장착되면서, 후반 대역전 시나리오도 그릴 수 있는 잠재력마저 갖춰 이번 PGI.S 한국 대표팀 중 가장 기세가 좋은 팀이라 할 수 있겠다. 아프리카의 달라진 운영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는 PWS 동아시아 프리시즌 1주차 위클리 파이널 3번째 매치다.

많은 것들을 파악하면서 공격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변모하다 보니, 총 30개의 위클리+그랜드 파이널 매치 중 5번의 치킨을 차지했지만, 전원 생존에 성공하며 치킨을 차지한 매치는 딱 한 매치밖에 없다. 그리고 점령하는 곳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다채로운 해외 팀들의 점령 포인트들을 생각한다면, 랜드마크나 경쟁 팀들의 움직임에 따라서 본인들이 생각보다 이른 타이밍에 움직여야 한다는 제한점도 가지고 있다. 외곽 랜드마크를 갖고 있는 에란겔의 경우 특히 더 빨리 움직여야 할지도.

어쨌든 에란겔에서 필승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밀타 파워 자기장이 걸렸을 경우 높은 승률과 상위권을 기록한 지표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킨의 가치가 너무나도 중요한 이번 PGI.S에서 빠르게 위클리 파이널로 넘어갈 수만 있다면 다른 팀들의 이동 패턴과 점령 시간 등을 파악하고 대처 가능한 플랜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동남아의 부리람 유나이티드 e스포츠 혹은 유럽의 페이즈 클랜, 북미의 오스 게이밍과 랜드마크가 겹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조가 됐을 땐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미나스도 마찬가지로 오스와 랜드마크 경쟁을 할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눈치 싸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라마에서는 엘 아자하르로 이어지는 도로 자기장이 생성됐을 때, 경기 운영의 패턴이 고정적인데, 역으로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것이다. 아프리카의 움직임과 포석을 역이용하는 팀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포석이 필요하다. 미나스 지역 12시 근방에 위치한 돌 쪽에 이정우를 올리고 주변 시야를 카운팅하는 경기들을 지켜봤을 때, 안쪽의 알짜배기 땅들을 바라보기만 하며 고스란히 내어주는 듯한 모습은 개선의 필요성이 엿보인다. 행여나 스플릿한 곳을 다른 팀들이 전원 돌격하여 공격한다고 해도, 충분히 장거리에서 백업이 되는 인원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조금은 스플릿에 욕심을 부려봐도 좋을 듯.

2021년 최강의 리빌딩이라고 할 만큼 훌륭한 체질 개선을 이루어 낸 아프리카는, 국내 대회 뿐만 아니라 국제대회에서 본인들의 날개를 한껏 펼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최근 기세가 기세이니만큼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국제대회에서의 중압감을 이겨내느냐는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을 듯 하다. 아프리카의 비상(飛上)에 박수를 보낸다.

젠지: 오호…젠태식이 돌아왔구나?

영화 ‘해바라기’의 클라이맥스 장면은 주인공 ‘오태식’이 지켜내려 했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리면서 시작한다. 한창 즐거운 파티에서 음울한 노래를 부르며 등장하는 오태식은 불청객 취급을 받는다. 오태식은 ‘꼭…그렇게…다 가져가야만…속이 후련했냐?’는 명대사를 내뱉으며 주먹을 날린다. 행복한 추억과 지켜내야 했던 모든 것들을 앗아간 이들에게 벌을 줘야 했으니까. 여기 주먹을 꽉 움켜쥐고 복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젠지를 소개한다.

2019년도 PUBG e스포츠의 주인공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모든 팬은 단연코 젠지를 꼽을 것이다. 2018 PGI 3인칭 부문부터 시작된 우승 릴레이는 2019 PKL 페이즈2 우승, MET 아시아 우승, 2019 PGC까지 이어졌다. 대한민국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의 PUBG e스포츠 팀이라고 말해도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성과를 만들어내며 스스로가 왕좌에 올랐다. 심지어 이후엔 2019 PUBG 네이션스 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맹활약했던 멤버들을 영입해 2020년도에 대한 기대감을 더 높여나갔다.

그러나 그랬던 젠지가 지켜온 왕좌를 빼앗기고 만다. 2020년 들어서 중국 여러 팀이 돌아가며 PCS를 모두 석권할 때까지 젠지는 단 한 번도 국내 그리고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 디펜딩 챔피언의 중압감이었을까, 아니면 호시탐탐 정상을 노리는 라이벌 팀들의 급격한 성장 때문이었을까? 두 가지 모두가 원인이었겠지만, 일은 벌어졌고 왕관은 되찾아야 했다. 아쉬운 성적을 뒤로하고, 빠른 정비를 통해 복구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젠지는 초강수를 뒀다. 1년 동안 정들었던 ‘아쿠아5’ 유상호가 T1으로 이적, 그 빈 곳은 젠지의 레전드 플레이어 ‘에스더’ 고정완을 복귀시켰고, 오피지지에서 활약하던 ‘알파카’ 방지민을 영입했다. 하지만 많은 PUBG e스포츠 팬들은 젠지의 이 선택에 대해 의아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정완이 휴식기를 가진 지가 꽤 됐고, 젠지가 교전에서 무너진 모습을 자주 보여줬는데 방지민은 전투에 있어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카드라고 보기엔 아주 살짝 아쉬운 면이 있었기에.

아니나 다를까. 시드권을 받고 기다리던 2021 PWS 동아시아 프리시즌 첫 위클리 파이널에서 9위를 기록하면서, 2주차 위클리 서바이벌로 가게 되자 우려는 극에 달했다. 그에 반해 아프리카가 위클리 파이널 위너가 되며, 리빌딩 대성공이라는 상반된 평가와 함께 일명 ‘아밑젠’ 구도가 완성됐다. 젠지는 독해져야만 했다. 2019 PGC 챔피언. 그 영광의 나날들을 다시 불러와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서 연습 경기부터 본인들의 스타일을 새롭게 가다듬어 나갔다.

외곽을 빙빙 회전하다 아무것도 못하고 다른 팀들에게 진입 자체가 막혀 어려웠던 기존의 운영을 과감히 묻어 버리고, 중요한 위치를 뺏기 위해 라이딩 샷을 이용하며 저돌적으로 돌격하거나, 좀 더 이른 타이밍에 자기장 중앙에 찔러 들어가며 주도권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다. 자리를 제대로 잡은 이후 이어지는 무차별적인 사격+소수가 남았을 때의 슈퍼 플레이를 통해서, 점점 기세를 끌어올려 갔고 교전 호흡도 덩달아 올라가며 전투 승률이 크게 올라간 모습을 보여줬다.

‘피오’ 차승훈과 ‘이노닉스’ 나희주. 일명 ‘피닉스’ 조합이 국내 최고의 공격수 듀오란 걸 부정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돌아온 괴물 차승훈의 3배율 플레이나, 네이션스 컵 참가 당시의 포스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시무시한 기세를 보여주며 많은 선수를 로비로 보내고 있는 나희주, 서로 간의 조율을 잘해주며 연결고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고정완. 팀이 위기에 빠져있을 때 최종 수문장 역할을 도맡아 하며 슈퍼 플레이를 연신 보여주는 ‘로키’ 박정영까지. 어디선가 젠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오호… 젠태식이 돌아왔구나?

젠지의 랜드마크: 에란겔은 강남, 미라마는 페카도.

총평

2019 PGC 이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중국 팀들은 한껏 성장했고 체급이 좋아졌으며 이는 대회 성적으로 이어졌다. 특히 젠지가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었던 랜드마크들을 저돌적으로 공략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운영의 바퀴가 터지는 모습도 있었다. 특히 에란겔 강남쪽에서 일어났던 젠지와 톈바의 피 터지는 싸움을 기억한다면, 여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PCS 시리즈가 치러졌을 땐 강북으로 옮기면서 왼쪽 긴 다리로 몰래 건너와 암살을 하는 시나리오도 상당히 괜찮았지만 톈바에게 이 작전이 두 번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에란겔에선 젠지의 선택이 중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랜드마크 멸망전을 시도해서 끝까지 갈 것이냐, 아니면 수비적으로 강남과 강북 경계선을 긋고 각자의 길을 걸어갈 것인지. 여러 가지 해법이 있을 수 있겠지만, 암살은 들킬 확률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톈바가 젠지를 공략하는데 사용했던 러쉬 작전을 역으로 카운터 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가령 강남 다리 넘어가는 3집 쪽에 젠지 1인이 낙하했을 때 4인 돌격으로 사냥에 나섰던 톈바의 장면(PCS 3 2일차 3번째 에란겔 매치)을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낙하산 하나가 그 집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저쪽에 4명 전부 다 있지 않을 것이다’라는 판단하에 젠지 운영의 핵심인 위치를 4인 타이밍 러쉬로 뚫어버린 사건인데, 낙하산 하나를 일부러 떨군 뒤 몰래 한 명을 불러와 4인 돌격을 예상한 포지션으로 역 매복을 시도한다면 먼저 1~2 명을 눕히고 승기를 잡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리스크 있는 매복 계획보단, 지난 번 PCS 3에서 보여준 빠른 파밍 이후, 톈바가 먹을 수 있는 포지션을 먼저 선점하는 전략으로 선회한다면 적어도 자기장 주도권에서 손해를 보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 내내 톈바를 직접적으로 건드리는 것도 좋지만, 간접적으로 미끼를 뿌리고 찌를 흔든다면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 또한 보여줬기 때문에 에란겔에서 성적을 많이 올려야 하는 대회 특성상,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미라마 페카도도 마찬가지. 특히 미라마는 많은 팀이 중앙에 위치한 랜드마크를 선호하는 탓에, 원치 않는 사고가 초반에 발생할 수도 있어, 첫 주차 랭킹 매치에서 눈치 싸움이 무엇보다도 중요해 보인다. 대회가 치러지기 이전에 계속된 스크림을 통해 랜드마크 쟁탈전을 할 수도 있지만, 가장 먼저 치킨을 먹는 팀이 위클리 파이널로 가는 PGI.S 대회의 룰을 생각해봤을 땐, 과감히 페카도를 포기해야 하는 그림이 필요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젠지가 가장 자주 먹는 위치를 감안했을 때 떠오르는 후보 랜드마크는, 몬테 누에보 혹은 츄마쎄라+츄마쎄라 성당 사이에 있는 외곽 파밍 지역이 괜찮아 보인다. 츄마쎄라는 미라마 남부 자기장에 대처하기가 좋고 감시탑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 성당의 존재 때문에 초반에 다른 팀들이 직접적인 견제를 할 수 없다. 그리고 주변 도로에 차량도 여러 대가 생성되는 위치라서 파밍 이후 젠지가 주로 쓰는 동선을 선점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유일한 약점은 북쪽 자기장이 나왔을 경우 강제 외곽 운영으로 전환된다는 측면이지만, 매복 혹은 이른 타이밍에 출발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 괜찮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왕관을 잃어버렸기에 다시 되찾아야 하는 젠지. 세계 최고의 PUBG 명문 팀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팀 중 하나로써 집중해야 한다. 최고의 팀들이 모여있기에 험난한 싸움이 예정되어 있지만, 큰 경기에 강한 선수들이 최근 기세를 끌어올리고 있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다시금 왕관을 쓸 수 있는 저력은 충분해 보인다.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정상에서 많은 이들을 내려다보는 젠지를 상상해본다.

톈 바 e스포츠: 우승 후보

우승 후보. 달리 할 말이 없다. 2017년 스네이크 TC 팀을 계승하며, 중국 내에서 치러진 수많은 대회와 PCS 시리즈 내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중국 전통의 강자인 팀이다. 과거의 중국 팀들의 성향은 교전 쪽으로만 치우쳐져 있다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었는데, 운영과 교전의 완벽한 조화를 선보이며 아시아 지역을 뒤흔들었던 첫 번째 주인공이기도 하다.

PCS 채리티 쇼다운 우승과 PCS ASIA 1,2,3 상위권을 기록함과 동시에, 최근에 열린 대회였던 2020 APL WINTER 준우승, TMC 글로벌 인비테이셔널 3위, 도유 골든 리그 시즌 11 우승을 차지하는 등 현존하는 모든 중국 팀들 중 으뜸으로 쳐도 부족할 것이 없다.(물론 멀티 서클 게이밍과 우열을 가리기가 힘든 면도 있지만.)

특히 외곽에 소수 인원을 뿌리고, 자기장 내부에서 회전하려는 적 팀들을 툭툭 쳐내며 땅을 넓게 점령해 나가는 플레이가 일품인데, 다른 팀들 입장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외곽을 회전하는 팀들 입장에서는 일명 바디체킹으로 피해를 감수하면서 뚫어야 하는 순간들이 한 번쯤은 오는데, 톈바는 이걸 용납하지 않는다. 화력 집중이 굉장히 훌륭한 팀이다 보니 입성해야 되는 팀들의 전투 의지를 일찌감치 상실하게 만든다.(대표적인 경기 PCS 3 DAY2 6번째 매치.)

그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의 입성 타이밍을 계산하고 어디서 싸움이 일어날지에 대해 미리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탁월하다. 본인들에게 자기장 주도권이 없더라도 다른 팀의 싸움을 이용해 주도권을 완벽히 탈취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자기장이 밀려올 때 외곽에서 시간을 차분히 쓰는 모습과 경기 막바지 상대방을 코너에 몰아놓고, 남겨진 투척 무기를 이용해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리하는 모습에서 참 완벽하게 게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톈바의 대표적인 승리 공식을 엿볼 수 있는 경기.

그렇다고 운영만 잘하는 게 아니다. 교전 파워 또한 남다른데, 그 교전의 핵심엔 ‘린슌’ 청 커의 공이 크다. 킬만 따져봐도 PCS 채리티 쇼다운 기준 전체 1위, PCS 1 ASIA 8위, PCS 2 ASIA 10위, PCS 3 ASIA 7위를 기록. 단 한 번도 10위 밖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 경악스러운 스탯을 자랑한다. 특히 지형지물을 섬세하게 지정해주며 팀원들의 전진 포지션과 타이밍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 젠지의 차승훈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뮤니티에선 두 선수의 관상이 비슷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톈바의 랜드 마크: 에란겔은 강남, 미라마는 푸에르토 파라이조.

총평

여전히 두려운 상대다.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 기세를 한 번 잡으면 놓을 줄 모르는 팀이고, 전황을 파악하는 속도도 빠르고 교전에서의 호흡도 정상급이다. 개인적으로 전 세계 TOP 5 안에는 무조건 들어갈 만한 팀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 팀인 젠지와는 에란겔에서 피 터지는 랜드마크 신경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팀의 최종 성적은 에란겔에서 판가름이 날 듯 보인다.

미라마에서는 서로 간의 백업이 유기적으로 이뤄지는 거리를 철저히 유지한 채, 스플릿 포지션을 자주 애용하는데 어디까지 나가면 안 되는지에 대한 안전선이 그어져 있어 전력 유지가 굉장히 훌륭한 편이다. 3~4번째 자기장부터는 땅을 넓게 쓰는 패턴으로 경기를 지배해왔다. 차라리 톈바 상대로는 인서클 내부의 본대로 돌격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소닉스: The King In the North America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찍는 현 북미 지역의 왕. 소닉스를 설명하기 위해선, 북미 쪽의 구도를 살짝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원래 2019년 북미 지역을 천하통일 했던 팀은 템포 스톰이었다. 그 기세를 몰아 PGC 2019에서 북미의 자존심을 세우리라 다짐했지만, 그랜드 파이널 최종 14위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쓸쓸히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그것을 끝으로 템포 스톰은 해체됐고, 주축이었던 선수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다. 이후 템포 스톰의 주축 멤버들은 소닉스에 영입되지만, 고대했던 PGS 예선전마저 아쉬운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됐다.

다시 2019년으로 돌아가자. 템포 스톰에 밀려 거듭된 준우승 끝에 해체되고 말았던 북미의 또 다른 강호 C9. C9의 주축 멤버들은 제네시스란 이름으로 다시 팀을 결성, PGC 2019 9위를 차지했고, 그 기세를 몰아 PGS 베를린 북미지역 선발전까지 우승을 차지한다. 그 과정 속에서 에이스로 평가받았던 ‘케이마인드’ 티에리 칼튼백의 FA 전환 등 변수도 있었지만, 로스터 변경과 더불어 탄탄한 멤버들로 리빌딩에 성공, 이 제네시스 멤버들을 영입하며 지금의 소닉스가 탄생하게 됐다.

이후 소닉스는 북미 지역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북미 지역에서의 맹주라고 할 수 있는 팀은 3팀 정도인데, 슛투킬(Shoot To Kill), 오스 게이밍(Oath Gaming) 이 팀들을 차례대로 정리하며 PCS 채리티 쇼다운 3위, PCS 1 NA 3위, PCS 2·3는 전부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이 팀이 강할 수 있었던 여러 가지 이유를 따져본다면 첫 번째 에란겔·미라마 중앙 랜드마크를 통한 변수 제거, 두 번째 선수들 각각의 강력한 개인 역량, 마지막으로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도 한몫했던 거 같다. (픽엠 챌린지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는 전 세계 최고의 픽 중 하나였음. 찍으면 10만 EP 획득.)

이 소닉스의 성적의 향방은 팀의 메인 오더이자 선발대 ‘윈(HWinn)’ 헌터 윈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가야 할 방향을 몸소 나서서 파악하고, 뺏어야 할 위치를 명령하고 그 쪽을 주시하면서 백업해주는데, DMR 사격 실력이 굉장하기 때문에 진입하는 팀원들의 행동에 신뢰가 묻어있는 게 보인다. 그렇다고 인파이팅이 약한 것도 아니라서 북미의 ‘람부’라고 해도 무방할 거 같다. 특히 스플릿 포인트가 파악되면 주저 없이 3인 또는 4인 돌격으로 밀어버리는 명령도 자주 보여주기 때문에, 소닉스의 위치를 파악하게 된다면 웰컴 수류탄으로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이 팀의 주력이자 최고의 원투펀치로 손꼽히는 ‘티글튼(TGLTN)’ 제임스 기즌(전체 킬 51킬로 1위, 전체 데미지 11,613으로 1위, 2위가 8,818)+‘쉬림지’ 트리스탄 노비츠키 듀오는 개인 역량이 막강하다. 특히 ‘티글튼’은 킬링 머신 역할도 함과 동시에 슈퍼 세이브 능력도 자주 보여줬던 선수라 극도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다대일 구도에 특화된 모습이 있었음.) ‘마임(M1ME)’ 마임 선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건 플레이의 위력이 덜하지만, 정확한 투척 능력으로 본인의 진가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소닉스의 전체적인 팀 밸런스가 참 좋다고 말할 수 있겠다.

소닉스의 랜드마크: 에란겔은 포친키, 미라마는 페카도.

총평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팀이고, 윈의 지휘나 상황 판단이 굉장히 깔끔하다. 자기장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중앙으로 러쉬를 많이 할 때가 있는데 이를 통해 주요 팀들의 위치와 킬 카운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적절히 이용해보자. 그리고 개인 방송을 정말 열심히 하는 ‘티글튼’의 성향상 뭔가 보여주려는 욕심과 쇼맨십이 게임에서 드러나곤 하는데, 슈퍼 플레이로 자주 연결됐다. 경기 막바지에 유리하다 싶을 땐 4명 전원이 프라이팬을 들고 돌격하는 모습을….

부리람 유나이티드 e스포츠: 태국의 별

PCS 채리티 쇼다운 3위, PCS 1 APAC 2위, PCS 2 APAC 3위, PCS 3 ASIA 우승. 2020년 들어 APAC 지역에서 열린 대회에선 최강의 포스를 내뿜으면서 태국의 별로 떠오른 팀이다. 사실 마지막 PCS 3 대회에선 경기를 리드하고 있던 엘지 디바인에게 뒤처진 상태였지만 4일차 미라마 매치에서 두 번 연속 치킨을 차지하며 기적의 역전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당시 픽엠 챌린지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선두를 달렸던 엘지 디바인은 꽤나 많은 원성을 들어야 했다.

북미의 제니스 e스포츠와 더불어 주전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가장 어리다. 그런데도 판단이라든지, 전투 센스 면에서 상당히 노련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절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게임을 하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자기장 주도권을 잘 틀어쥐고 평균 순위를 높이 올리는 스타일. 킬 포인트는 나중에 쓸어 담아도 된다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한다.

이 팀의 메인 오더인 ‘에디(Eaddy)’ 아티프 상페트의 판단이 상당히 예리할 때가 많다. 이득을 보아야 할 때, 아니면 인내심을 가지고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 인지를 잘 파악한다. 특히 막바지가 됐을 때, 1자로 라인 갖추고 상대방을 압박하는 모습은 마치 담원 기아를 연상시킨다. 랜드마크 또한 미라마에서 담원 기아가 차지하는 정크야드 지역 일대와 엘 아자하르를 먹기 때문에, 만약 이 두 팀이 겹치게 된다면 꽤나 흥미로운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형 이해도 또한 굉장히 뛰어나다. 필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은폐·엄폐 장소들을 많이 알고 있어서 차량을 도킹하고 활용하는 모습이라든지, 유리한 자기장임에도 불구하고 다음 자기장이 다가오기 전에 베이스캠프에서 슬그머니 출장을 보내서 주변을 정찰하는 것을 보면, 이 팀 참 운영이 남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건물을 밀어갈 때의 공략 방법도 뛰어난데, 가령 외곽에서 포탑을 서주는 인원이 보이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방으로 차량을 한 대 보내서 어그로를 끌리게 만든 다음 확실하게 기절시키는 각을 만들고, 이후 근접까지 치고 들어간 인원이 포탑이 합류할 수 있도록 연막 다리를 만들어주며 서로가 밀어주고 당겨주는 조직력까지 갖췄다. 과거의 동남아 지역팀들이 교전으로만 승부를 보려 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부리람의 랜드마크: 에란겔은 갓카 or 밀타+밀타 파워, 미라마는 엘 아자하르 일대.

총평

이전에 전투에만 집중했었던 여타 다른 동남아 팀과는 격을 달리한다. 아마 또 다른 APAC 지역의 강팀인 엘지 디바인과 더불어 이번 PGI.S 에서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로 평가할 수 있는 팀이며, 치킨 운영에 있어서 수비력이 좋은 편이라 확실히 안정적인 운영이 엿보인다. (PCS 3 24매치 기준 순위 점수 유일한 80점대) 그래서 랭킹 결정전만 잘 치러내게 된다면 가장 빠른 타이밍에 위클리 파이널로 진출할 수도 있는 팀이라 생각한다. 자기장에 따른 선택도 현명한 데다가 전투 호흡도 훌륭해서 APAC 지역의 전반적인 위상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버투스 프로: 북유럽의 한 줄기 빛

구 노던 라이츠, 현 버투스 프로의 첫 출발은 쉽지 않았다. 2019 PEL 컨텐더스(우리나라로 치면 PKC) 밑바닥부터 성장 드라마를 써야 했다. 첫 번째 PEL-C는 11위로 마감, 두 번째 PEL-C는 5위로 마감(상위 네 팀 진출), 세 번째 PEL-C는 9위로 마무리 지었다. 드라마 첫 번째 시즌은 배드 엔딩에 가까웠다.

갈팡질팡하며 팀의 방향성을 찾지 못했던 지난날을 뒤로하고, 2017년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 M19과 나투스 빈체레에서 활동한 적이 있는 베테랑 ‘바툴린스’ 알렉산드르 바툴린을 메인 오더로 영입하며 급속도로 성장해 나간다. PCS 채리티 쇼다운 EU 우승, PCS 1 EU 3위, PCS 3 EU마저도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의 초신성으로 거듭난다. 여담으로 이번 PGI.S 에 나오진 못했지만, 토네이더 에너지라는 팀과는 묘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전에도 말했듯이 메인 오더 ‘바툴린스’의 의존도가 상당한 팀이다. 나머지 3명이 후방에서 머무르면서 베이스캠프를 지킬 때 시야와 정보를 확보하기 좋은 곳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선호한다. 경기 중 브리핑이 정확해서, 인파이팅 중 인원 손실이 잘 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교전 중 투척 아이템 활용을 기가 막힌 팀인데, 마구잡이로 던지는 게 아니라 제압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기 때문에 경기 끝까지 여유 있는 운영이 가능하다.

게다가 건물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남다르다. 앞서 말한 투척 아이템 활용과 연결되는 점인데, 적이 있을 만한 곳에 하나씩 넣으면서 차분히 제압을 시도한다. ‘어디에 화염병을 넣으면 어디까지 불이 붙어서 이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혹은 ‘발소리를 낼 것이다’라는 확신에 가득 찬 투척 스킬을 보여주고, 서로 간 아이템 보유 상황을 철저히 공유한 이후 화염병, 수류탄, 섬광탄을 번갈아 넣으면서 적을 옥죄어간다.

교전 중 일어난 킬 로그를 정확히 기억하는 것 또한 강점이다. 아무리 매복을 하고 존재감을 지워도 남아 있는 적 팀의 생존 인원이 맞지 않는다면, 주변 정찰을 꼼꼼히 진행해서 변수 자체를 주지 않는다. PCS 3 EU 첫 번째 미라마 매치를 복기해보면, 전방에 달려드는 팀 솔로미드(TSM)의 침입을 빠르게 정리한 이후, 디지털 애슬래틱스(DA)의 마지막 생존자 ‘스매시배’ 푸르칸 샨르의 매복에 대비하는 모습까지 보여줘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고 평할 수 있겠다.

변수가 있다면 오랫동안 스타팅 멤버로 활약한 ‘퍼펙틱스(Perfect1ks)’ 드메트리 드베뉴크가 함께 하지 못하는 이슈가 발생해, 100% 호흡을 발휘할 수는 없다는 점과 전 세계 팀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매치 참가 경험이 다른 팀들에 비해 현격히 부족하다는 점은 초반에 버투스 프로의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버투스 프로의 랜드마크: 에란겔은 유동적으로 내릴 것, 미라마는 산 마틴 일대.

총평

에란겔 랜드마크를 유동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팀이기 때문에, 이 팀의 에란겔 첫 낙하가 전체 구도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듯. 주력 스쿼드가 아니지만, 다른 여러 팀에서 활약한 ‘히루젠(H1RUZEN)’ 라마잔 발리울린이 ‘퍼펙틱스’ 대신 출전하게 됐다. 유럽 지역을 대표하는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이기 때문에 끝까지 방심해선 안 될 상대다.

‘지수보이 ’김지수 e스포츠 해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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