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퇴직 앞둔 임성근 판사.."죽은 사람 상대 소송하는 격"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4일 국회를 통과해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면서 초유의 법관 탄핵 심리 절차가 시작됐다. 헌재가 임 부장판사의 법관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2월 28일까지 결정을 내리기엔 빠듯한 탓에 그 이후에도 탄핵 심판 절차를 이어갈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임기가 종료되는 경우 탄핵의 대상인 공직 신분이 소멸하는 셈이라 탄핵의 실익을 두고 해석이 분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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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 상대 소송 하는 격”
헌재의 결정은 인용, 기각, 각하 세 가지 중 하나다.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인용돼 임 부장판사는 파면된다. 재판관 4명 이상이 반대표를 행사한다면 임 부장판사의 탄핵은 기각된다. 탄핵소추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재판관이 5명 이상일 경우에는 각하될 수도 있다.
탄핵 심판의 경우 인용 결정 시 피청구인을 해당 공직에서 파면하는 결정을 하게 되는데, 그 사이 임기가 종료되면 파면할 공직자 없다. 이달 28일이 지나면 임 부장판사는 공직자 신분이 아니다. 한 전직 헌법재판관은 “피청구인이 직을 상실한 뒤에도 심리를 계속하는 건 마치 죽은 사람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각하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헌재는 피청구인이 결정 선고 전에 해당 공직에서 파면되면 심판청구를 기각해야 한다(헌재법 53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은 임명권자가 탄핵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134조 2항). 법조계에선 이 같은 조항이 공직을 상실하면 탄핵 심판을 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마련된 장치라고 해석한다. 직이 상실된 어떠한 경우에도 탄핵 심판을 계속할 수 있다면 이러한 조항이 필요 없다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자의 또는 임명권자의 의사가 아니라 징계에 따른 파면 또는 자동 임기종료 등 적법 절차에 따라 공직에서 물러나는 경우엔 탄핵 소추를 기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박 전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와 유사한 논의가 헌재 안에서 이뤄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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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탄핵’ 가능할 수도”
반면 탄핵의 효과는 해당 공직을 박탈하는 것뿐 아니라 퇴직 이후 누리는 연금·퇴직금 등 경제적 이득이나 공무원·변호사 취업 기회까지 모두 제한(5년 이내 불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임기 종료 이후에도 심판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면과 똑같은 법적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탄핵의 목표가 달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이미 ‘늦은 탄핵(Late Impeachment)’의 선례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876년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 시절 윌리엄 벨크냅 전쟁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이다. 벨크냅은 뇌물 수수 혐의로 탄핵소추안이 발의돼 하원에서 의결된 뒤 상원의 심판을 앞두고 사임했지만, 상원은 탄핵 심판을 중단하지 않았다. 공직 박탈 외에도 탄핵 심판에 따른 객관적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 미 의회 의사당 폭동 책임을 묻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 절차가 그의 임기 종료와 무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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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힘들 듯
논란을 피하는 길은 헌재가 앞으로 24일 안에 탄핵 심판을 마무리 짓는 것뿐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탄핵 사유로 든 재판 개입 혐의(직권남용)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데다, 판결문에 적시된 ‘헌법 위반’ 행위가 파면을 정당화할 만큼 ‘중대한’ 위반 행위인지가 관건이라 속전속결로 결론을 내기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임 부장판사의 혐의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 중인 점도 변수다. 헌재법은 탄핵 심판 청구와 동일한 내용의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51조). 항소심에서는 임 부장판사의 위헌 행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임 부장판사의 변호인인 윤근수 변호사(법무법인 해인)는 이날 “공소장과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1심 판결문의 일부 표현만으로 사실상·법률상 평가를 한 다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 절차도 생략한 채 탄핵 소추를 의결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고 심히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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