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녹취 쇼크'.. "부끄럽다" "공수처 수사감" 법관들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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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국회의 탄핵 움직임을 말하며 사의를 반려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사법부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진실공방 국면에서 말을 아끼던 법관들은 김 대법원장이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다"며 전날의 말을 뒤집자 "부끄럽다"고 했다.
법관들은 김 대법원장의 과거 발언보다 전날 "탄핵 문제를 말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한 일을 더욱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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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국회의 탄핵 움직임을 말하며 사의를 반려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사법부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진실공방 국면에서 말을 아끼던 법관들은 김 대법원장이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했다”며 전날의 말을 뒤집자 “부끄럽다”고 했다. 부적절한 발언과 거짓 해명이 연이어 확인된 이번 사태는 김 대법원장이 강조해온 ‘국민의 사법 신뢰’ 자체를 저하시켰다는 비판이 크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4일 김 대법원장의 사과 직후 “대법원은 실수를 해서도 안 되지만, 거짓말을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법관들은 김 대법원장의 과거 발언보다 전날 “탄핵 문제를 말한 사실이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한 일을 더욱 큰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이 부장판사는 “‘정부엔 칼이 있고 의회엔 지갑이 있지만 사법부에는 말밖에 없다’는 미국 격언이 있다”며 “대법원장과 참모진이 보인 행동은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대법원장의 발언이 파문이 된 전례는 있지만, 거짓말은 초유의 사태라는 평이 나왔다. 공식적 입장이 하루 만에 뒤집힌 터라 법관들 틈에서는 이날의 해명에 대해서조차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한 판사는 “직접 대면해 사의를 반려하면서 나눈 대화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는 반응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법원이 전날 언론에 밝혔던 입장이 어떻게 작성된 것인지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제기됐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부당한 공격임은 물론 국민을 상대로도 거짓을 주장한 일이라는 평가였다. 대법원이 “임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에게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을 때부터 법관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핵심을 비켜갔다”는 평가가 나왔다. 어떤 법관도 사직서를 대법원장에게 직접 내는 법은 없고, 법원행정처 차장실부터 거친다는 것이다.
거짓 해명이 사법 신뢰를 저하시켰다면, 녹취파일로 확인된 지난해 5월의 ‘탄핵’ 발언은 사법 독립을 침해한 행위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법원장이 법관의 독립을 지키지 못한 일이며, 인사권 행사에서의 정치적 고려 사실을 자백한 셈이라는 비판이었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 당시 “법관이 외부의 어떠한 세력이나 영향으로부터도 독립해 좋은 재판을 하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하겠다”고 했었다.
법원 내 기류는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 수사를 언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판사를 상대로 사법권을 농락한 전형적 직권남용, 직무유기”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수사 사안으로 보인다”이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육성 진위 여부만 확인하면 될 뿐, 증거가 이미 확보된 셈이라는 날선 말조차 나왔다. 실제 이날 한 시민단체는 김 대법원장을 명예훼손과 직무유기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정기인사 결과 퇴직하며 “사표 내길 잘 했다. 고개를 못 들겠다”고 자조하는 이도 있었다고 법관들은 전했다. 한편으로는 이번 일이 ‘녹취’로 드러난 일을 놓고도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부 내부의 불신도 여과 없이 국민 앞에 드러났다는 것이다. 한 부장판사는 “고법 부장이 대법원장을 못 믿어 녹취를 하고, 대법원장은 거짓말을 했다”며 “사법부에서 근무한다는 게 부끄럽다”고 말했다.
구자창 이경원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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