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잠수함 개발한다는데..정의용 "김정은 비핵화 의지 확인"
비핵화 현실 놓고 야당 추궁 예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평양과 워싱턴을 모두 가봤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선다. 대미 외교력, 북핵 판단력과 함께 그의 신상이 청문회 쟁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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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김정은 비핵화 의지 확인”
정 후보자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에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믿음을 보여줬다. 그는 답변서를 통해 “김정은 총비서는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직접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시절이던 2018년 12월에도 정 후보자는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고, 북한도 이 과정을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믿음과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차 당 대회에서 “핵 잠수함 설계 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며 핵 추진 잠수함 개발 사실을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은 또 “핵 무력 고도화를 위한 투쟁을 멈춤 없이 줄기차게 령도해 거대하고도 새로운 승리를 쟁취했다”고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확도 향상, 다탄두핵미사일 개발 등 '핵 무력 고도화'의 구체적인 목표까지 공개했다. 이게 정 후보자가 말하는 '비핵화 의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놓고 청문회에서 야당의 집중 추궁이 예상된다.
정 후보자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와 관련 “현시점에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지난달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시기상조’라는 표현은 다자적 접근 방식에 대한 명확한 반대가 아닌 입장 표명 보류에 가깝지만, 이 역시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다자 접근을 우선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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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한반도 비핵화 기여”vs“중개 마사지”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 요청사유서에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임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행을 위한 북미 협상, 한반도 비핵화 등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2018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과 미국을 오가며 ‘메신저’ 역할을 수행한 데 대한 자평이었다. 정 후보자는 2018년 3월 대북 특사 자격으로 평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고, 이후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그의 카운터파트였던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지난해 6월 회고록을 통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정 후보자가 2018년 3월 백악관을 방문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알리고 이후 벌어진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혹독한 평가를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6월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낚였다(hooked)'고 비판했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대해선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비판했다.
외교가에서도 정 후보자가 당시 메신저 역할을 자처하면서 회담 성사를 위한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있다. 외교 소식통은 “정 후보자가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 제안 관련 메시지를 받고,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안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 자체를 ‘마사지(왜곡)’했다는 게 볼턴 전 보좌관과 당시 미국 실무진의 전반적 평가”라며 “실제 볼턴 전 보좌관이 이 일로 실망감이 커져 막판 1년엔 정 후보자의 전화조차 계속 거절했다는 소문까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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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위장전입, 음주운전 사과
정 후보자는 외무부 정세분석관 시절이던 1989년 11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2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외교부 본부 과정 직위에 재직중 외교부 청사 근처에서 동료 직원들과 소량의 음주가 포함된 업무 만찬을 마친 후 차량으로 귀가하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위장전입 사실도 시인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1982년 자녀를 유명 사립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했다. 정 후보자는 1982년 10월 서울 성동구 행당동으로 전입신고를 했는데 한 달 만인 11월 직전 주소지였던 서울 역삼동의 한 아파트로 주소지를 다시 옮겼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1982년 해외 파견 후 귀국 당시 각각 9살, 8살이던 자녀들이 친구 없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적응하기 어려워할 것을 염려해 주소지를 처가로 이전해, 사촌 형제들이 다니던 인근 초등학교에 다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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