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삼킨 축제..'사람 반 산천어 반' 빙판엔 한숨만

박진호 2021. 2. 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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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끊기고 빙어 등 판로 막혀
화천·인제 상인 "하루 번 돈이 만원"
해맞이 행사 못해 과메기도 타격
100만 매화축제 취소, 봄까지 피해
올해 강원 화천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산천어축제를 열지 못했다. 박진호 기자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선등거리. 매년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겨울이면 2만5000개의 산천어등이 불을 밝혔던 거리 곳곳이 썰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겨서다. 화천시장 안에 들어선 식당과 과일가게, 전과 떡을 파는 가게에서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 이옥수(83·여)씨는 “시장에서 30년 넘게 전집을 해왔는데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군장병 외출·외박이 막히고 산천어축제까지 취소되면서 종일 나와 있어 봐야 1만~2만원 파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겨울축제가 지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 주민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잇따른 축제 취소로 관광객이 끊기자 “경제적 버팀목이 사라져 지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겨울축제 취소로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곳은 화천군이다. 매년 산천어축제 때 150만명 이상이 찾아 2800억원의 직간접 경제 유발효과를 냈던 게 사라졌다. 화천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56·여)씨는 “매출이 3분의 1로 줄다 보니 직원 월급을 줄 돈이 없어 혼자서 손님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1월 산천어축제장인 화천천에 관광객이 몰린 모습. [연합뉴스]

겨울철이면 전국 축제장과 식당에 빙어를 공급하던 내수면(內水面) 지역 어민들도 발을 구르고 있다.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서 빙어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은 60여명. 이들은 겨울철 3개월 동안 빙어를 축제장 등에 공급해 1000만~2000만원의 수익을 올려왔다.

하지만 매년 1월에 열던 인제 빙어축제가 일찌감치 취소되면서 판로가 막혔다. 평소 1㎏당 1만2000~1만5000원 하던 빙어 가격도 4000~5000원까지 떨어졌다. 어민 김춘수(57)씨는 “1월에 빙어를 한 마리도 팔지 못했다”며 “겨울철에 수입은 없는데 매달 생활비는 나가니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겨울이면 과메기 특수를 누리던 경북 포항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해 해맞이 행사 등 각종 축제가 취소되면서 180곳이 넘는 과메기 가공업체가 발을 구르고 있다. 좌동근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구룡포읍 과메기 상설판매장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과메기 가공업체에서 일하는 1500여명의 종사자가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움츠러든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다 오히려 수억원의 예산만 날리게 된 곳도 있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해 11월 8억원의 예산을 들여 ‘빛축제’ 시설물을 해운대에 설치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단 한 번도 점등하지 못하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빛축제마저 취소하면 지역 상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 최대한 방역을 하면서 전시회 형태로 진행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봄 축제가 많은 전남 지역 곳곳에서도 벌써부터 2년 연속 축제가 취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찾는 전남 광양의 매화축제는 일찌감치 취소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2019년 134만명이 찾은 광양 매화축제는 봄꽃 개화기의 시작을 알리는 전국 규모의 축제”라며 “광양시는 물론이고 봄꽃 축제를 열었던 전남 지자체 대부분이 축제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천·옥천·포항·부산·광양=박진호·최종권·백경서·이은지·진창일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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