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양산·나주 변이 38명 감염, 한 달 만에 확인한 이유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집단 전파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 당국 설명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국한 외국인 1명으로 시작해 동거 가족 등 현재까지 최소 38명에 달하는 이들이 무더기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어쩌다 자가격리자로부터 이런 대규모 전파가 일어났는지, 지표환자(첫 번째로 발견한 확진자)는 한 달 전쯤 나왔는데 이제서야 무더기로 변이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한 이유는 뭔지, 정부의 변이 대응에 빈틈은 없는 건지 등을 추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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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이 37명에게
3일 추가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4명은 모두 지난해 12월 25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입국한 시리아인 A씨로부터 전파됐다.
A씨는 입국 이후 경남 김해시 자택에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격리 해제 전 검사에서 지난달 7일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런 A씨로부터 추가 감염된 이들은 가족과 친척 등 7가구 37명에 달한다. 격리한 2층짜리 단독주택에 다른 동거 가족이 있었다고 한다. A씨는 2층에 있었고, 나머지 가족은 1층에서 생활했다고 주장하지만 당국은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2차 전파가 일어난 것으로 본다.
하필 이 기간 1층의 가족을 만나러 온 A씨의 다른 친척이 있었고 이 친척이 1층 가족과 식사한 뒤 감염돼 다른 가족 모임을 통해 무더기로 추가 전파한 것이다. 이들은 경남 양산과 전남 나주 등 거주 지역은 다르지만 동일한 무역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당국이 3일까지 확인한 변이 감염자는 일단 4명이지만, 당국은 A씨를 포함한 38명 전원이 같은 변이에 감염됐다고 보고있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38건 전수에 대해 전장 유전체 분석을 한 건 아니다. 그러나 변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부 검사 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감염자 모두 역학적으로 선행하는 다른 이력이 없기 때문에 검사하지 않아도 변이에 의한 감염으로 볼 수 있다. 모두 변이로 간주하고 (접촉자 등)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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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지나서야 확인, 왜
지표환자(첫 환자) A씨는 지난달 7일 확인됐는데, 변이 사실을 안 건 이달 3일이다. 한 달가량 걸린 이유는 뭘까. 통상 전장 유전체 분석은 검체를 맡긴 뒤 일주일 정도면 결과가 나온다.
A씨가 애초 전장 유전체 분석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재 당국은 해외 입국자가 코로나로 확진되면 해당 검체를 추가로 분석해 변이 여부를 파악한다. 유행국 5곳 등에서 오는 입국자를 대상으로는 확진 시 전수 분석하고, 이외 일부 위험 국가의 경우 확진자 중 20%가량을 채취해 변이를 확인하고 있다.
그런데 A씨는 이런 대상에 들지 않았다. UAE 입국자에 대해서도 일부 전장 유전체 분석을 해왔지만, 전수로 대상을 넓혀 실시한 건 이달 1일부터라서다. 이 때문에 A씨는 지난해 12월 입국 시 변이에 감염돼 왔지만, 방역망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지역사회 내 집단감염 사례 가운데 일부를 무작위로 선택해 전장 유전체 분석을 하던 중 A씨에게 전파된 가족들의 변이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당국은 “지역사회 감시를 강화하던 중 발견된 사례”라고 설명했지만, 애초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 조사에 틈이 있던 탓에 뒤늦게 발견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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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전파 우려는
당국은 A씨를 연결고리로 한 접촉자 가운데 37명을 빼고 추가 확진자는 없다고 설명한다. 접촉자 전수에 대해 검사가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추가 전파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본다. 감시망을 벗어난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도 작다고 설명한다. 박영준 팀장은 “활동 이력을 봤을 때 집단 내에서만 밀접하게 접촉하고 활동했다. 그 외 지역사회에서의 일반 활동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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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이 관리, 이대로 괜찮나
“변이가 지역사회로 추가 확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당국과 전문가들은 말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내 유입을 완벽히 차단하는 건 어렵다”면서도 “입국자에 대해 입국 전과 후, 자가격리 해제 직전 3차례 PCR 검사가 의무화돼 있기 때문에 자가격리만 최대한 준수한다면 추가 유입과 전파 지연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 보듯 자가격리에서 틈이 생기면, 방역대책이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자가격리자 가족이 어쩔 수 없이 접촉하거나 동거하게 된 경우 본인도 자각겨리자라 생각하고 철저히 수칙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며 “여건이 된다면, 백신 접종이 어느 정도 이뤄질 때까진 입국자들을 시설 격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유행국 입국자에 대해선만 시설 격리한다. 격리 시 동거 가족이 있다면 언제라도 추가 전파될 위험이 있다.
지역사회 내 변이 감염자가 더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규모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줄곧 강조해온 부분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은 확진자의 10%를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를 분석한다. 여론조사 샘플링하는 것처럼 시기·지역·연령·성별로 랜덤(무작위)으로 표본을 뽑아 분석해야 한다. 5%라도 검사를 제대로 하고, 결과에 따라 방역 대응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 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30~40대 젊은층 감염이 많으니, 이들을 중심으로 랜덤 샘플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자가격리 전반에 대한 개선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시설 격리를 더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매일 입국자가 4000명 정도라 14일간 격리가 이뤄지려면 단순히 계산해도 5만6000명을 수용할 시설이 확보돼야 한다. 자원 부족 때문에 여의치 않다”면서도 “모든 것을 검토해 조만간 강화된 추가 대책을 공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장 분석 확대에 대해서도 “민간 의료기관이나 검사기관 등의 협조를 통해 분석 범위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황수연·이우림 기자, 광주=진창일 기자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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