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고, 녹취 공개되고, 거짓말 한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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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임 부장판사 측 대리인이 공개한 음성파일과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22일 면담에서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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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불분명.. 송구" 하루 만에 번복
"사법부 문닫을 판" 법원 내부 침통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임 부장판사 측이 4일 오전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사표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는 김 대법원장 육성이 담긴 음성파일 등을 공개하면서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이를 사실로 인정하고 “송구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사법부 수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고법 부장판사가 수장을 믿지 못해 녹취를 한 끝에 마침내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경에 법원은 아연실색했다.
임 부장판사 측 대리인이 공개한 음성파일과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22일 면담에서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표 수리 등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정치적인 상황 등 여러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는 ‘법관 탄핵’을 약속했던 판사 출신 이탄희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1대 국회에 입성한 직후였다.
대법원은 전날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탄핵 문제를 이유로 사표를 반려한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자 임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사실과 다른 발표를 했기에 부득이 사실확인 차원에서 입장을 밝힌다”며 사표는 대법원에 보관돼 있고, 탄핵 관련 발언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진실 공방은 녹취록 공개로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탄핵이라는 제도 있지.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정치적인 것은 또 상황이 다른 문제니까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보니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 사직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녹음자료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의혹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탄핵당할 게 두려워 연임 신청을 포기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 30년을 맞은 올해 10년마다 해오던 재임용 신청을 포기했다. 임 부장판사 측은 “수사·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3년째 재판 업무에서 배제돼 있는 상황에서 법관직을 유지하는 건 국민과 사법부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헌정사 초유의 법관 탄핵소추 의결에 이어 사법부 수장의 거짓 해명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법원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사법부가 완전히 문을 닫을 상황이 됐다. 앞으로 어떻게 재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퇴근길에 “법관 탄핵소추 절차가 이뤄졌다. 안타까운 결과”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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