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 판사탄핵소추 가결, 헌재의 판단은?

강연주 2021. 2. 4.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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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탄핵 전망] 헌재판관 9명 중 8명 같은 법관, 7명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

[강연주 기자]

 
▲ 헌정사 첫 법관 탄핵소추, 의결서 헌재 제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오른쪽)과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별관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아래 헌재)가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를 파면할지를 두고 논의를 시작한다.

국회의 결정에 따라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 의결서 정본을 접수받은 헌재는 우선 이 사건을 놓고 헌법소원심판의 적법요건(소의 이익, 심판의 이익)을 따지게 된다. 적법요건이 받아들여질 경우, 헌재는 변론기일을 지정해 양측 의견을 듣는 절차 등을 거치게 된다.

<오마이뉴스>는 이후 법관 탄핵 전망에 대해 법조계 의견을 종합했다.

우선 판사 2인과 헌법학자 4인은 임 부장판사의 혐의가 "위헌적"이라며 대체로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동의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다만 추후 나올 헌재 판단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렸다. 일부는 "탄핵을 결정할 당위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한 반면, "임 부장판사의 임기가 곧 끝나기 때문에 파면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헌재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판사 출신인 만큼, '임성근 봐주기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임성근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0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는 임성근 판사(당시 대법원 양형위원)의 모습이다.
ⓒ 연합뉴스
 
현직 판사 2인 "임성근 행위, 헌법 위배"

임 부장판사는 2015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를 받고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 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판결문에 청와대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도록 하거나, 문제되는 문구의 삭제를 지시하는 등 타 법관 재판에 직접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그 행위가 '반헌법적'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지위 또는 개인적 친분을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은 위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현직 판사들의 시각도 대체로 동일했다. 위헌적이며, 탄핵 요건에 부합한다는 것. <오마이뉴스>와 만난 서울권 소재의 부장판사는 "객관적 요건만 따져도 탄핵 사유는 충분히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해당 부장판사는 "탄핵은 법적으로 주어진 권한이다, 법관이 잘못했으면 탄핵을 하는 게 맞다"면서 "임 부장판사는 재판에 관여한 객관적 증거가 나온 상황이라, 국회가 탄핵한 사실만을 놓고 법관의 독립성 침해를 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른 현직 부장판사도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하더라도 타인의 재판에 개입한 임 부장판사의 행위는 헌법상 위배되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것을 헌재가 탄핵 사유로 삼을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본안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라고 전했다.

헌법학자 4인 "탄핵 당위성 충분" - "각하될 가능성 높아"

<오마이뉴스>와 통화한 헌법학자 4인은 임 부장판사 행위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추후 헌재가 내릴 결정을 두고는 입장이 엇갈렸다. 문제는 2월 말에 끝나는 임 부장판사의 임기다. 원칙상 탄핵이란 당사자의 직을 잃게 만드는 파면 절차인데, 임 부장판사의 임기가 2월 말에 종료되는 만큼 헌재에서 탄핵을 결정할 당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에 위 사안이 올라간다 하더라도 임 부장판사가 퇴직하기 전에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없다"면서 "이미 퇴직한 경우, 소의 이익(소송의 목적)이 없어 추후 본안 판단까지 가더라도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론 판사도 탄핵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근거 만으로는 임 부장판사 혐의의 중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때문에 여당이 탄핵소추안을 일부 무리하게 통과시킨 부분도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탄핵을 결정내릴 명분과 이유는 충분하다"고 봤다. 임 부장판사가 탄핵되면 5년간 공직 취임권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그가 현직에서 물러나더라도 파면에 따르는 법적 효과가 유효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임 부장판사는 이미 진상조사가 3차까지 진행됐을 뿐더러, 재판에 개입한 사실을 입증할 자료는 다 나온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헌재는 3주 안에(임성근 퇴임 전에) 탄핵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헌재는 탄핵 결정을 내려 누구든 재판에 관여하면 직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성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혹여 (헌재에서) 탄핵을 각하하되, 소수의견(이유) 부분에라도 문제된 내용을 쓰자는 식으로 결정을 내리면 절대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이 사안은 어떤 선례로도 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헌재 재판관 대부분 임 판사와 같은 판사·서울대 법대 출신... "봐주기 결정 우려"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봐주기 판결'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8명이 임 부장판사와 같은 법관 출신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 9명 중 7명이 같은 동문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기 때문에, 법관을 탄핵하는 최초의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헌법재판관이 판사 출신인데다 임 부장판사의 서울대 후배이거나 동료, 선배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도 헌재의 결정을 두고 소송의 이익이 없을 거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헌재 재판관들이 가장 안전한 길을(탄핵 각하)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사안이 헌법재판관 구성의 문제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면서, 판사출신 재판관들이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이슈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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