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특허 빼돌렸다"던 김진수 교수 1심 '무죄'
수천억원대 가치가 있는 ‘유전자 가위’ 특허를 민간기업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던 김진수 전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이 1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대전지법 형사3단독(부장판사 구창모)은 4일 사기·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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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특허 빼돌리기 “무죄”
대전지검이 김 전 단장을 기소한 이유는 먼저 김 전 단장이 유전자 가위 관련 기술 특허를 빼돌렸다는 혐의다. 유전자 가위는 생체의 특정 부위에 인공 효소를 투입해 특정 유전자(DNA) 염기서열을 자르는 기술이다. 김 전 단장은 ‘크리스퍼(CRISPR)’ 염기열에서 카스9(Cas9)라는 효소로 DNA를 절단하는 유전자 가위(‘크리스퍼-카스9’) 분야의 권위자다.
유전자 가위는 난치성 유전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도 ‘크리스퍼-카스9’ 기술 개발에 공헌한 학자들이었다.
서울대 교수 신분으로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던 그는 2010~2014년 관련 특허 3건을 출원했다. 특허 권리는 서울대와 김 전 단장이 최대 주주인 툴젠이 절반씩 소유했다. 이후 툴젠은 서울대가 보유했던 절반의 특허권을 기술이전 형태로 인계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김 전 교수가 자신의 회사에 유리하게 특허권을 이전했다고 판단했다. 정부 지원으로 연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특허를 출원했기 때문에 특허권은 서울대에 귀속한다는 주장이다. 김 전 교수는 툴젠 최대 주주였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전지법은 “크리스퍼-카스9는 정부 지원을 받은 연구과제라기보다 툴젠의 프로젝트로 보인다”며 “(서울대의) 손해 발생을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이 서울대 재직 전부터 유전자 가위 연구를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한 판결로 보인다. 김 전 단장은 1999년 설립한 기업(툴젠)에서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다 2005년 서울대로 옮겼다. 그가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시기(2010~2014년)는 툴젠에서 유전자 가위 연구를 시작한지 10년 이상 지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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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IBS 특허권 뺏은 적 없다”
김 전 단장은 IBS의 특허를 빼앗았다는 혐의도 받았으나 이번에 무죄를 받았다.
김모 툴젠 연구소장과 김모 전 툴젠 연구원은 2014년 8월 또 다른 유전자 가위(‘CJ카스9’) 관련 특허 2건을 툴젠 명의로 가출원했다. 다음해 김 전 연구원이 IBS로 이직한 뒤 추가 실험을 거쳐 이듬해 8월 이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를 정식 출원했다. 김 전 연구원이 이직한 이후 특허가 정식 출원됐기 때문에, 해당 특허에 기여한 IBS도 명단에 포함돼야 한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이 과정에 김진수 전 IBS 단장이 가담했다며 업무상 배임이라고 봤다.
법원 판단은 정반대였다. 김 전 연구원이 이직하기 전에 이미 툴젠에서 특허와 관련된 연구는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했다. 김 전 연구원 이직 후 진행된 연구는 학술적 차원이라고 봤다. 또 “(김 연구소장과 김 전 연구원이 아닌) 또 다른 IBS 관계자 중 발명자가 없다”며 관련 특허는 툴젠의 소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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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서울대·IBS 횡령 혐의 “모두 무죄”
이 밖에도 그는 2가지 횡령 혐의를 받았다. 서울대가 비용(8600만원)을 지불하게 하고, 재료 공급업체가 시약·재료를 툴젠에 납품하도록 해 서울대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다. IBS 단장으로 재직 중엔 서울대가 사용한 1억400만원 상당의 실험장비를 IBS의 사업비로 결제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법원은 모두 무죄라고 봤다. 서울대가 비용을 지불한 건 재료 공급업체가 납품한 재료를 활용해 툴젠이 유전자 가위를 제작한 뒤 다시 서울대에 납품했기 때문이다.
또 2011년 설립 당시 IBS는 주요 대학 교수·연구원에서 재직하는 학자들이 겸직하는 구조였다. 이에 따라 김 전 단장도 IBS의 법인카드를 사용하던 당시 서울대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었다. IBS 사업비로 결제된 해당 비용은 현재 변제가 끝났다. 법원은 “구체적 횡령액을 입증하지 못했고 고의성도 없었다”며 역시 무죄라고 판단했다.
공판을 마친 김 전 단장은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건이었는데, 현명하고 공정한 재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전 단장은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2월 IBS에서 보직 해임됐다. 이에 따라 그의 혐의가 벗겨지면서 그간 1년여간 중단한 유전자 가위 연구를 지속하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무리하게 과학자를 옭아매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과학기술 정책 책임자가 공식적으로 책임을 지고 특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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