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클럽 회장 "한국 정부, 자의적 외신 선정 우려"

전수진 2021. 2. 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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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야마 회장 인터뷰
"대통령 회견 이어 총리 회견도 일방적 선정"
"한국 정부가 친정부 매체 골랐다는 건 아냐"
"강경화 장관은 지난해 외신 상대 회견 전무"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의 호리야마 아키코 회장. 마이니치신문 소속으로 지난해 선출됐다. [호리야마 아키코 제공]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은 6ㆍ25 휴전 이듬해인 1954년 창립됐다. 해외 100개 언론사의 300여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한다. 이 조직을 이끄는 선출직 회장은 현재 마이니치(每日)신문의 호리야마 아키코(堀山明子) 서울지국장이다. 호리야마 회장은 30년이 넘는 기자 생활 중 7년을 서울에서 한반도를 취재하며 보냈다. 스스로를 “진보 성향”으로 얘기한다. 그런 그가 최근 “문재인 정부의 기자회견과 간담회에서 연속적으로 정부가 자의적으로 언론을 선발하는 상황에 대해 SFCC 이사회가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회원사에 보낸 사실이 3일 보도됐다.

지난달 18일 반(半) 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때의 외신 선정 방식을 놓고서다. 뭐가 문제였는지 전화와 e메일로 직접 물었다.

Q : 질문 기자 선발 과정에서 쟁점은 뭐였나.
A :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것은 귀중한 기회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제약도 있기 때문에, 회원사들이 (질문권을 받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있기는 했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정세균 국무총리 기자회견에서도 (정부가) 질문할 기자를 또 일방적으로 선발하면서 회원사들의 불만이 커졌다. 더블 펀치였다. '소통 정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지만 외신엔 질문 기회가 너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달 18일 신년 기자회견. [뉴스1]

Q :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A : “SFCC 제도를 활용했다면 대통령 회견 현장에 가지 못했던 기자들을 총리 기자회견에 보내야 했다.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실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공보원에서 따로 기획을 하는 바람에 이런 사태가 벌어졌던 거였다. (선발되지 못한 회원사 입장에선) 한국 정부로부터 두 번에 걸쳐 무시를 당한 셈이 됐다.”

Q : 선발기준은 뭐였나.
A : “모르겠다. (나는) SFCC 회장이기에 선택이 됐다고 생각하지만, 나머지는 선발 기준에 대한 설명도 없었기에 모른다. 아마도 영향력이 있는 회사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한다. 일부 내신(한국 매체)에서 친정부 매체를 골랐다고 했지만 그건 아니다. 외신엔 친정부도, 반정부도 없다. 한국의 국내 정치의 특정 성향에 사로잡혀 있다면 외신으로선 보도를 할 수 없다.”

Q : 그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3일 두 번째 서한을 공개했는데, 서버가 다운됐다.
A : “3일 오후 7시30분에 SFCC 웹사이트에 두 번째 서한을 공개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직후에 사이트가 다운됐고, 아침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그날 아침까지도 조회수가 200건 정도였기에 왜 (과부하가 걸려) 다운되었는지 모르겠다.”
청와대는 3일 논란이 커지자 “코로나19로 인해 방역 기준을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협소한 기자회견 장소에 소수 인원만 입장할 수 있는 점 등이 반영됐다”는 입장을 SFCC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호리야마 회장은 “한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건 정부와 미디어의 긴장 관계는 있기 마련이고, 그 긴장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며 “그러나 ‘정부 주최 회견이니 정부가 취재 매체를 결정하겠다’라는 태도였기에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리야마 회장은 “정부 주최 회견이라고 해도 선발의 공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SFCC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이 점은 계속 쟁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호리야마 회장. 위안부 합의와 한국 대법원 판결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생중계 영상 캡처]


호리야마 회장이 첫 서울 특파원으로 부임했던 때는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로, 특파원의 보통 임기보다 긴 5년 간 머물렀다. 그는 당시 취재 상황은 지금보다 더 자유로웠다고 평가했다. 외신 매체로서는 가장 중요한 출입처인 외교부 취재가 대표적이다.

호리야마 회장은 “당시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직접 매주 외신도 대상으로 정례 기자회견을 했고, 외신도 3~4개 질문을 한국어로 던질 수 있었다”며 “외신 매체를 대상으로 (실명은 인용하지 않는 조건의) 백그라운드 브리핑도 열렸고 현안의 배경과 경과를 설명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호리야마 회장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 달에 한 번만, 그것도 내신만을 상대로 브리핑하며, SFCC 회견은 1년에 1회인데 지난해엔 그마저도 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호리야마 회장은 “문재인 정부는 홍보를 비교적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어 홍보문을 많이 내면 각 부처에선 가시적 실적은 남겠지만 외신의 자체 취재에 성실히 협조하는지도 중요하며, 선진적인 외신 운영을 한다면 서울에 주재하는 외신 매체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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