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바이든, 교황 얘기로 서로의 '코드' 확인
'광화문 인사이드'는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총리실 등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정보가 있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유창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
ⓒ 청와대 제공 |
4일 오전 8시 25분(한국시각), 기다리고 기다리던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통화가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성사된 첫 정상통화는 향후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를 예고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통화가 끝나자마자 자신이 소셜미디어에 "나와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의 가치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기로 약속했고, 한반도 평화는 물론 세계적 현안 대응에도 늘 함께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일단은 양국이 같은 방향을 지향하면서 협력 분야를 넓혀가겠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출입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희망의 미국 이야기를 언급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 희망의 하나가 한국'이라고 했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제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내용은 핵심 동맹, 책임 동맹, 포괄적 전략 동맹과 함께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도전과제에 호혜적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한 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총평했다.
또 두 정상의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력'을 재확인하고 약속한 것도 성과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통화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고,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점, 그다음에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 양 정상이 공감한 점 그리고 양 정상이 중요한 파트너로서 정상회담에 공감한 점 등도 평가할만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한반도 비핵화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보다 "함께 협력하면서 문제를 풀자"면서 포괄적인 취지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는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의견을 나누지는 못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바이든 미 대통령과 통화 이후 바로 SNS 메시지를 올렸다. 사진은 문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화면. |
ⓒ 페이스북 |
4일 한미 정상통화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4일만에 성사됐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언제 한미 정상통화가 성사될지 그 시점에 주목했다. 더구나 지난 1월 28일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통화가 진행되자 한미 정상통화 일정이 잡히지 않는 것을 놓고 설왕설래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 시점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통화 시점은 각자(양국) 상황에 따라 상호 조율 하에 결정되는 것이지, 선후 관계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밝혀왔다"면서 "통화 내용이 중요하지 않느냐, 30분 이상 폭넓은 대화를 나눴고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했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두 정상의 통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편안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두 공개해 드릴 수는 없지만 진지한 분위기 속에 가끔 유머가 나올 정도로 편안하게 진행됐다"면서 "한 대목만 공개한다면,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분주하신 가운데 전화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통화 못할 정도로 그렇게까지 바쁘지는 않다'고 답례해 이 대목에서 웃음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또 두 대통령은 서로 '코드'를 맞추는 데에 자신들의 가톨릭 신앙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대화 경험을 활용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께서 기자회견 때 바이든 정부와의 코드를 언급한 것을 기억하실 텐데, 실제로 두 정상은 코드가 잘 맞는 대화를 나눴다"면서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모두 한국과 미국의 두 번째 가톨릭 신자 대통령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이 점이 정상 통화에서 공통 코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라고 하시니, (나의) 당선 직후 교황께서 축하 전화를 주신 기억이 난다"면서 "당시 기후변화, 민주주의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 문 대통령과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니 우리 두 사람이 견해가 비슷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저도 교황과 대화한 일이 있다"면서 "교황께선 동북아 평화 안정, 기후변화 등을 걱정하셨고, 자신이 직접 역할을 하실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교황님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로 눈을 마주보며 대화하는 만남"을 언급하며 "꼭 직접 만나서 협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만나 대화를 하게 된다면 한미 양국, 한미 양 국민에게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한미 정상회담 시기를 '코로나19 진정 시'로 정했다. 정상회담 약속은 'O월에 열리는 OO회의 참석 계기'처럼 구체적으로 잡거나, 아니면 '올해 상반기'처럼 어렴풋이라도 시한을 설정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각자 자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최우선하고 있는 시점에서는 '코로나19 진정 시'처럼 '기한없는 약속'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결국, 한미 양 정상이 이날 약속한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등도 양국이 코로나19를 얼마나 빨리 퇴치하느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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