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땐 이천피로 하락? 전문가들 "과격한 주장" 근거

황의영 2021. 2. 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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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봐서는 안 됩니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 금지 재연장과 5월 부분 재개 카드를 꺼내 든 주요 근거는 '시장 충격 최소화'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를 재개하면 대차잔액이 쏟아져 주식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대차잔액은 공매도 대기 물량으로, 투자자가 빌린 뒤 갚지 않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이다. 이 금액은 지난 3일 기준 51조원 수준이다. 일각에선 공매도가 재개되면 "코스피가 2000선으로 내려앉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과격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공매도를 재개한다고 시장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공매도 부분적 재개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사례 보면 충격 없어=과거 한시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된 건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는 그해 10월부터 2009년 5월까지 8개월간 전 종목의 공매도가 금지됐다. 공매도가 재개된 2009년 6월 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38% 오른 1415.1을 기록했고, 한 달 뒤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3개월간 공매도가 금지된 2011년에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공매도가 재개된 2011년 11월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94% 하락했지만, 3주 만에 재개 직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2017년 자본시장연구원의 연구 결과에서도 공매도가 주가 움직임에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은 2008년 7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량 비중과 주가 수익률 간 상관계수를 -0.0389로 추정했다. 상관계수는 -1부터 1 사이 값으로 나타낸 수로, 0에 가까울수록 상관도가 낮다. 연구원은 "상관계수의 절댓값이 낮아 공매도 거래가 주가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 사례를 봐도 비슷하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공매도 금지 국가의 금지 기간 수익률(21.3%)과 해제 직후 1일 수익률(-1.9%), 해제 직후 5일 수익률(0.6%)은 공매도를 허용했던 미국과 영국 등의 같은 기간 수익률과 큰 차이 없었다"고 말했다.

공매도대기물량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증시 어떻게 움직일까=이런 주장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공매도가 금지된 지난해 3월 이후 코스피가 70% 넘게 급등한 만큼 낙폭도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의 주가 급등은 공매도 금지 때문만이 아니라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 회복 기대, 기업이익 증가세가 맞물린 결과"라며 "(공매도 재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완화되는 수준에서 조정이 있을 수 있겠으나, 수급 요인만으로 시장이 급락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지난 1일 서울 세종로에서 공매도 반대 운동을 위해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주 위주로 공매도가 재개되는 것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오는 5월 3일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에 속한 350개 종목에 한 해 공매도가 재개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는 대체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탄탄해 공매도가 집중될 가능성이 작다"며 "주가는 미국 게임스톱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업 가치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럴 때 투자 '틈새'를 노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에 들지 않지만, 시가총액이 크고 공매도가 활발했던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며 "유동성이 풍부한 반면 공매도 재개 우려에선 멀어진 만큼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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