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14일만에 한·미 정상통화.."조속히 대북전략 마련"

강태화 2021. 2. 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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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통화에서 “한ㆍ미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진전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자인 한국 측의 노력을 평가한다”며 “한국과 공통 목표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14일만이다. 청와대 제공, AFP


이날 오전 8시 25분부터 57분까지 32분간 진행된 정상통화가 끝난 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가급적 조속히 포괄적 대북전략을 함께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이같은 발언 내용을 전했다.

이날 통화는 지난달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4일만에 이뤄진 첫 한ㆍ미 정상통화다.

강 대변인은 “한ㆍ미가 역내 평화ㆍ번영의 핵심 동맹임을 재확인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으로서 한반도와 인도ㆍ태평양 지역 협력을 넘어 민주주의ㆍ인권 및 다자주의 증진에 기여하는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한ㆍ미 동맹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정상이 한반도 정세와 관련 한ㆍ일 관계 개선과 한ㆍ미ㆍ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앞으로도 긴밀한 소통을 이어나가자”며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한·미 정상회담을 갖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통화는 바이든 정부의 한반도 전략을 가늠할 계기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 전략과 관련 “한국과의 같은 입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놓고 문 대통령이 주도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이견을 우회적으로 노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을 대폭 수정한 ‘새로운 대북 전략 수립’을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견의 의미가 아니라, 양국의 입장을 공유할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새 대북 전략 마련의 시기 등에 대해서는 “발표 내용 이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미 동맹 강화문제와 관련해선 ‘가치를 공유하는 책임 동맹’이란 표현이 눈에 띄었다. 그동안 중국 견제를 위한 ‘민주주의 동맹국의 규합과 연대’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의 정상통화에서 “중국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공격하면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통화에서 “앞으로 협의해나가자”는 정도의 말 외에 중국에 대한 추가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치동맹에 대해 “업그레이드 된 한ㆍ미 동맹의 의미”라며 “핵심동맹ㆍ책임동맹ㆍ포괄적 전략동맹과 함께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도전 과제에도 호혜적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한 점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필수 파트너(Vital Partner)’라고 표현했다. 그간 안보적 중요성을 빗대 사용해왔던 ‘핵심축(Linchpin)’이라는 표현은 나오지 않았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는 “바퀴가 빠지지 않게 하는 핀의 개념을 넘어 수레 위에 한ㆍ미 동맹이 올라설 정도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14일만에 이뤄졌다. 2000년대 들어 가장 늦은 통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때는 4일, 이명박 전 대통령 때는 13일이 걸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때도 정상통화는 9일만에 성사됐다. 늦어진 일정과 관련 일각에선 지난달 2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ㆍ중 정상통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 주석과의 통화는 (양국의)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고 부인했다.

한편 강 대변인은 “이날 통화에서 세차례 웃음이 나왔다”며 대화 분위기를 전했다. 통화 초반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분주한 가운데 전화를 줘서 감사하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통화 못 할 정도로 바쁘지는 않다”고 답하며 웃었다고 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모두 가톨릭 신자이니 교황과 소통하자”는 취지의 언급을 하자, 문 대통령은 “저도 교황과 대화한 일이 있다. 교황은 동북아의 평화안정을 기원하고 기후변화를 우려했다”고 소개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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