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수리 거부한 김명수..법조계, "직권남용 소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22일 “사표를 수리하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라며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데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직권 남용 소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4일 임 부장판사 측이 공개한 녹취록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한 부장 판사는 “당시 임 부장판사가 사직하는 데 징계 등 결격사유가 전혀 없었다”며 “사표를 수리 안 할 정당한 이유가 전혀 없는 만큼 이유 없이 권한을 남용해 사직을 못 하게 했으므로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임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이 직권 남용을 자백한 셈이 됐다”고 말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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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세련, 김명수 직무유기 혐의 고소
이와 관련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는 이날 김 대법원장을 임 부장판사에 대한 직무유기와 명예훼손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법세련은 “김 대법원장은 정당한 이유 없이 사표 수리를 거부해 직무를 유기했다”며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대법원장에게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대법원의 입장 또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처벌에 이르는 건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법세련이 적용한 ‘직무유기’ 혐의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없이 직무 수행을 거부하거나 그 직무를 유기하는 경우에 해당하다. 오선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김 대법원장의 거부 ‘행위’ 자체가 있었기 때문에 직무유기 혐의는 적용이 어렵다”가 말했다.
직권남용을 적용하더라도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다. 오 변호사는 “법원에서 직권남용 혐의 적용 여부를 좁게 본다”며 “사표를 쓰지 못하게 한 김 대법원장의 ‘만류 행위’가 남용까지 갈 수 있느냐는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임 부장판사의 ‘사법 농단’ 재판을 맡은 1심 재판,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재판 등에서도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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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에 준하는 책임 있는 태도 필요”
범죄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사법부의 중립성을 훼손한 만큼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현직 대법원장을 수사하려면 중대한 법률적 위반 행위가 나와야 한다”면서도 “범죄 의도가 있다고 보기엔 어렵지만, 사법의 정치화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을 만한 중대한 사건인 만큼 대법원장이 사퇴에 준하는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를 녹취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허윤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당사자 간의 녹취록 대화 공개는 통신비밀보호법(약칭 통비법) 위반 사항이 아니다”라며 “통비법 위반이 되려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녹취한 내용을 공개했을 경우”라고 설명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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