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트렌드 좇는 박영선,고전적 메뉴에 충실한 우상호

남수현 2021. 2. 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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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우상호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맞춤 지원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앞두고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두 후보는 지난달 23일 이낙연 당 대표와 서울 남대문시장을 함께 방문한 데 이어 이날도 이 대표와 함께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민생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오종택 기자


“소상공인 구독경제의 가능성을 보고 싶어서 왔는데, 희망을 보고 간다”(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1호선 지상구간 지하화로 강남·북으로 단절된 서울의 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이 4일 각각의 주력 공약을 들고 정책 행보를 이어갔다. 각각의 핵심 키워드는 이날도 ‘구독경제’와 ‘강남·강북 격차 해소’였다.


박영선 “골목 세탁소도 구독경제”
박 전 장관은 줄곧 ‘구독경제’다. 구독경제는 신문을 구독하듯 일정한 금액을 내고 필요한 물건·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는 경제활동 모델이다. 박 전 장관은 이런 구독경제 시스템을 음식점, 꽃가게, 세탁소 등 전통 소상공인 업종에도 적용해 고정적인 수입 확보를 돕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개최한 정책 발표회에서 ‘소상공인 구독경제 도시’를 제안한 데 이어 4일엔 강서구의 비대면 세탁서비스 스타트업 ‘런드리고’ 사무실을 구독경제 모범사례 현장으로 방문했다.

그는 이날 “골목 세탁소와 공유경제·구독경제를 통해 상생하면 세탁소가 없어지는 것을 막고, 세탁 단가도 낮출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하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4일 오후 비대면 세탁서비스 업체 '런드리고'를 방문해 노현송 강서구청장(좌)과 조성우 의식주컴퍼니(런드리고) 대표와 함께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2일에도 서울 양천구 신영시장에서 정책발표회를 열고 '소상공인 구독경제 도시'를 제안했다. [박영선 의원실 제공]


구독경제와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은 박 전 장관이 출마 전부터 추진해온 콘셉트다. 장관 퇴임 직전에는 대표적인 플랫폼 업체 ‘배달의민족’을 찾아 ‘프로토콜 경제’ 실현을 위한 협약을 맺기도 했다. 프로토콜 경제는 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참여해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드는 개방형 경제 모델로, 박 전 장관은 “플랫폼 경제로 인해 심화되는 독점화 현상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라고 본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13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1월 안에 결정하겠다”며 “(그 전에) 프로토콜 경제기반을 마련하고, 구독경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관 시절부터 추진해온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 구상이 서울시장 공약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상호 “1호선 지하화로 강북 발전”
반면 우상호 의원의 공약은 집값, 교통난 등 고전적인 민생 이슈를 공략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1호선 지상구간 지하화’ 정책 발표를 이어갔다. 청량리역~창동역, 구로역~금천구청역 등 지상으로 철도가 지나는 1호선 구간을 지하화해 주택과 공원 등을 조성하고 교통 인프라도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우 의원은 4일 오전 서울 지하철 1·2호선 신도림역에서 정책 발표회를 열고 “지하철 1호선 지상구간이 도시를 단절시키고 지역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를 지하화해 강남·북으로 단절된 서울의 균형발전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지난달 31일에도 광운대역에서 같은 공약을 발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오전 신도림역에서 정책발표회를 연 뒤 참석한 의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정책발표회에는 김민석(영등포을)·김영주(영등포갑)·김영호(서대문을)·박홍근(중랑구을)·윤건영(구로구을)·이용선(양천구을)·최기상(금천구)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수영(양천)·유성훈(금천)·이성(구로)·채현일(영등포) 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우상호 의원실 제공]


우 의원이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공공주택 16만호 공급’도 방향이 유사하다. 철길과 강변도로 위를 인공대지로 덮어 ‘서민이 부담 가능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날도 우 의원은 “프랑스 파리는 철로 위를 씌워서 5만 세대가 살고 있다. 한국에서 불가능하다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비용은 공공개발과 일부 상업개발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책발표회에는 김민석·박홍근·윤건영 등 1호선 지상구간이 지나는 지역구의 의원들이 총출동했다.


‘본선 노리는’ 박영선, ‘당내 지지층 우선’ 우상호
트렌드를 쫓는 박 전 장관과 고전적 이슈를 겨냥하는 우 의원, 이런 차이엔 두 사람의 경선 전략이 반영돼 있다. 여론조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박 전 장관은 본선을 염두에 두고 중도층까지 끌어안는 정책을 내는 반면, 일단 당내 경선에서 박 전 장관을 추격해야 하는 우 의원은 기존 진보 지지층을 잡아둘 공약에 집중하는 것이란 설명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원래 당내 경선에서 1등은 확장성, 2등은 선명성을 추구하기 마련”이라며 “박 전 장관은 중기부 장관으로서의 경험을 살리는 반면, 우 의원은 기존 민주당 가치에 맞는 쪽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피해 맞춤 지원을 위한 현장 감담회에 참석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박영선, 우상호 후보가 이태원 상가를 둘러보고 있다. 이 대표는 "재난지원금이 사각지대가 많다"며 "더 지원을 받아야 할 분들이 지원받지 못하는 제도의 모순을 빨리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남수현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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