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년 무주택에 청약 고점인데.." 2·4 대책에 120만명 절망

안장원 2021. 2. 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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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노트]
정부, 공공 주도로 도심 주택공급 확대
재건축·역세권 등에서 공공분양 많아져
청약저축·종합저축으로 청약자격 제한
정부는 공공 주도로 주택공급을 대폭 확대해 공공분양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서울 중구 남산서울타워에서 바라 본 도심 아파트 일대. [뉴스1]

“20년이나 무주택으로 살며 청약점수를 쌓아왔는데….”

50대 초반 김모(서울 거주)씨는 4일 발표된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인 확대방안’ 부동산 대책을 보고 허탈해했다. 도심에서 새 아파트 분양을 받을 길이 더 좁아져서다. 그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 둘 등 부양가족을 3명 두고 있다. 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 등으로 계산한 청약점수가 69점이다.

김씨는 “청약점수로 당첨자를 뽑는 민영주택 물량이 계속 줄면서 인기 지역 당첨 커트라인이 올라가 속상한데 이제 신청할 수 있는 물량이 더 줄어드는 거냐”고 말했다.

정부의 2·4대책 후폭풍이 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를 덮쳤다. 이번 대책으로 청약통장의 쓸모가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32만 가구, 전국 83만 가구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재건축·재개발·역세권 등의 공공 시행 물량이 서울 21만 가구, 전국 33만 가구다. 임대주택·공공자가주택을 제외하고 전체 물량의 70~80%를 분양주택으로 공급한다. 이중 우선공급권을 받는 주민 등의 몫을 뺀 나머지가 일반분양분이다. 업계는 분양주택의 절반 이상을 일반분양분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일반분양 아파트 성격이 상당부분 공공분양이 될 수 있다. 공공이 시행해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이 위례신도시와 같은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와 같다.

문제는 공공분양에 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의 청약자격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공공분양 전용 85㎡ 이하는 청약저축·종합저축 가입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 당첨자 선정은 청약저축액 순이다. 85㎡ 초과는 청약예금 대상이다.

청약통장

그동안 주로 공공택지에 나오는 공공분양 외에는 민간이 짓는 민영주택이었다. 종합저축과 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가 신청했다. 청약저축은 청약예금으로 전환하면 민영주택에 신청할 수 있다.

민영주택은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으로 매긴 청약점수(84점 만점)로 당첨자를 가린다. 전용 85㎡ 이하는 100%, 85㎡ 초과는 절반이 청약가점제 대상이다.

청약저축에서 청약예금으로 바꾸더라도 청약저축 가입 기간을 그대로 인정받는다. 무주택 기간이 길고 부양가족 수가 많으면 높은 청약가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청약예금이나 청약부금은 청약저축이나 종합저축으로 바꿀 수 없다. 기존 통장을 해지하고 종합저축에 새로 가입하는 형식이어서 청약저축액을 0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공 주도에 따라 도심도 공공분양 위주로 공급되면서 청약예금·청약부금 가입자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가 공공이 시행하는 재건축 등 단지를 분양받으려면 전용 85㎡ 초과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 85㎡이하보다 물량이 적은 데다 가점제도 절반만 해당해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청약점수 고점자가 유리한 민영주택 물량은 계속 줄어들었다. 정부는 청약점수가 낮은 30대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청약점수와 상관없는 특별공급 물량을 늘려왔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민영주택에 없던 생애최초 특별공급도 신설했다.

특별공급 확대로 일반공급 물량이 줄며 과천지식정보타운 등 인기 지역에선 청약점수 커트라인이 70점대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청약부금·청약예금 가입자가 120만 명이다. 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만 97만 명이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정부가 더 많은 무주택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청약 문턱을 낮추면서 청약예금·청약부금 가입자는 배려하지 않아 이들의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공공분양 일반공급물량의 30%에 추첨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청약저축액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당첨자를 뽑는다. 추첨제 자격은 무주택 기간 3년 이상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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