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차관이 걱정한 '악어 입 그래프'..국가채무 악몽 경고

손해용 2021. 2. 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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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이 국가채무는 늘어나는데 국세 수입은 줄어드는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를 예로 들며 재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당이 전국민ㆍ선별 재난지원금을 동시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 일본 재무성,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

안 차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공공기관 투자집행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코로나 위기 극복과 함께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 있는 나라 살림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정된 재원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지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재정 운영상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는 ‘필요한 곳에 지원하는 적재적소(適材適所)’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라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2일 페이스북 발언과 결이 같다.

안 차관은 또 “재정과 공공부문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그 수요가 사회 곳곳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점에서 재정관리의 소명에 대해 다짐해야 한다”면서 “미래세대의 부담인 국가 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재정지출의 불가역성을 경고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 홍남기 부총리가 여당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기재부의 예산을 총괄하는 안 차관이 '악어 입 그래프'를 언급하며 홍 부총리를 지원사격 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악어 입 그래프'란 지속적인 지출증가와 세수 감소로 인해 국가 채무가 ‘악어의 입’ 모양으로 증가하는 채무 구조를 말한다.

악어 입 닮은 일본 재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973년부터 복지를 크게 확대한 일본은 1990년대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빚을 내 복지예산을 메웠다. 그 결과 80년대 말까지는 평행을 달리던 일본의 세입ㆍ세출은 1990년부터 방향을 달리한다. 쓰는 돈은 계속 느는데 들어오는 돈은 줄면서 둘 사이의 거리는 갈수록 멀어진다. 쩍 벌린 악어 입 형상이 된 것이다.

일본의 경우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977년 32%에서 2019년 220%로 7배 이상 증가했다. 학계에서는 한국이 일본의 선례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우려가 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과 통계청장을 지낸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이미 2019년에 악어 입 그래프가 시작됐고, 지금은 더 진행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일본의 재정은 약 13년 동안 악어 입이 벌어지다가 이후에는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국가 채무상황이 심각해졌음을 상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건전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안 차관은 또 “공공부문의 효율 여부는 국민부담과 연계된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는 물론 공공기관들도 투자 집행 과정에서 작은 재원이라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반드시 필요한 분야에 집중될 수 있도록 신중을 기해야한다”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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