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백신, 美노스캐롤라이나서만 1100명분 버려져
남은 백신 처리에 대한 기준 없어
인종·계층별 접종률 차이도 많이 나
"NBA 선수들 먼저 맞히자"는 제안도
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인 미국에선 지금 전국적으로 하루 425만 회의 백신이 접종되고 있다. 초기에는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더니, 그래도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기준 총 3500만 번의 주사가 미국인들의 팔에 꽂혔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백신 접종이 궤도에 오르면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달 말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되는 한국에서도 참고할만한 미국의 현재 고민 3가지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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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백신 어떻게?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은 냉동·냉장 보관이 필수다. 특히 상온에서 한 번 약병을 열면 오래 놔둘 수 없다. 화이자 약병 하나엔 5회 분량이, 모더나 약병엔 10회 분량이 들어있다. 그런데 사용하기에 따라 1회씩의 분량이 더 나오기도 한다. 또 접종을 예약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거나, 접종 마감 시간이 끝나면 불가피하게 백신들이 남는다. 엄밀히 모두 폐기 대상이다.
NBC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에서만 이렇게 버려지는 코로나19 백신이 지금까지 1100명분이 넘었다. 그러자 지난 2일 맨디 코헨 주 보건장관이 직접 나서, "우선 접종 대상자를 추가로 찾아본 뒤 없으면 주변의 누구에게라도 백신을 놔 주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주변의 누구'가 문제다. 실제로 접종소마다 진을 치고 남는 백신을 기다리는, 이른바 '백신 헌터'들에게 주사를 놔주는 곳도 있는 한편, 주변의 경찰서·소방서에 연락해 필수 인력들에게만 접종 하는 곳도 있다. 그냥 백신 접종하는 기관이 알아서 하라고 책임을 던져놓은 곳도 있다.
NBC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쓰고 남은 어린이 백신에 대한 처분 규정은 있지만, 성인용 백신에 대해선 없다"며 지금이라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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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두 번 맞아야 하나?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각각 최소 3주와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한다. 그러자 일단 접종자 수를 늘리기 위해 1차 접종 후 2차 접종 시기는 좀 더 미루자는 주장이 나왔다. 한 번만 맞아도 일단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연구진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을 1회만 맞아도 21일간 90%의 면역 유지 효과를 나타냈다고 3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러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2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2차 접종을 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지만, 최적의 효과를 보지 못할 때 역설적으로 더 많은 변이를 택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효과가 어설픈 상황에서 오히려 약효를 피해 가는 '도피 변이'를 만들어 백신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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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이 먼저?
아직 자료가 완전하지 않지만, 초기 백신 접종 현황을 분석해 보니 인종별·소득수준별로 확연히 결과 차이가 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흑인 인구가 44%에 달하는 필라델피아에서 백신 보급 첫 주, 접종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흑인의 비율은 12%에 그쳤다. 또 소득 수준이 낮은 곳의 접종소에는 지역 주민보다는 인근 부유한 마을의 백인 주민들이 건너와 접종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NYT는 보도했다.
줄 서서 주사를 맞으러 갈 시간도 부족하지만, 흑인 커뮤니티의 백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이런 상황에 한몫하고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1980년대 프로농구 스타 카림 압둘 자바는 NYT 칼럼을 통해 르브론 제임스나 스테픈 커리같은 NBA 선수들에게 우선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주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당연히 우선 접종대상이 아니지만, 이를 통해 현재 가장 접종률이 저조한 '35세 이하 흑인'들을 접종소로 이끌 수 있을 거란 이야기다.
1956년 엘비스 프레슬리가 TV를 통해 소아마비 백신을 공개 접종했던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4년 뒤 한해 소아마비 발생 비율은 90%나 떨어졌다. '유명인 특혜' 시비가 나올 수 있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흑인 사망자 수가 다른 집단에 비해 현저히 높은 상황에서 고민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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