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해서 배달하는 것 아닙니다" 편견에 우는 라이더들
최근 어학원의 비하 발언이 논란 촉발
◇배달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 '여전'
최근 배달 노동자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어학원이 사과했지만 시민들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 속 음성파일이었다.
자신을 배달대행업체 사장이라고 밝힌 누리꾼이 올린 음성파일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을 하겠냐" 등의 편견과 차별을 담은 고객의 막말이 담겼다. 막말 당사자가 서울의 한 어학원 셔틀버스 도우미로 전해지면서 해당 어학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처럼 배달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인한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배달기사 상당수는 일을 하면서 심각한 차별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의 한 배달대행업체 지사장인 한모씨는 "엘리베이터 점검 중에도 고층까지 빨리 걸어오라는 손님, 지상으로 가면 바로 배달이 가능한데도 무조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라는 아파트 관리소장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오토바이로 지하 주차장을 이동할 때 바퀴가 미끄러지면서 기사들이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에는 사고가 더 빈번히 일어난다.
최씨는 "종일 헬멧을 쓰고 배달을 하다보면 온몸이 땀 범벅이다. 비 오는 날은 속옷까지 다 젖을 정도"라면서 "속사정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건물 관리인이) 헬멧과 점퍼를 벗으라고 하면 굉장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낀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공부 안해서 배달 일한다'는 어학원 직원의 말은 지금까지 일하면서 들은 말 중에 가장 황당했다"며 "함께 일하는 직원 중에 중소기업 사장, 경찰을 준비하던 대학생도 있었고 코로나로 가게 문을 닫아 배달대행을 시작한 분도 있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일하는 건데 거기서 가방끈은 왜 운운하나"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음식 배달 주문 시장은 15조원 규모로 커졌다. 배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만큼 배달 노동자는 그야말로 필수가 됐지만 사회적 인식은 현실에 뒤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배달원 이모씨는 "(어학원 직원 폭언)녹음을 듣고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면서 "자신의 기준에서 급여가 낮아 보이거나 안 좋은 직업으로 보인다고 해서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배달원을 상대로 한 갑질 논란을 두고 대체로 배달 노동자들의 인권보장과 함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배달 노동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것을 두고 일부 배달원들이 일정 부분 원인을 제공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운전할 때 보면 일부 배달원들이 신호를 안지키고 엉망진창이다" "배달 직업에 대한 폄하, 비하는 해선 안되지만 배달원들 난폭운전 때문에 안 좋게 보이는 게 사실" "배달하기 불편하면 하지 마라. 할 사람 많다" 등 댓글을 남겼다. 평소 일부 배달원들의 난폭운전이나 배달지연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배달 노동자들은 처우 개선과 갑질을 근절하는 것이 배달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배달이 늘면서 업무 강도가 올라가고 일부 소비자들의 갑질도 늘었다고 호소한다.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배달 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해야 한다"며 제도적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근 라이더유니온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는 지난 1일과 2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배달원들에게 이른바 '갑질'을 한 아파트와 빌딩 등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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