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16년만에 없어지는 네이버 '실검'..바뀌는 포털 정체성
네이버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를 출시 16년 만에 완전히 폐지한다. 실급검 서비스의 집객 기능보다 정치적·상업적 논란 등 부작용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실급검 차트 폐지를 계기로, 네이버는 정보 포털보다 쇼핑·데이터·기술 플랫폼 역할에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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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 '실검'…네이버에 부담
1999년 검색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가 '인기 검색어'를 주요 서비스로 키운 건 2005년 5월이다. 당시 네이버에서 가장 인기 있던 '지식iN' 서비스(2002년 출시) 바로 옆에 '인기 검색어' 키워드가 5초마다 업데이트 되게 한 것. 1~10위까지 총 10개 인기 검색어가 공개됐다.
실검은 검색어 차트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여론이 주목하는 이슈나 인물이 실급검 순위권에 오르면, '실검에 올랐다'는 게 다시 화제가 돼 트래픽이 급증하곤 했다. 2007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로 이름이 바뀌고, 검색어 갱신 주기도 10초로 늘어났다. 실시간 화제성이 강조된 실검은 네이버가 포털 1위를 지키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점차 부작용도 커졌다. 실급검 순위에 오르기 위해 특정 기업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인기 검색어를 띄우거나,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단이 특정 검색어의 순위를 올리고 내리는 일도 잦아졌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룸살롱', '안철수 룸살롱'과 같은 키워드는 실급검 1, 2위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실급검이 뉴스 댓글과 더불어 네이버에 정치적 부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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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검색어 개편' 했지만 결국 폐지
네이버는 2017년부터 실급검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개편을 했다. 그러다 2019년 12월 포털 다음(운영사 카카오)이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하자, '네이버 실급검도 없애라'는 요구가 커졌다.
· 공개 : 네이버는 '포털이 검색어를 은폐·조작한다'는 의혹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 순위 추이도 2017년부터 공개했다. 외부 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의뢰해 실급검, 연관검색어 등과 관련한 네이버 내부 정보와 알고리즘을 검증받기도 했다.
· 개편 : 2017년 실급검은 상위 10개에서 20개로 늘었다. 2018년에는 연령대별, 시간대별 검색어 순위를 보여주며 실급검을 다변화했다. 2019년에는 실급검에 AI를 적용해 시사·엔터·스포츠 등 이용자가 관심있는 분야별로 검색어 순위를 볼 수 있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급검 관련 논란은 계속됐다.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임명 국면에서 '조국 힘내세요' 등이 실급검 순위에 오르자,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네이버보다 앞서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한 카카오의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는 "실검이 사회현상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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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해진 이용자 취향…실급검 영향력↓
네이버의 이번 결정에는 '포털 이용자들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번 실급검 폐지 결정에 대해 "포털 이용자들의 취향과, 이용 목적, 인터넷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만큼 네이버도 서비스를 바꾸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며 "인터넷 주 사용층인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더 능동적이고, 세분화된 정보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도 이번 실급검 폐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최근 포털에는 검색보다 쇼핑·웹툰·블로그 등 각종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더 커졌다. 포털이 관심있는 물건 정보를 찾고, 취향에 맞는 콘텐트를 찾는 공간으로 변한 것. 자연히 실급검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집객 기능도 약해졌다. 특히, 연령대별, 취향에 따라 실급검 순위가 달리 제공되면서 '실검 1위'의 사회적 의미도 줄었다. 이에 따라 네이버도 실급검·뉴스 트래픽으로 부담을 키우기보단 쇼핑·콘텐트·기술 플랫폼 역할에 더 집중하자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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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데이터는 아예 없어지나
25일부터 네이버 홈에선 '검색차트'가 아예 사라진다. 대신 네이버는 검색어 관련 데이터를 '데이터랩'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데이터랩' 홈페이지에서는 ▶검색어트렌드 ▶쇼핑인사이트 ▶지역통계 ▶댓글통계 등 뉴스와 검색 서비스에서 취합한 데이터에 기반한 부가 서비스가 제공된다. 가령, '검색어트렌드'는 이용자가 키워드를 직접 입력하면 해당 키워드의 네이버 내 검색량 추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 관계자는 "콘텐트를 만들고 사업하는 이들이 데이터랩에서 정확한 트렌드를 파악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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