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척? 밉지 않게 하는 것이 기술이다_허언의 기술 #4

양윤경 2021. 2. 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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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바보는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이 있듯, 밉상 관종과 알찬 실력자의 차이 또한 나노 단위다. 매력과 미움을 사는 결정적인 포인트는 늘 작고 소소한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Getty Images
「 일상의 겸손함과 일터의 겸손함을 구분하라 : 신념과 전략은 따로 따로 」
본 칼럼의 서두에서 넘치는 유교의 미덕, 겸손을 덜어내라는 이야기를 남긴 바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겸손의 공과 사는 구분되어야 한다. 겸손은 ‘쭈글’의 미학이 아닌, 입장의 단차를 이용한 현명한 전략이다. 개인적인 신념에서는 늘 나를 낮추고, 약자를 위하고, 상대방을 존중하고, 겸손함의 미덕을 갖추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만약 일하는 업장에서라면 경우가 다르다.

일하는 곳에서는 최대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업적을 남겨야 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 조상들이 남긴 가르침이었지만, 숙이다 못해 고꾸라진 벼의 줄기를 아무도 바로 세워 주진 않는다. 누군가, 특히 윗사람이 당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남겨야만, 그것이 기록으로 남아 승진과 보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정글 같은 사회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칭찬받는 것을 쑥스러워 하지 말라. 치하의 멘트를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나오는 “뭘요” “별것도 아닌데요”는 넣어두고 “저니까 하는 겁니다” “다음엔 더 잘할 수 있는 걸요”등의 다소 뻔뻔한 너스레를 떨어라.

「 ‘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표현의 스킬도 중요하다 : 초두 효과의 힘 」
심리학 용어 중에 ‘초두 효과’라는 말이 있다. 처음 입력한 정보가 나중에 습득한 정보보다 더 강항 영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첫인상과 첫 만남이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본 칼럼의 서두에서도 일이 맡겨지면 ‘일단 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를 권유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대답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가점을 받을 수 있다. 그냥 ‘네’라고 얘기하는 것과 긍정적 의지를 센스 있게 표현하는 것은 임팩트의 크기가 다르다. 다음 단계별 예를 참고해보자.

① 하수

A :이러이러한 일인데 한 번 해보겠어요?

B :(2초간의 정적. 머리 굴리는 소리) …네!

② 중수

A :좀 난이도가 있는 일이긴 한데, 한 번 해볼래요?

B :그럼요! (박수치며) 와~ 재밌겠어요!

③ 고수

A :분량도 많고 기간도 촉박해요. 그래도 하겠어요?

B : 아….

A : ???

B : 제가 지이이인짜 하고 싶었던 일이거든요. 와 이런 날도 오네요. 벌써 막 흥분돼서 손에 막 땀이 나요! 여기 땀나는 거 보세요!

A :!!!

「 허언 중에는 맞는 말도 있어야 신뢰를 얻는다 : 필살기 하나는 갖고 있어야 한다 」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양치기 소년의 말은 처음 두 번까지만 유효했다. 화려한 언변에 처음에는 귀를 쫑긋 세웠던 사람들도, 현대판 양치기가 입이라도 오픈할라 치면 귀를 닫고 셀프 노이즈 캔슬링 모드에 들어갈 거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지만 그와 함께 허풍과 오버 근성도 풍부해 일 잘하고도 밉상을 얻는 어느 칼럼니스트가 있었다. 허언의 계급으로 치면 ‘제네럴 관종’에서 ‘나대미스트’로 하강하고 있는 단계. 하지만 그를 어쩔 수 없는 실력자로 인정하게끔 만드는 것은 날카로운 분석력이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의 공식 캐릭터 분석이라던가, 브랜드 아파트 디자인에 대한 고찰 등 누구나 공감 가능한 대중적인 소재에 대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신박한 평가는, 그를 두 번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허언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 겉으로는 빵빵한 과자 봉지를 열었더니 정작 질소가 반 이상이라 실망하더라도, 그 안에 맛있는 감자칩이 있으면 사람들은 내용물만 기억한다. 그 감자칩이 포카칩이 될지, 허니버터칩이 될지는 실력 여하에 달려있다.

* 바야흐로 관종의 시대, 성공한 관종들에게서 공통점을 찾았다. 그건 바로 '허언'!? 나대고 설치는 행동이 성공의 무기이자 기술이 된 이 시대를 노련하게 헤쳐나갈 노하우를 전하는 '허언의 기술'은 매주 금요일에 업데이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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