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오목과 체스

2021. 2. 5.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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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기도, 바둑도, 체스도 둘 줄 모른다.

셋 다 배우기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바로 포기했다.

그런데 어린 환자들과 놀이치료를 할 때면 알까기로만 버티기엔 멋쩍은 나이가 돼서인지 슬슬 장기나 바둑, 체스 같은 걸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떤 영역, 어떤 수준이든 자기만의 세계를 만끽하는 이들의 모습은 비록 온라인일지언정 보는 이에게도 분명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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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민 의사·교수


나는 장기도, 바둑도, 체스도 둘 줄 모른다. 셋 다 배우기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바로 포기했다. 도무지 그 복잡한 규칙을 염두에 두고, 상대방의 수까지 예측하면서 즐길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대신 간단한 규칙과 힘 조절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오목이나 알까기 정도가 내 한계치였다. 아마도 내게 취미생활이란 에너지를 그다지 안 쓰면서도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일 듯하다. 평생 의사라는 꿈 하나에만 매달리기에도 버거운 내 조막만한 뇌 용량으로는, 공부 외의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고 즐긴다는 것이 꽤나 어려웠던 것이다.

그런데 어린 환자들과 놀이치료를 할 때면 알까기로만 버티기엔 멋쩍은 나이가 돼서인지 슬슬 장기나 바둑, 체스 같은 걸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엔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었지만,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게 새로운 무언가에 다시 한 번 몰입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이런 뜬금없는 생각은 중년의 위기에 올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이런저런 한계에 부닥친 이들이 자신의 취미생활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포스팅한 것들을 보다 보니 생겨난 것 같다.

지인들의 취미 영역은 내 얄팍한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단순한 놀이부터 운동, 예술 분야까지 광범위했고, 그 수준 또한 완전히 초보부터 거의 장인급에 이르기까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어떤 영역, 어떤 수준이든 자기만의 세계를 만끽하는 이들의 모습은 비록 온라인일지언정 보는 이에게도 분명 즐거움을 주는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공부할 때가 가장 즐겁다는 은사님의 족적을 갑자기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건강한 놀이와 몰입의 즐거움으로 뇌를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건강 관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지러운 시대라지만 언제는 아니었던가. 지금이라도 한번 꿈꿔보자. 잠시라도 온전히 나만의 순간으로 남을 건강한 몰입의 시간을.

배승민 의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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