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웹툰 종주국 한국, 'K스토리'가 세계를 사로잡다

강경루 2021. 2. 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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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웹소설의 연이은 흥행, 카카오-네이버가 역할
'웹소설-웹툰-영상' 콘텐츠 사슬도 주목
'나 혼자만 레벨업'. 카카오페이지 제공

인류 최약체로 불리던 헌터가 롤플레잉 게임을 하듯 퀘스트를 깨면서 최강의 사냥꾼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나 혼자만 레벨업’). 즐겨 읽던 웹소설 세계에 살게 된 한 회사원의 고군분투 생존기(‘전지적 독자 시점’). 여황제가 남자 후궁들을 들이면서 펼쳐지는 궁중 로맨스(‘하렘의 남자들’)….

이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은 온라인 독자들을 사로잡은 인기 웹소설들이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에서 하위문화처럼 여겨지던 짤막한 로맨스나 무협·판타지물 등이 진화한 웹소설은 이제 원천 콘텐츠로서 각광받고 있다. 웹소설이 웹툰은 물론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으로 변하는 무궁무진한 화수분이어서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불붙인 IP(지식재산권) 붐 속에서 웹소설 산업을 둘러싼 거대한 지각 변동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웹소설 시장은 2016년 1800억원에서 2018년 4000억원, 지난해 6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조만간 글로벌 거래액 1조원 시대를 연 K웹툰 시장 규모와 어깨를 나란히 견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불을 붙인 건 카카오와 네이버다. 웹소설 플랫폼 원조 격으로 2000년대 등장한 ‘조아라’와 ‘문피아’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두 회사는 2010년대부터 공격적으로 웹소설 시장을 개척했다. 그 결과 네이버는 자체 보유 콘텐츠 4700개, 카카오페이지는 콘텐츠 제작사(CP)와 함께 IP 8500편을 보유한 거대 콘텐츠 기업이 됐다.

'전지적 독자 시점'. 네이버 제공

웹소설은 시청각 기반 웹툰과는 달리 활자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콘텐츠다. 향유 층은 1020세대가 주를 이룬다. 영상 시대에 텍스트로 시선을 끈 이유는 그만큼 강렬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특히 웹소설의 특징인 복합장르에 주목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짧은 호흡 콘텐츠에서는 판타지 액션, 로맨스가 곁들여진 콘텐츠가 더 흥미롭고 집중도가 높아진다”면서 “작품별로 개성도 더 두드러지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자투리 시간마다 스마트폰으로 꺼내 읽는 간편함도 웹소설(또는 웹툰)만의 매력이다. 카카오페이지는 1020세대에 맞춘 채팅 형식 웹소설 등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연구하고 있다.

100~200원의 저렴한 비용을 내고 유료회차를 먼저 보는 구독 시스템도 웹소설 플랫폼의 주요 수익 모델 가운데 하나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원천 IP로서 웹소설이 지닌 산업적 가능성이다. ‘웹소설-웹툰-영상(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콘텐츠 사슬을 갖춘 나라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영상 투자·제작 시스템이 약한 국내 환경이 되레 도움이 됐다. 마블코믹스 만화의 영화 제작 사례에서 보듯 북미 등에서는 인기 소설이나 만화를 바로 최종격 단계인 영화·드라마로 옮겼다. 반면 국내는 적은 제작비로 화제성 높은 웹툰을 주로 만들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잘 만든 웹소설 하나가 3단계 이상에 걸쳐 수익을 만들어낸다”면서 “특히 넷플릭스 등에 힘입어 날로 콘텐츠 제작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여러 개 IP를 보유한 건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템빨'. 카카오페이지 제공

현재 네이버 ‘재혼 황후’ ‘튜토리얼 탑의 고인물’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카카오페이지 ‘SSS급 자살헌터’ ‘튜토리얼이 너무 어렵다’ ‘템빨’ 등 부지기수로 많은 화제의 웹소설이 웹툰으로 가공돼 인기를 끌고 있다. 콘텐츠 사슬에서는 시나리오와 웹툰을 동시에 개발한 영화 ‘승리호’나 양우석 감독과 제피가루 작가의 프로젝트 웹툰 ‘스틸레인(강철비)’ 시리즈 등 이색 실험도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소설이 웹툰화되면서 원작을 찾아보려는 독자들이 유입되고 매출도 증가하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서 “글로벌 독자들에게도 좋은 작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소설을 둘러싼 ‘빅딜’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해 월간 순 사용자 수 1억6000만명에 달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왓패드 인기 웹소설을 웹툰화하고 나아가 자사 스튜디오N으로 영상화를 추진하는 대형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하게 된 것이다.

'하렘의 남자들'. 네이버 제공

카카오페이지가 지금까지 공급 계약을 맺은 콘텐츠 제작사는 무려 1300개에 이른다. 최근 전해진 원천 콘텐츠 부자 카카오페이지와 기획·제작사 카카오M의 자회사 간 합병은 IP 시장에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단순 매출만 연 1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업계 안팎에서는 수천 개 자사 IP를 자체 제작해 카카오TV 등으로 유통하는 콘텐츠 공룡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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