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0원' 느는 건 한숨 뿐"..겨울축제 명소들의 혹독한 겨울나기

박진호 2021. 2. 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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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면 관광객과 군장병 등으로 붐비던 강원 화천군 화천시장이 지난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 박진호 기자



2800억원 경제효과 사라진 화천군
지난 2일 오후 강원도 화천군 화천읍 선등거리. 매년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겨울이면 2만5000개의 산천어등이 불을 밝혔던 거리 곳곳이 썰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과 군장병들의 발길이 뚝 끊겨서다. 화천시장 안에 들어선 식당과 과일가게, 전과 떡을 파는 가게에서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인 이옥수(83·여)씨는 “시장에서 30년 넘게 전집을 해왔는데 이렇게 힘든 적은 처음”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군장병 외출·외박이 막히고 산천어축제까지 취소되면서 종일 나와 있어 봐야 1만~2만원 파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축제 전후로 하루 20만원 정도를 팔았는데 이제는 난방비를 걱정해야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겨울축제가 지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 주민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잇따른 축제 취소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경제적 버팀목이 사라지면서 지역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겨울축제 취소로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곳은 화천군이다. 매년 산천어축제 때 150만명 이상이 찾아 2800억원의 직간접 경제 유발효과를 냈던 게 사라져서다. 화천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56·여)씨는 “매출이 3분의 1로 줄다 보니 직원 월급을 줄 돈이 없어 혼자서 손님을 맞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 상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버팀목인 축제 취소에 곳곳서 타격

산천어축제 취소로 관광객을 찾아볼 수 없는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 모습. 박진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8년 1월 강원 화천군 화천읍 화천천에서 시민들이 산천어 얼음낚시를 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겨울철이면 전국 축제장과 식당에 빙어를 공급하던 내수면(內水面) 지역 어민들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서 빙어를 잡아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은 60여명. 이들은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3개월 동안 빙어를 축제장 등에 공급해 1000만~2000만원의 수익을 올려 생계 유지해왔다.

하지만 매년 1월에 열던 인제 빙어축제가 일찌감치 취소되면서 소양호에 쳐놓은 길이 40m 빙어 그물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판로가 막히면서 평소 1㎏당 1만2000~1만5000원 하던 빙어 가격도 4000~5000원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어민 김춘수(57)씨는 “1월에 빙어를 한 마리도 팔지 못했다”며 “겨울철에 수입은 없는데 매달 생활비는 나가니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대청호에서 빙어를 잡는 충북 옥천군과 보은군 어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옥천군 안내면에서 15년째 어업에 종사해 온 손승우(50)씨는 “수도권에 있는 눈썰매장과 소규모 축제 20여곳에 빙어를 납품했지만, 올해는 축제가 취소되고 식당 주문도 뜸해져 판로가 완전히 막혔다”며 “빙어 조업을 중단할 수도 없어 수확량의 70%를 냉동고에 넣어두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빙어 공급해온 어민들, 수입 없어 한숨

해운대 빛축제가 잠정 연기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지 않아 썰렁하기만 하다. 송봉근 기자
해운대 빛축제가 잠정 연기된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지 않아 한산한 모습. 송봉근 기자


겨울이면 과메기 특수를 누리던 경북 포항시도 지난해 말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해 해맞이 행사 등 각종 축제가 취소되면서 180곳이 넘는 과메기 가공업체가 발을 구르고 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구룡포 코로나로 난리라는데 과메기는 먹어도 괜찮을까요” 등의 글이 이어지면서 주문 취소가 속출한 것도 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좌동근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구룡포읍 과메기 상설판매장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과메기 가공업체에서 일하는 1500여명의 종사자가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며 “그나마 최근엔 포항시 등에서 적극 홍보에 나서 판매량이 어느 정도는 회복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 8억 예산 ‘빛축제’ 점등도 못 해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방문 자제' 현수막이 걸린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 주차장 곳곳이 비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움츠러든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다 오히려 수억원의 예산만 날리게 된 곳도 있다. 부산 해운대구는 지난해 11월 8억원의 예산 들여 ‘빛축제’ 시설물을 해운대에 설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단 한 번도 점등하지 못하고 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빛축제마저 취소하면 지역 상권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 최대한 방역을 하면서 축제를 전시회 형태로 진행하려고 했었다”고 말했다.

봄 축제가 많은 전남 지역 곳곳에서도 벌써부터 걱정들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축제들이 취소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찾는 전남 광양의 매화축제는 일찌감치 취소됐다. 전남도 관계자는 “2019년 134만명의 상춘객이 찾은 광양 매화축제는 봄꽃 개화기의 시작을 알리는 전국 규모의 축제”라며 “당시 439억원 경제효과를 봤던 광양시는 물론이고 봄꽃 축제를 열었던 전남 지역 지자체 대부분이 축제 취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화천·옥천·포항·부산·광양=박진호·최종권·백경서·이은지·진창일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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