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왜 이렇게 혈압에 민감할까? [의사에게 듣는 '질환' 이야기]

헬스조선 편집팀 2021. 2. 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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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의 위험성

“혈압 높으면 나중에 큰일 납니다! 철저히 혈압 조절 하세요!”
의사들은 왜 이렇게 혈압에 대해 민감하게 얘기할까? ‘색전’과 ‘경색’에 대해 이해한다면 왜 혈압 관리가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색전의 정의와 종류

‘색전증(embolism)’은 혈관 내에서 만들어진 혈전 혹은 고체, 액체, 기체 부유물이 ‘말초 혈관을 막은 상태’를 말한다. ‘색전(embolus)’은 색전증을 일으키는 이물질로 대부분 혈전(99%)이고, 그 외 공기 혹은 질소방울들, 지방 덩어리, 종양의 조각 그리고 세균과 기생충 등 흔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색전증은 색전의 이동 경로와 종류(정맥·동맥·공기·지방·양수 등)에 따라 다양한 임상적 특징들을 나타낸다.

대표적인 색전증에는 정맥성 색전증, 동맥성 색전증, 공기 색전증이 있다. ‘정맥성 색전증’은 대부분 다리 정맥에서 생긴 것이다. 색전은 크기에 따라 주요 폐동맥 혹은 말단의 작은 폐동맥에 색전증을 유발하는데 이것을 ‘폐색전증(pulmonary embolism)’이라 한다. 폐색전 대부분(60~80%)은 크기가 작아서 큰 문제가 없지만 크기가 커지면 심각해질 수 있다. ‘동맥성 색전증’은 정맥성보다 다양한 부위에서 일어난다. 보통 심방의 심장벽 혈전(mural thrombi)으로부터 생기고 호발 부위는 주로 다리(75%)와 뇌(10%)이다. 색전증에 의한 결과는 폐쇄된 혈관 주변의 ‘경색’을 일으킬 수 있다. ‘공기 색전증’은 혈관 내에서 공기가 덩어리 형태로 혈류를 차단하면서 생긴다. 소량의 공기는 혈장에서 쉽게 용해되지만, 약 100cc 이상의 공기는 임상적으로 문제 될 수 있다. 이 밖에 흔하지 않지만, 뼈의 골절 혹은 지방조직의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는 ‘지방 색전증’, 양수 또는 태아의 세포에 의해 출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수 색전증’이 있다. 또한, 세균 덩어리와 기생충, 기생충 알 등이 혈관을 막아 일어나는 ‘세균성, 기생충성 색전증’도 있다.

경색의 정의와 유발요인

‘경색(infarction)’이란 장기 조직에 동맥 공급과 정맥 배출이 차단되어 ‘허혈성 괴사(ischemic necrosis)’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이 썩는다’고 생각하면 쉽다. 대부분 경색증은 동맥의 혈전증과 색전증에 의해 발생하고, 혈관 경련과 외인성 압박 같은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경색은 폐쇄되는 혈관의 종류와 색에 따라 백색, 적색 경색으로 나눌 수 있고, 세균 감염에 따라 패혈성 경색과 비감염성 경색으로 나눌 수 있다. 경색증 진행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요인에는 ‘저산소증(hypoxia)’과 ‘혈관의 해부학적 구조’가 있다.

‘저산소증’이 있으면 경색증의 발생 가능성은 훨씬 증가한다. 또한, 저산소증에 대한 세포의 민감도에 따라 경색의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신경세포는 3~4분, 심근세포는 20~30분 동안 혈액공급이 없으면 비가역적인 손상을 받을 수 있다. 심정지 4~5분 이내의 심폐소생술을 강조하는 이유다.

경색증에서는 혈액공급의 대체 가능성과 관련한 ‘해부학적 구조’도 중요하다. ‘동맥 연결’이나 ‘곁 순환’이 있는 폐, 간, 손발 등은 이중, 삼중으로 혈액공급을 받을 수 있어 경색 진행이 느리다. 하지만, 콩팥이나 지라처럼 동맥의 말단을 이루는 단일 혈관의 폐쇄는 경색에 의한 조직 괴사가 빠르게 나타난다.

고혈압, 혈전, 색전 그리고 경색

인간의 심장과 혈관을 ‘상수도관’이라 상상하면서, ‘색전(폐쇄)과 경색(괴사)’이 일어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혈관은 태어날 때부터 적당한 압력(정상 혈압)에 잘 견디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런데 유전, 비만, 짜게 먹는 습관, 흡연과 음주, 노화 등으로 체액의 양(혈액의 양)이 많아질 수 있다. 그러면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의 양이 많아지고, 심장은 더 강하게 수축(고혈압)하게 된다. 적당한 압력에 견디도록 디자인된 혈관에 과도한 압력이 걸리면 혈관의 ‘내피는 손상’된다. 상처받은 내피는 회복되는 과정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혈소판, 응고 인자, 콜레스테롤 덩어리 등이 엉겨 붙어 ‘죽종(atheroma)’을 이룬다. 이것이 점점 커지면 혈관의 내부는 서서히 좁아진다. 완전히 막혀버리면(색전) 허혈성 괴사(경색)에 따른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 동맥이 막히면 심근경색, 뇌동맥이 막히면 뇌경색이 생기고, 폐와 장에도 경색이 나타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막힌 혈관을 높은 압력으로 계속 자극하면 정상적인 혈관 부위가 부풀어 동맥류(aneurysm)를 형성할 수 있고, 뇌동맥류가 파열(aneurysm rupture)되면 뇌내출혈로 급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의사들은 ‘혈압의 철저한 관리’를 강조하는 것이다.

/기고자: 해운대부민병원 응급의료센터 박억숭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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