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ㄴ자만 떼자고 했는데 여기까지.. 진짜로 졸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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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던 3일 만경평야를 가로질러 전북 김제 심창초등학교를 찾았다.
6학년 교실에서 늦깎이 초등생들을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할머니들은 "지난 시간들이 꿈만 같았다"며 "6년간 정말 즐겁게 지냈다"고 입을 모았다.
서공순 할머니는 "아침마다 설렜다. 화장을 하고 등교해서 언니들 만나고 공부하는 게 이렇게 재밌는줄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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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서면 깜빡, 수학이 어려워"
4명 모두 내달 만경여중 입학
"선생님들 애통터지게 할까 걱정"
입춘이던 3일 만경평야를 가로질러 전북 김제 심창초등학교를 찾았다. 6학년 교실에서 늦깎이 초등생들을 5년 만에 다시 만났다. 박금옥(72) 정안순(73) 권금순(68) 서공순(68) 할머니. 이들은 2015년 3월 다른 동기생 2명과 함께 1학년에 입학했다. 손주 같은 어린 학생들과 알찬 학창시절을 보내고 마침내 오는 9일 졸업장을 받는다.
“어서 오세요. 우리 진짜로 졸업해요. 진짜로….”
할머니들은 “지난 시간들이 꿈만 같았다”며 “6년간 정말 즐겁게 지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난생 처음 한글을 배우고 수학도, 영어도 배웠다.
서공순 할머니는 “아침마다 설렜다. 화장을 하고 등교해서 언니들 만나고 공부하는 게 이렇게 재밌는줄 몰랐다”고 말했다. 권금순 할머니는 2학년 때 간 제주도 체험학습에서 감귤을 땄던 경험이 제일 신났다고 했다.
“처음 ‘ㄱ’ ‘ㄴ’자만 떼자고 했는데, 여기까지 왔어요.”
박금옥 할머니는 “친구들 만나서, 선생님 만나서 정말 즐거웠다”고 했다. 서 할머니는 “선생님들이 욕보셨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할머니들의 학업 과정이 소문나면서 심창초교엔 할머니 신입생이 계속 들어왔다. 현재 5학년에 3명, 4학년에 2명 등 모두 9명으로 전교생 18명의 절반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에게 수학은 여전히 어려웠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과 아픈 몸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이겨냈다. 할매 4명은 동기생인 김성현(12)군과 함께 ‘빛나는’ 졸업장을 받는다. 새달에는 모두 만경여중에 입학할 예정이다.
김병윤(60) 교장은 “(할머니들이) 다른 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셨다”며 “늘 건강하시라”고 기원했다.
할머니들에게 아쉬움과 걱정도 있다. 몸이 불편했던 동기 1명은 중간에 학교를 그만뒀고, 1명은 1년을 쉬어 후배가 됐다. 박 할머니는 “선생님들을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니 너무나 서운하다”며 “눈도 어둡고 다리도 아파 제대로 진학할 수 있을지도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서 할머니는 “중학교 선생님들 애통 터지게 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끝자락, 농담 섞인 인사말을 건넸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중학교 마치고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도 진학하는 게 어떠시겠어요.”
“아이고 거시기혀….” 교실에 또 한아름 웃음꽃이 피었다.
김제=글·사진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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