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막장 사법부..대법원장 책임져야

오병상 2021. 2. 4. 20:4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탄핵소추된 판사의 녹취 폭로..막장드라마 같은 사법부
결과적으로 거짓말한 대법원장은 눈치 보지말고 물러나야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4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는데 취재진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1.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판사와 나눈 대화녹취록이 공개됐을 때 귀를 의심했습니다.

설마했는데..진짜였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한편의 막장 드라마가 연상됐습니다. 드라마속 주인공은 임성근입니다.

2.
임성근은 박근혜 시절 잘 나간 판사였습니다.

그는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요구를 충실히 따랐습니다. 그래서 2015년 세월호관련 재판에 개입했습니다.

그런데 2017년 정권이 바뀌면서 탄핵대상으로 거론됐습니다. 그때만 해도 심각하진 않았습니다.
2020년 4월 총선결과로 심각해졌습니다. 탄핵을 주장해온 이탄희 판사가 180석 거대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3.
4월말 사표를 냈습니다.

행정처에서 처리해줄 기미가 없자 대법원장을 찾아가 면담을 몰래 녹취합니다.
마침내 2021년 2월 4일 탄핵소추 일정이 잡혔습니다.

하루전인 2월 3일 아침 조선일보에 대법원장의 발언내용을 제보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탄핵 때문에 사표처리 곤란하다’고 말했다고..녹취록의 존재는 감췄습니다.
당일 오후 야당의 질의에 김명수는 ‘탄핵얘기 안했다’고 부인합니다.

4.
다음날인 2월 4일 아침 임성근의 변호인은 녹취록을 일부공개합니다.

김명수가 ‘탄핵’을 6번 언급했음이 확인됐습니다. 김명수는 ‘기억하지 못했다’며 거짓말에 사과했습니다.
예상대로 2월 4일 오후 임성근은 국회에서 탄핵소추 됐습니다.
동시에 김명수도 자리보전이 어려워졌습니다.

5.
김명수가 임성근의 ‘물귀신 작전’에 걸려든 것으로 추정되는 드라마입니다.

판사가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몰래 녹취한다는 건 법원관례상 ‘상상불가’입니다.
그래서 임성근이 녹취사실을 숨긴 채 발언내용을 공개했을 때 김명수는‘설마’하는 생각에 ‘그런 일 없다’고 딱 잡아땠겠죠.
만약 녹취 가능성을 우려했다면 ‘기억 안난다’라고 했겠죠.

6.
드라마에 헷갈리면 안됩니다.

첫째. 김명수의 잘못이 드러났다고 해서 임성근의 잘못이 덮어지진 않습니다.
임성근은 분명 위헌적인 재판개입을 했습니다. 국회에서 상당히 큰 표차(찬성 179, 반대 102)로 소추됐습니다.

임성근이 몰래 녹취하고, 녹취사실을 감춘 채 폭로하고, 다음날 일부녹취만 공개한 태도는 떳떳하지 못합니다.
임성근은 녹취 전체를 공개해야 합니다.

7.
둘째.임성근이 나쁘다고 해서 김명수의 잘못이 덮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탄핵 때문에 사표수리 못한다’는 대법원장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본인은 정작 ‘탄핵이 옳지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정치판 눈치보느라 판사를 붙잡았습니다.

대법원장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했습니다. 대한민국 신뢰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습니다.

8.
이래저래 사법부가 망했습니다.

초유의 판사탄핵소추는 지난 정부 일이라지만 사법부 망신입니다.
대법원장을 믿지않는 판사, 판사를 보호해주지 않는 대법원장, 그리고 비도덕적인 녹취와 언론플레이까지..
사법부의 속병이 얼마나 깊은지 드러났습니다.

9.
사법부는 입법(의원) 행정(대통령)부와 달리 선출직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사회적 갈등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집니다. 그래서 사법부는 국민의 신뢰가 절대적입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우리나라 사법신뢰가 낮다’면서 ‘신뢰회복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사법신뢰는 바닥에 이르렀습니다. 신뢰회복 방법은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는 겁니다. 눈치볼 것 없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02.04.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