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최하위도, 단비은행도 아닙니다"

박린 2021. 2. 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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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PO행 이끈 정상일 감독
멤버 고른 활약 끌어내, 3위 올라
신한은행 김애나에게 작전지시하는 정상일 감독. [사진 WKBL]


“(신한은행은) 더는 ‘단비은행’ 아닙니다.”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을 플레이오프(PO)로 이끈 정상일(54) 감독은 4일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한은행은 개막 전 최하위 후보였다.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제도가 폐지됐고, 주전 센터 김연희가 부상으로 시즌 내내 뛸 수 없었다. 그런데 예상을 깨고 3일까지 최근 8경기에서 6승을 거뒀다. 순위도 3위(14승 10패)다. 4위까지인 PO 진출을 지난달 27일 일찌감치 확정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몇 년간 김단비(31) 혼자 활약하는 원맨팀이라는 뜻에서 ‘단비은행’으로 불렸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한채진(37)·이경은(34)·한엄지(23)·김아름(27) 등이 고르게 활약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가드 김애나(26)도 일대일 공격을 펼친다. 정 감독은 “단비가 40분간 혼자 할 수는 없다. 비시즌 때 여러 옵션을 준비했다. 1983년생 (한)채진이는 ‘철의 여인’이다. 구력이 있어 맥을 짚을 줄 알다. 3년은 더 뛸 수 있다. 작전 타임 때 (한)엄지를 많이 혼내 미안했다.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김단비를 파워 포워드로 변신시켰다. 때로는 센터도 맡긴다. 그는 “우리는 정통 센터가 없어 리바운드에서 밀린다(6개 팀 중 최하위, 37.7개). 단비가 스몰포워드로 10년이 넘었다. 그래도 점프력이 탁월하고 외곽 찬스도 만든다”고 칭찬했다.

1998년 챔피언결정전 당시 기아 허재(왼쪽). 양복을 입고 놀란 표정을 짓는 사람이 정상일 감독으로 당시 매니저였다. 정 감독은 허재를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는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부상 당하고도 30점 이상을 넣었다고 했다. [중앙포토]


정 감독은 기아자동차 백업 가드로 뛰다가 1994년에 은퇴했다. 98년 챔피언결정전 당시 기아 허재가 손가락이 부러지고 눈 옆이 찢어지면서도 투혼을 발휘한 유명한 사진이 있다. 사진 속에서 양복을 입고 놀란 표정을 짓는 사람이 정 감독이다. 당시 기아 매니저였다. 그는 “강동희 선배 등 쟁쟁한 선수들에 밀려 설 자리가 없었다. 학생 때부터 센터·포워드·가드를 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선수였다. 구단 매니저만 5년간 했다. 그런 경험이 지도자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2004년부터 9년간 삼성생명 코치로 일했다. 2018~19시즌 OK저축은행 감독을 거쳐, 지난 시즌부터 신한은행을 맡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는 대표팀 코치로서 후배인 위성우 감독(현 우리은행 감독)을 보좌해 금메달을 따냈다. 2017년까지 중국 상하이 여자 청소년팀도 맡았다.

신한은행은 올 시즌 ‘양강’ KB와 우리은행을 상대로도 각각 2승 3패, 1승 4패로 나쁘지 않다. 정 감독은 “두 팀 다 국가대표가 즐비하다. 고스톱에 비유하면 ‘오광’ 들고 치는 셈이다. 우리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이지만, PO에서 지더라도 ‘꽥’ 소리는 내보겠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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