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는 신입니까?" 179명 찬성 끌어낸 이탄희 국회 연설 다시보기
[곽우신, 남소연 기자]
▲ 이탄희 "임성근 재판독립 침해, 탄핵소추로 악순환 끊어내야" 4일 오후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렸다. 위 영상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 대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 전체를 담고 있다. (영상 : 홍성민 기자) ⓒ 김윤상 |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한국 최초의 법관 탄핵소추를 멈춰 세우는듯했다. 하지만 탄핵의 불씨를 지핀 전직 판사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표결 직전까지 "판사는 신입니까"라고 물으며 호소했고, 더불어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의 '탄핵연대'는 흔들리지 않았다.
임성근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의 탄핵 소추안이 4일 국회에서 가결되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다.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의 반발은 물론, 당내 설득도 필요했다. 마침내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의 '가담'이 이뤄졌고 발의 참여수가 가결 정족수를 훌쩍 넘은 161명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표결을 코앞에 두고 임성근 판사 측이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관련 기사: 탄핵 앞둔 임성근, 김명수 녹취록 공개... 왜 하필 '그 때'였을까).
녹취록 공개 파장, 그럼에도...
임성근 판사가 사표를 제출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해명했던 김명수 대법원장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을 포기했다며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도 민주당은 의지를 드러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표결 당일 오전,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책임을 다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첫 법관탄핵 앞둔 김태년 "오늘, 국회 책임 다한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소속 의원의 탄핵안 발의를 허용한다'였지만 김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탄핵소추 찬성을 '사실상의 당론'으로 만든 것이었다.
무기명 투표인만큼 갑작스러운 이슈로 인해 이탈표가 발생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탄희 의원은 마지막까지 설득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탄희 의원 발언 도중 "김명수나 탄핵하라" 등 고성으로 항의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은 흔들림 없이 자신이 준비한 탄핵소추안 제안설명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기경호'와 같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남이 받는 재판에 함부로 개입하는 일은 더더욱 용납되지 않는다. 피소추자(임성근)는 명백하게 재판의 독립을 훼손했다"라며 "헌법을 위반한 공직자는 헌법재판을 받아야 한다. 판사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지난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의 재판개입행위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부결된 것이 사법농단으로 이어졌다며 "우리 국회의 직무유기가 사법농단에 일조한 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비마다 이런저런 정치적인 이유로 미루고 말았던, 국회의 헌법상 의무를 이번에는 제대로 이행하자"라며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의 책무를 묵묵히 다하는 품위 있는 국회의원 모습 볼 수 있도록, 정당을 넘어서 압도적 찬성으로 이 안건 가결해줄 것 간곡히 호소드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과는 재석의원 288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79표, 반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였다. 임성근 판사 측의 녹취록 공개가 무색하게, 탄핵소추안 발의 의원수 161명보다 18명 더 많은 179명의 찬성을 이끌어낸 것이다. 반대 의원수 102명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합한 의원수(105명)보다 적다.
▲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박병석 국회의장님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이탄희 의원입니다. 지금부터 이탄희, 류호정, 강민정, 용혜인 의원 등 161명이 발의한, 법관 임성근 탄핵소추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피소추자의 헌법 및 법률위반행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소추자는 사법행정권을 가진 형사수석부장판사의 지위를 이용하여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 일명 '세월호 7시간' 재판에 위법하게 관여하였습니다. 피소추자는 판결 선고 전에, 담당 재판장에게 판결 구술본을 유출할 것을 요구하여 이를 이메일로 전달받고, 판결내용을 '비방 목적이 없을 뿐이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은 인정된다.' 라는 취지로 바꿔서 선고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나아가 피소추자는 담당 재판장에게, 재판 도중에 "법정에서 '세월호 7시간' 기사의 허위성을 선언하라"고 부당하게 요구하고, 선고기일에 외교부 선처내용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훈계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하여 재판 절차 진행에 개입했습니다.
둘째, 피소추자는 쌍용차 집회 관련 변호사들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이미 판결원본에 의한 선고가 다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판결문 원본 중 정치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사후적으로' 수정하도록 하고, 유명 야구선수 원정도박 사건에서, 이미 '공판절차 회부'라고 종국보고까지 이루어졌음에도 다시 공판절차 회부를 철회하고 벌금형을 발령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위 각 재판에 위법하게 관여하였습니다.
이것은 2020년 2월 14일 선고된 피소추자에 대한 1심 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인정된 사실관계이고 피소추자도 대부분 다투지 않고 있는 내용이다. 해당 판결문에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헌법위반행위'라고 6차례나 명시된 내용입니다. 형사재판으로는 해결될 수 없으니 헌법재판이 필요하다는 사실상의 요청이다. 피소추자의 행위는, 대법원규칙인 '전국법관대표회의 규칙' 제6조 제1항에 따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2018년 11월 19일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로서 국회의 탄핵소추대상이다' 라고 선언한 재판개입행위이기도 합니다.
피소추자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 재판의 독립원칙, 판결선고 후에는 판결문을 수정할 수 없다는 형소법 등 다수의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 헌법이 법원에 부여한 사명은 사실 딱 하나입니다. 독립되고 공정한 재판을 하라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이 천명한 것은 '사법부서의 독립'이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입니다. '사법권 독립', 즉 '재판의 독립'입니다. '재판의 독립'은 재판받는 국민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독립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헌법상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이라면, 공개된 법정에서 나와 직접 눈을 마주치고 나의 호소를 직접 귀로 듣고 내가 제출한 증거를 직접 읽어본 바로 그 판사가 법정에서 적법절차에 의해 판결한 그 판결, 독립되고 공정한 판결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한 판결만이 헌법이 인정한 정당한 판결입니다. 피소추자는 해당 재판의 담당 판사가 아니었습니다. 어떠한 재판권도 없는 제3자입니다. 법정에 한번 들어와 보지 않고, 피고인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재판에 개입했습니다. 재판받는 국민의 원한을 사는 행동입니다. 법정의 피고인도 검사도 변호인도,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몰랐습니다. 피소추자가 몰래 했기 때문입니다. 용납되지 않는 행위이기 때문에 몰래 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기경호'와 같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남이 받는 재판에 함부로 개입하는 일은 더더욱 용납되지 않습니다. 피소추자는 명백하게 재판의 독립을 훼손했습니다. 이러한 훼손행위 단죄하는 것이 재판 독립을 수호하는 일이고, 독립된 재판을 받을 우리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입니다. 헌법을 위반한 공직자는 헌법재판을 받아야 합니다. 판사라고 해도 예외가 아닙니다.
법치주의 사회에서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누가, 헌법 위반 판사를 헌법재판에 회부할 수 있습니까. 우리 대한민국 헌법은 그 권한과 의무를 바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부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 진행하는 '탄핵소추절차'입니다. 이번 탄핵소추의 핵심은 피소추자를 단죄하는 것을 넘어서, 헌법위반행위, 그 행위 자체를 단죄하는 데 있습니다. 단죄되지 않은 행위는 반드시 반복됩니다.
우리 국회는 지난 2009년 11월 6일, 신영철 전 대법관의 재판개입행위로 인해 발의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지 못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로부터 불과 2년 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취임하여 사법농단이 시작됐습니다. 우리 국회의 직무유기가 사법농단에 일조한 격입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판사는 신입니까?' 이 질문은 '세월호 7시간 재판'의 실질적인 피해자인 세월호 가족들이, 피소추자의 갑작스러운 퇴직 소식을 듣고 국회의원들에게 보내온 손 편지에 적혀 있는 문구입니다. 판사는 그동안 헌법을 위반해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고 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거액 수임료의 전관특혜를 누리고, 다시 좀 잊혀질만하면 공직으로 복귀하곤 하는 우리의 뼈아픈 경험을 이것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이제 그 잘못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합니다.
고비마다 이런저런 정치적인 이유로 미루고 말았던, 국회의 헌법상 의무를 이번에는 제대로 이행합시다. 변론과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몫이고, 국회는 재판 회부의 의무를 다하는 겁니다. 이번 탄핵소추 진정한 실익은, 정쟁으로 시끄러워 보이는 듯한 이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애초 설계된 대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과 국회가 함께 확인하는데 있습니다.
'국회'의 책무를 다하는데 정당과 정파의 구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여러 정당 의원들께서 이번 발의에 동참해주신 참뜻이 저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의 책무를 묵묵히 다하는 품위 있는 국회의원 모습 볼 수 있도록 정당을 넘어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 안건 가결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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