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담병원 만든다고 8090 요양환자 쫓아내나"
15일까지 옮겨라 통보..보호자 반발
"돌봐주던 간호사·간병인과 떨어져"
서울시 "감염자 전담요양병원 필요"
4일 오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본관 건물 앞에 ‘일방적인 강제지정’ ‘대책 없는 강제 퇴원·전원’ 문구가 적힌 붉은색 현수막이 펼쳐졌다. 강남 구립 행복요양병원 보호자 8명이 눈이 쌓인 영하권 추위 속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행복요양병원은 지난달 8일 서울시·중앙사고수습본부에 의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으로 지정됐다. 환자 262명(3일 기준)이 입원 중이지만 오는 15일까지 병실을 비워줘야 한다. 환자·보호자로서는 날벼락 같은 조처다. 보호자들은 찬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부당하다”고 외쳤다.
행복요양병원의 보호자 대표 현모(57)씨는 중앙일보에 “서울시가 지난 1일자로 (전담요양병원 지정과 관련한) 강제시행 명령을 발동했다”며 “4일부터 환자를 소산(퇴원·전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뚜렷한 전원 대책도 없다. 단순히 수도권 내 120여 개 요양병원이 있으니 그쪽으로 옮겨주겠다고 한 상황이다. 시흥으로 갈지, 안산으로 갈지 알 수 없다. 엄동설한에 이 무슨 일이냐”고 말했다. 행복요양병원 내 장기 중증 요양환자는 대부분 80~90대다. 파킨슨병·뇌졸중 등을 앓아 대부분 영양분 섭취를 위한 콧줄을 달고 산다. 전원하게 되면 평소 돌보던 주치의·간호사·간병인과 떨어진다. 보호자들은 환자의 안정이 깨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보호자들은 행복요양병원이 구립이라 믿음이 가고, 시설·환경이 우수한 데다 로봇보조 보행치료나 수중치료 등 특화 프로그램까지 잘 운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환자들은 간병인들을 통해 강제전원 거부서를 작성했다. 200장 이상이 모였다.
보호자들은 “환자에게 간호사·간병인은 가족과 같다”며 “강제 전원은 가족을 두고 혼자 이사하라는 것이다. 외부 시선으로는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비난할 수 있겠지만 우리 부모의 건강이 달린 문제다”고 말했다.
병원 측도 환자·보호자와 같은 입장이다. 장문주 행복요양병원 원장은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으로 전환되면 240명 의료진이 대부분 ‘사직하겠다’고 한다. (서울시·중수본이) 지정을 다시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장 원장은 “서울시는 감염병관리법 37조에 따라 감염병관리기관 지정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조치 대상기관이 병원·종합병원으로 한정돼 있다. 요양병원은 포함되지 않는 등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 지정 전부터 대형 로펌을 통해 법률자문을 받았다. 지정이 취소되지 않으면 행정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윤보영 서울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법적 문제가 없다”며 “감염병 전담요양병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윤 과장은 “현재 환자들이 원하는 병원으로 옮길 수 있게 섭외·이송 등을 지원하고 행복요양병원도 계속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자들이 퇴원을 계속 거부할 시 구체적 대책 마련에 대해 서울시 측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행복요양병원을 포함해 구로구 미소들요양병원, 강남구 느루요양병원 등 현재 중수본이 지정한 코로나19 전담요양병원은 전국에 11곳이 있다. 그중 7곳만이 운영 중이다. 나머지 4곳은 환자·보호자나 병원 측 반발로 아직 문을 열지 못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4곳은 운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조만간 개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은경·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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