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그립지만.." 등교후 감염 낙인, 교사들은 두렵다
"여태 학교에서 감염을 막을 수 있었던 건 감옥 같은 나날을 견디며 아이들을 통제한 교사와 방역 수칙을 잘 따라준 아이들, 방역에 힘 써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도봉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교사 A씨(26) 얘기다. 그는 "급식 시간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밖에 없어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를 못 하게 하니 교실이 흡사 감옥과 같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아이들과 만나는 날을 늘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 등교 수업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은 새 학기 등교가 확대돼야 한다는 분위기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교육연대체와 함께 지난달 28~29일 수도권 지역의 교원‧학부모‧학생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8%가 등교 확대에 동의했다고 2일 밝혔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책임 등교에는 응답자의 74%가 동의했다.
강 의원은 "설문결과를 보면 교육 주체들이 등교수업을 절실히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육 당국은 이번 설문 결과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추후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호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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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사들 "등교 개학 신중해야"
하지만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등교 개학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인천에 있는 한 초등학교의 교사 B씨(25)는 "학교에 와서 온종일 있다 보면 아이들의 마스크가 자신도 모르게 내려가 있다"며 "자칫 학교 내 확산은 아이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어 아직은 그 모든 위험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여주 소재 초등학교 교사 C씨(27)는 "개학이 정상화돼 그간 가정 학습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부담감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한다"면서도 "학교 내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에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반에 20명~30명이 모여있는 신도시의 학교에서는 한 번에 등교할 경우 마스크를 쓰더라도 감염에 취약할 것이고, 특히 상대적으로 활동량이 많은 저학년은 고학년보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효과적 거리 두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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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후 감염 생겨도 교사나 학생에게 화살 돌리지 말아야"
교사들은 등교 후 학교 내 감염이 일어날 경우 교사와 학생에 대한 낙인도 우려했다. A씨는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자신이 아픈 게 아니라 걸렸을 때 친구들이 자신을 바이러스 취급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차가운 시선 속에 낙인 효과로 상처받게 될 아이들과 교사들을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초등학교 교사 D씨(26)는 "여느 다른 장소보다 경각심을 많이 갖고 있으니 학교 내 전파가 나오더라도 누구를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지난해 7월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가 다시 음성으로 뒤바뀐 ‘위양성(偽陽性)’ 초등학생 판정자의 아버지가 힘들었던 심정을 토로한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아이의 학년, 반, 이름이 올라온 글을 봤고 아이가 다니지도 않은 학원이 나왔다"며 "네티즌이 글을 조합해 사는 아파트 등 신상을 추리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아내는 (아이의) 전학과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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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잘 이해하고 교실 밀집도 조절해야"
교육 일선에선 정부가 현장을 잘 이해하고 교실 밀집도를 조절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A씨는 "만약 등교를 할 경우에는 단순히 학교 전체에서 기존의 3분의 1, 3분의 2원칙만 적용하면 안 된다"며 "물론 교사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나눠서 오면 힘들겠지만, 안전한 현장을 위해서는 교실 밀집도를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D씨 역시 "전면 등교는 아직 욕심이고 특히 대규모 학교는 (인원을) 나눠서 등교하는 방안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C씨는 "정상적인 등교 방안과 더불어 더 효율적인 원격 수업 방안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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