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추행 집행유예 기간 중 외국인 알바 성폭행..50대 사장은 전직 경찰관

피고인 "합의하에 관계" 주장
재판부 "피해자 속옷 빨아 증거인멸 시도"

4일 경찰관으로 20년간 근무하다 퇴직 후 식당을 운영하던 50대 남성이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강간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봉주 기자] 경찰관으로 20년간 근무하다 퇴직 후 식당을 운영하던 50대 남성이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강간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범행 과정에서 증거인멸 시도도 포착됐다.

4일 창원지법 형사4부는 강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4)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복지시설 7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장치 부착은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8월17일 오후 11시23분께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위해 처음 출근한 베트남 국적의 20대 여성 B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날 범행은 모 대학교 유학생인 B씨가 자신의 학교 기숙사 지인 등에게 연락하면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성관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합의 하에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진술한 내용이 일관되고 모순이 없으며, 비합리적인 부분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가 제대로 보관되지 않았지만 피해자의 상·하의, 양 손톱, 신체 등에서 모두 피고인 DNA가 검출됐다"면서 두 사람의 나이차가 34살인 점, 사건 당일 처음 만난 사장과 아르바이트생 관계라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B씨의 옷에 피와 구토가 묻어 세탁했다'는 A씨의 당시 행동을 두고 재판부는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판단했다.

구토물 세탁을 위해 B씨의 옷뿐 아니라 속옷까지 벗기고 알몸으로 두는 건 경험칙에 반하고, 지난 20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했던 A씨가 증거를 없애려고 했던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정황에 따라 재판부는 "(피해자가) 금전적 보상을 목적으로 치밀하게 계획해 접근한 뒤 증거를 꾸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밝은 미래를 꿈꾸며 한국에 입국한 젊은 나이의 피해자가 범행으로 인한 충격과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강제추행죄로 집행유예 기간에 있었던 점, 피해자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김봉주 기자 patriotb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