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판사 위헌 행위, 국민적 심판' 내세워 일사불란 통과

강준구 2021. 2. 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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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를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명백한 위헌 행위이며, 이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필요하다는 점을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안 표결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헌정사상 첫 판사 탄핵소추가 사법의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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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결의 1주일 만에 본회의서 처리
이낙연 "첫 판사 탄핵 사법 발전 기여하길"
야당·시민사회, 사법부 독립성 위축 우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왼쪽) 의원과 박주민 의원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찾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 소추를 속전속결로 밀어붙였다. 지난달 28일 탄핵 소추 결정 이후 1주일 만에 탄핵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명백한 위헌 행위이며, 이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필요하다는 점을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안 표결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사회에선 이 같은 거대 여당 주도의 법관 탄핵 추진이 사법부 독립성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권 입맛에 맞지 않거나 여권 인사들에 대한 불리한 판결을 막기 위한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것이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탄핵 소추를 계기로 향후 재판관들이 법이 아니라 정치 상황과 여론을 의식해 재판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가 헌법에 규정된 ‘법관 독립성 침해’로, 입법부가 견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이탄희 의원은 4일 본회의장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탄핵 소추의 진정한 실익은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국민과 함께 확인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헌정사상 첫 판사 탄핵소추가 사법의 발전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임 판사가 다른 법관의 재판 독립성을 해친 일을 법원 스스로 헌법 위반으로 판단, 법관대표회의는 탄핵소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의결한 것은 국회의 의무였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법원이 임 부장판사의 위헌을 적시하면서도 징계시효 경과를 이유로 징계를 못 했기 때문에 국회가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하고자 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졸속탄핵’ ‘사법붕괴’ 등이 적힌 피켓을 투명가림막 위에 붙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7시간’을 다룬 일본 산케이신문 기사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재판부에게 ‘기사가 허위’라는 취지로 지시한 혐의 등을 받았다. 1심 재판에선 무죄를 받았으나 재판부는 그의 행동에 대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시했다. 또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도 대상자는 특정하지 않았지만 국회가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민주당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보다 임 부장판사의 녹취 행위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징계 전에 사표를 내서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는 공직사회의 잘못된 관행”이라며 “녹취록 역시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릴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앞세운 명분과 달리 여당의 급선회 행보는 결국 4월 재보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선 법관 탄핵은 촛불혁명 완수이며, 사법농단 적폐 세력을 척결하는 것이라는 당내 강경파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도부 역시 투표율이 낮아 지지층 결집이 중요한 재보선을 앞두고 손익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강성 지지자들이 바라는 탄핵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내부 역풍에 부딪혀 선거에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결론이 내려진다는 점에서 정치적 책임이 크지 않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또 탄핵 추진으로 최근 북한 원전 추진 의혹 등으로 불리해진 정국 상황을 전환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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