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학적 근거 없는 '동성애 성향 뇌구조론'

2021. 2. 5.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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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는 유전이 아니다 <5>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주장 중의 하나는 두뇌와 관련된 이론에서 나왔다. 수정란이 자라 두뇌가 형성되는 시기에 호르몬 이상으로 동성애를 하도록 만드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추론에는 임신 기간 중 동성애 성향의 두뇌가 만들어진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그리고 그 두뇌가 평생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이 들어있다.

1991년 동성애자인 리베이는 성적 행동과 관련된 두뇌 부분인 INAH를 조사해 유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두뇌 조직은 대도시 병원에서 죽은 41명에서 선택했다. 표본은 남성 동성애자, 남성 이성애자로 추정된 자, 여자였다.

리베이는 INAH를 네 부분으로 나눠 비교했는데, 남성 동성애자의 INAH3가 여성과 비슷하고 남성 이성애자보다 작았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이용해 성적지향(동성애)이 생물학적 기본 구조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사이언스’의 같은 호에는 이것과 관련된 글이 2개 실렸다. 하나는 ‘뉴스와 코멘트’에 실린 ‘동성애는 생물학적인가’란 제목의 글인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두뇌에 대한 새 연구는 그 답이 옳다고 하는 것 같다. 이번 ‘사이언스’에서 동성애의 적어도 일부는 생물학적인 현상이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사이언스’에 실린 글은 반대 성을 닮은 두뇌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동성애를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리베이 논문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첫째, 남성 이성애자가 진짜 이성애자인지 알 수 없었다. 남성 이성애 추정자 16명 중 6명이 에이즈로 사망했는데, 남성 이성애자가 에이즈로 죽을 확률은 매우 낮다. 따라서 이성애자라고 추정한 남성 중 에이즈로 죽은 사람은 동성애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INAH3 경계를 구별하기 어려워 연구자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셋째, INAH3 크기가 동성애를 하게 했는지, 혹은 동성애자로 산 결과 INAH3 크기가 작아졌는지 알 수 없다.

둘째와 셋째 문제점은 리베이 논문에서 언급했고, 세 번째 문제점은 ‘뉴스와 코멘트’에 언급됐다.

리베이 논문이 나온 지 10년 후인 2001년 바인 등은 여성 이성애자, 남성 이성애자, 남성 동성애자로 구성된 82명을 선택해 INAH 네 부분의 크기, 신경세포인 뉴런 수 등을 조사했다. 남녀 이성애자는 에이즈에 걸리면 INAH3 크기가 작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 동성애자는 모두 에이즈에 감염됐다. 그러기에 리베이의 연구결과처럼 남성 동성애자의 INAH3 크기가 남성 이성애자보다 작고 여성보다 컸지만, 에이즈 때문에 작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 INAH3의 뉴런 수를 측정하니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지만, 남성 동성애자는 남성 이성애자와 비슷했다. 그래서 바인 등은 동성애자의 INAH3 크기가 작은 이유를 후천적 영향으로 봤다.

그동안 인간 두뇌의 남녀 차이에 대해 일치된 결과를 낸 유일한 부분은 INAH3인데, 여기서도 동성애와의 관련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

1992년 알렌 등은 양쪽 뇌를 연결하는 앞 연결부 단면이 남성 동성애자는 여성처럼 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002년 라스코 등은 성적지향에 따른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1997년 비숍과 왈스텐은 양쪽 뇌를 연결하는 뇌량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12년 동안 49회 조사를 종합한 결과 남녀 차이는 없었다.

90년대 동성애자 두뇌가 반대 성을 닮았음을 뒷받침하는 논문들이 다수 발표됐다. 하지만 최근 그 연구 결과가 모두 번복됐다. 그러므로 동성애자 두뇌가 반대 성을 닮아 어쩔 수 없이 동성애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문은 없다.

최근 과학계는 두뇌 구조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 아니며, 학습 경험 등에 의해 개발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동성애가 선천적으로 두뇌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

길원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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