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1년 뒤 시행인데 벌써 청문회?.."기업 군기잡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연다. 법안 공포 후 1년 후인 내년 1월 27일 이 법이 시행되는데도 대대적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하자 “군기잡기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첫 제안은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국회 환노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노위 전체회의 고용노동부 업무보고(2월 16일)에서 기업들의 산재 사망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기업 경영진을 불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제 기업은 무엇보다 안전에 주안점을 두고 산업재해 사고의 발생률을 낮추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명분을 댔다.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꼽은 대상기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국회가 중대재해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기간 동안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이다. 포스코, GS건설, 대우건설, CJ대한통운, 롯데 글로벌로지스, 한진택배, 현대건설, 쿠팡,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LG디스플레이 등이 거론됐다. “국회가 관련법을 논의하는데도 사망사고를 발생하게 한 기업들에는 사유를 묻고 예방을 위한 점검도 해야한다”(국민의힘 관계자)는 취지였다. 다만 국민의힘의 당초 계획은 공청회 성격이어서 청문회 보다는 수위가 낮았다.
이를 청문회로 올린 것은 더불어민주당이었다. 지난 3일 열린 여야 환노위 간사단 회의에서 안호영 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별도로 열어서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루자”고 역제안했다. 대상기업을 최근 2년간 사망사고가 다수 발생한 기업으로 넓히자는 제안도 민주당에서 나왔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중공업,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 사망사고 발생 건설·제조업체 중 대표적인 기업들이 거론됐다. 이 제안에 국민의힘은 응했다. 민주당이 내부 논의(4~5일)를 해 오면 증인 명단을 추려 8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기로 매듭을 지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청문회의 성격과 사유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업무보고→청문회’로 판이 커지며 논란이 일자 여야는 서로를 겨냥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국민의힘이 기업들을 부르자고 먼저 제안한 게 발단”이라며 “국민의힘이 ‘기업들 안 부르면 국회 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압박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당직자는 “일부 기업만 추려서 하자는 게 우리 입장이었는데 민주당이 경쟁적으로 참전하면서 합리적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기업측에선 “수위의 높고 낮음의 차이일 뿐 기업을 압박하려는 의도는 똑같다”(중기업계 관계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중대재해법은 단식에 나선 정의당의 사생결단에 민주당이 끌려가면서 충분한 숙고없이 처리(1월7일)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처벌대상인 사업주의 책임의무가 명확지 않거나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범위에서 제외되어 사각지대가 생긴 점 등도 논란거리다.
통과된 법안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불만을 표시했다. 경영계는 “헌법과 형법상의 과잉금지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한국 경총 성명서)고 비판했고, 노동계도 “(적용 대상에서 빠진)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사람도 아니냐”(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며 공격했다.
그래서 법안 통과 직후부터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에서 법안 개정 요구가 터져나오는 형국이다. 중기업계 관계자는 “이번 청문회가 자칫 개정안의 방향을 친노동으로 흘러가게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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