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관심 없다, 서울을 가능성의 도시로"

박소희 2021. 2. 5.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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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첫 여성 서울시장' 꿈꾸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소희, 김성욱, 남소연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웃고, 차분하고, 단호했다가 다시 웃고, 진지하고, 적극적이고... 1시간가량의 인터뷰 내내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표정은 변화무쌍했다. 다양한 표정의 원천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그리는 꿈 때문이었다.

3일 오후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박영선 전 장관 역시 "여성이 행복한 서울시정이 이번 시장의 사명감"이라며 "최초의 여성 시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 된다. 서울이 가능성의 도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이 말하는 '가능성의 도시, 서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금은 비전을 갖고 싸워야 한다"며 '21분 컴팩트 도시'를 제안한다. 

현재 서울은 종로·여의도는 사무지구로, 명동·신촌 등은 상업지구로, 창동·은평 등은 주거지구(베드타운)로 나뉘어 있다. 박 전 장관은 이런 구분을 허물어 21분 생활권 안에서 일·생활·여가까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 그는 생활권마다 주거공간과 스마트팜, 공원 등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수직정원도시'를 만들어 서울의 새로운 브랜드로 키워내겠다고 자신했다.

보궐선거 책임에, 집권 5년 차 상황이라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이번 선거가 쉽지 않은 싸움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은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유보층이 굉장히 많다"며 "저는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 '좋네~'라며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야권이 주장하는 '여권 심판론'도 "낡은 구도"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간 단일화 논의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했다.

"저는 별로 관심 없다. 지금 국민의힘과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시민들이 원하는 단일화가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단일화다. 그런 단일화는 사실 오래가지 못한다. 철학이 다르다."

"이번 시장의 사명감이 '여성 행복 서울'... 제가 상징될 것"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 오랫동안 고심하다가 등판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게 직접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했다고도 들었는데, 고민을 많이 한 이유가 궁금하다.

"중기부 상황 때문이었다. 설 전에 버팀목 자금을 차질없이 지급해야 했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용 주사기 공장을 찾아서 매달 1000만 개씩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공장'을 만드는 일이 다급했다. 또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의 바이오혁신공장 투자 초기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다른) 후보가 있다면, 제가 중기부 장관을 계속 하는 것도 생각했다. 

하지만 1월 초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같은 게 나빠졌다. 또 김동연 부총리가 사회 혁신은 많이 생각해봤는데, 서울 문제로 국한해선 그렇지 않다는 점을 (스스로) 마음에 걸려하는 것 같았다. 이런 상황들이 겹치면서 '더 이상 다른 선택은 없겠구나' 싶었다. 제가 잘못하다가는 (김 부총리한테 선거에) 나가시라고 했다가 미안해지는 일이 있을 수도 있겠더라. 결국 제가 당을 위해 출마하기로 했다." 

- 박원순 시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치르는 선거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피해자에게 사과가 필요하면 더 해야 한다'고도 했고, 일각에선 이번 선거가 (성인지 감수성이 강조되는) '젠더 선거'라며 여성 후보가 강점이 있다고도 말한다. 동의하는가.

"제가 만 22살부터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했는데, 마음의 상처가 있으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생활하는 여성이 아직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가 외로움이고, 마음의 고통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되고, 또 '여성이 행복한 서울'을 만드는 게 이번 시장의 사명감 중 하나라고 본다. 그럼 그 사명감을 무엇으로 표현할까? 최초의 여성 시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선거판의 또 다른 프레임이 야당에서 제기하는 '여권 심판론'이다.

"심판론 자체가 굉장히 낡은 구도다. 지금은 누가 누구를 심판할 때가 아니고 거의 100년마다 한 번씩 찾아오는 기술 대전환 시대, 사회변혁의 대전환 시대다. 비전을 갖고 싸워야 한다. 100년 전 마차에서 자동차로 기술이 바뀌면서 도시 자체가 자동차 중심 도시가 됐다. 지금은 자동차가 자율주행차로 변화하는 시대다. 또 5년 안에 플라잉카 시대가 온다고 한다. 이 대변혁을 준비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과 수도 서울을 위해 해야 할 일이다. 심판한다고 무엇이 되나.

중기부 장관 하면서 2020년도 예산심사 때 스마트 상점 예산을 많이 반영했다. 그런데 당시 나경원 (옛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인데, 야당에서 예산의 절반 이상을 깎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소상공인들이 무슨 스마트 상점을 하냐'더라. 또 '선거가 있으니 소상공인에게 예산을 주면 안 된다'고 했다. 이것과 '여권 심판론'이 뭐가 다를까. 말로는 소상공인을 위한다면서 실질적인 것은 하지 않는다. (여권 심판론도) 프레임 자체가 낡고 비전이 없지 않은가. 맨날 옛날 얘기만 하고, 뻑하면 색깔론, 그건 아니지 않은가. 1980년대식이지 않나."

생활과 미래가 만나는 21분 도시 서울... "이거, 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 서울시정 얘기로 들어가면, 어쨌든 박원순 시장이 오랫동안 일했다. 이어갈 점과 개선할 점들이 있을 텐데.

"박원순 시장은 생활형 시장이었다. 복지문제나 따릉이 등 생활에 밀착된, 아기자기한 정책들을 굉장히 많이 펼쳤고 시민들이 호응했다. 하지만 3기에서는 좀 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펼치려고 하다가 거기서 멈췄다. 지금은 대전환 시기이고, 그게 필요하다. 제가 이를 관통하는 여섯 글자, '서울시 대전환'을 출마의 변으로 삼은 이유다. 그럼 어떻게? '21분 컴팩트 도시'로 하겠다."

- 미래 비전이라는 개선할 점, 생활형이라는 이어갈 점이 연결되는 걸 '21분 컴팩트 도시'로 이해하면 될까.

"저는 서울을 21개의 거점으로 나눠서 재편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사람이 21분 걸으면 약 2km다. 이 기준으로 서울을 나눠보니 21개의 핵을 만들면 되겠더라. 박원순 시장 시절에 '10분 동네' 사업을 했는데 이건 너무 많은 핵을 만들어야 해서 확산이 잘 안 됐다. 그런데 '21분 도시'를 만들면 이 안에 병원, 일자리, 집도 있고 출퇴근, 통학, 여가생활 등이 다 해결된다. 이 다핵화가 결국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부동산도 해결하고, 소상공인 상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파리 하면 에펠탑' 같은 도시의 상징을 무엇으로 할까? 바로 '수직정원도시(Vertical garden city)'다. 하늘을 향해서 빌딩을 세우고, 거길 돌면서 올라가는 동안 운동도 하고, 1인 가구 또는 2인 가구가 살고, 스마트팜도 만들면 어떨까? 나무도 심으면 5천 그루 정도 들어간다. 탄소제로로 가는 단추도 채우는 셈이다. 이걸 서울 곳곳에다 만들어서 '서울 하면 수직정원도시'로 브랜드화하고 싶다."

- 제법 오랜 시간 구상한 내용 같은데.

"저만의 아이디어는 아니다. 다보스 포럼에서 만난 한국인 건축가의 구상이었다. 이분이 수직정원도시로 바람길을 만들어서 서울의 공기를 바꾸고 싶은데, (여러 곳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제가 여기에 주거공간을 넣어보자, 스마트팜을 넣어보자 아이디어를 내서 완성된 형태가 지금 이 그림이다. 저는 이거, 가능성 있다고 본다. 

오늘(3일) 서울시 환경미화원 노조 가서 설명드렸더니 눈이 반짝반짝 빛나더라. 도로 청소하는 분들인데, 미세먼지가 없어지잖나. 본인들 작업환경과 직결되는 문제다. 또 '무주택자 대상으로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평당 1000만 원씩 2억 원에 공공 분양할 테니 들어와서 사세요'라고 했더니 다들 좋아했다. 

누군가는 화려하다는데, 아니 서민은 화려한 곳 살면 안 되나? 저는 디자인도 젊은 분들 좋아하는 형태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건축비는 좀 더 들어간다. 하지만 그 비용으로 거기 사람들에게 즐거움, 산뜻함을 주면서 얻는 가치가 훨씬 크다. 즐거운 도시가 성공한다."

- 미래 비전말고 당장 시급한 문제가 코로나 상황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소상공인 피해보상 문제가 다뤄지고 있는데, 서울시장 후보 중에서도 우상호 의원은 당선되자마자 100만 원씩 지급, 나경원 전 의원은 초저금리의 '숨통트임론' 공약을 내놨다. 박영선만의 대책은 무엇인가.

"제가 왜 그렇게 얘기를 안 하냐면, 빅데이터에 답이 있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할 당시 소상공인 매출이 (평소의) 60% 밑으로 떨어졌다. 8.15 집회 후 새희망 자금을 지급했을 때는 75%선이었고. 그걸 재난지원금, 대한민국 동행세일 등으로 95%까지 회복했는데 (3차 대유행으로) 75~80%까지 떨어졌다. 저는 이 정도 선에서는 선별지급이 맞고, 60%대까지 떨어지면 보편지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은 데이터를 보고 하면 된다. 구호처럼 외친다고 되지 않는다.

또 어제는 (코로나 이후를 대비한) 소상공인 구독경제 구축 공약을 발표했다. 시민들은 싸게 구입하고, 소상공인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한다. 꽃배달, 반찬, 밀키트 등 다양한 구독경제가 가능하다. 우리집은 세탁물 서비스를 한 달에 일정금액 내면 와이셔츠 몇 벌씩 해주는 구독경제를 이용하고 있다. 굉장히 편하다. 또 소상공인들은 배달이나 1인가구 맞춤형 포장 등을 하려고 해도 힘들다. 공유식품공장, 배송 등 플랫폼을 시에서 구축, 생태계를 만들려고 한다."

- '여성 시장'이란 상징성말고 어떤 성평등 공약을 고민하고 있나.

"제가 처음으로 여성 시장이 된다면, 서울도 가능성의 도시가 된다. 여성들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또 그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자산 2조 원 이상 주권상장법인의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로 구성하지 않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처럼 서울시 각 분야에서도 (일종의 할당제를 운영해) 여성 리더가 많이 나오게끔 해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다."

"저처럼 선명한 사람, 재벌·검찰개혁 이룬 사람 있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전국 특산물 지역상생 거점공간인 상생상회에서 시장바구니를 들고 농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 당내 경선부터 치러야 한다. 한 인터뷰에선 "원조 친문"이라고도 했는데, '친문 경쟁'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그건 제가 질문에, 있는 그대로 사실을 얘기한 건데(웃음). 저는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모시고 다녔고, 또 국무위원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한 유일한 후보다."

- 경쟁자 우상호 후보는 개혁·진보 성향을 강조하는 반면 박 후보는 '더 품이 큰 민주당'을 말하고 있다. 2일 "금태섭 전 의원과 대화하고 싶다"는 것도 같은 맥락인데, '확장성'을 '보수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당이 더 선명해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저처럼 개혁에 선명한 사람이 있을까요? 그러니까 선명하게 개혁하면서 품을 수 있으면, 제일 좋다. 제가 금산분리법 통과시키고, 경찰에 수사개시권 부여하고, '경찰은 검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법조문에서 '명령, 복종'을 뺀 사람이다. 이렇게 확실하게 재벌개혁, 검찰개혁 이룬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저는 그런 실적이 있는 사람이다. 

또 민주당 출신의 어떤 후보와 대화하는 건 할 수 있지 않은가? 예를 들면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 출신은 아니다. 민주당에 잠깐 놀러왔던 분이다. 김종인 위원장도 아니다. 그분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때때로 이 집 저 집 방문하는 분이지, 누가 그분을 민주당 출신이라고 얘기할까? 하지만 조정훈 의원은 민주당 출신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에 입당도 했고, 세계은행 근무할 때부터 알았다. 기본소득에 관한 의견도 교환했다."

- '21분 컴팩트 도시'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하려면 적어도 5년 이상 필요하지 않을까.

"서울 전체를 하려면 그렇다. 하지만 여의도를 하는 건 1년 남짓이면 된다. 이미 공원이 있고, 주변 도로 막고, 지하도로 올라오는 차선을 조정하면 된다."

- 그게 되고 나면, 2022년 지방선거는 안 나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나간다(웃음). 이번 시장은 5년짜리 시장이다."

- 지난 1일 민주당 국민면접에서 '무티(Mutti·독일어로 엄마) 리더십'을 얘기하기도 했는데, 여성 리더십 중 롤모델을 꼽는다면?

"제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무척 좋아한다. 2017년 12월에 독일에서 만났는데 당시 메르켈 총리 보좌진들이 '다음번 서울 시장이 될 확률이 높다' 이렇게 써줬나 봐요. 메르켈 총리가 저를 보자마자 '넥스트 메이어, 우먼 파워(Next mayor, Women power)!'라고. 그분이 우먼 파워를 굉장히 중요시 여겼다. 그때 참 많은 걸 배웠다. 굉장히 따뜻한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오랫동안 만난 사람처럼 대해 주더라. '아 저게 메르켈 총리가 롱런하게 했던 무티 리더십이구나'를 많이 느꼈다."

- 한국의 메르켈이 되겠다?

"글쎄,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웃음)."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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