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OTT 영화 한편 어때요..'1917'은 왓챠, '벌새'는 넷플릭스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맞이하게 된 설 연휴. 가족과 만나는 기쁨을 누리기도, 연휴를 활용한 여행도 여의치 않은 ‘집콕’ 시대에 좋은 영화마저 빠질 수는 없다. 이번 설 연휴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간식과 함께 영화를 즐기며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OTT로 볼 수 있는 추천 영화들을 테마별로 정리해봤다.
▶가족과 함께 볼 만한 애니메이션
▷지브리 명작 시리즈를 넷플릭스에서
‘가족 애니메이션’ 명가는 디즈니와 픽사뿐이 아니다. 이번 설에는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지브리스튜디오’의 작품을 추천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단연 으뜸이다. 길을 잃은 10살 소녀 치히로가 우연히 만난 수수께끼의 소년 하쿠의 도움으로 유바바의 온천에서 일을 하며 겪는 온갖 사건을 그린 이 작품은 자연 파괴나 자본주의의 잔혹함에 대한 메시지를 오직 지브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출로 드러냈다. 역대 최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거론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작품이다. 지브리 특유의 상상력과 은유와 상징으로 점철된 연출이 일품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21세기 초반의 작품이라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왓챠)’는 개봉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마블코믹스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각적인 연출과 화려한 색감, 탄탄한 플롯과 음악이 조화롭게 연결됐다. 실사 영화를 포함하더라도 히어로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의 걸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따뜻한 위로를 담은 한국 영화들
▷해외 영화제에서 극찬받은 ‘벌새’
2019년, 역대 가장 아름다운 겨울 영화로 꼽힐 만한 작품이 나왔다. 김희애, 김소혜, 성유빈, 나카무라 유코, 키노 하나 주연의 ‘윤희에게’다.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 사랑에 대해 아파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겨울의 싸늘한 풍경, 하얀 눈이 주는 포근한 이미지 그리고 지나간 사랑이 남긴 가슴 시린 추억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수작이다.
쥰과 윤희는 서로를 무척 사랑했지만 주위 반대로 인해 실패한 커플이다. 그들은 둘 다 여성. 이후 윤희는 스스로를 지옥에 가뒀다. 스스로를 괴롭히듯 살아가는 윤희를, 딸 새봄은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에게는 내가 짐이구나”라는 새봄의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쥰은 모든 것을 다 참으면서 살았다. 꿈도, 사랑도, 윤희에게 보내고 싶은 편지도. 가족의 도움으로 쥰과 윤희가 마침내 재회하는 순간. 두 사람이 자신을 보호하려 애썼던 마음의 벽이, 바깥으로 세웠던 가시들이, 순식간에 무장 해제된다. 퀴어 영화이지만, 퀴어 영화이기 이전에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다.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봉준호의 ‘기생충’ 이전까지 해외에서 가장 많은 상을 받은 작품 중 하나였다. 중학교 2학년 소녀 은희의 눈에 비치는 세상의 모습을 담았다.
1994년 서울시 강남구 은마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은희의 이야기로 영화는 시작된다. 은마아파트, 이른바 ‘강남 시대’의 상징이 된 이곳은 과도한 학구열과 학벌 지상주의가 가득한 곳이다. 그러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은희의 눈에 비친 세상은 너무나 이상하다. 김보라 감독은 은희와 은희를 둘러싼 세계를 놀랍도록 세심하게 잡아낸다. 잔잔한 일상의 일들이지만, 그 일들이 은희에게는 시퍼런 멍처럼 아프게 다가온다. 소녀는 이별을 겪고 성장하고 또 살아간다. 영화는 담담하게 1994년, 그 여름날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판타지 대서사시와 함께 설 연휴를
▷왓챠에서 ‘해리포터 시리즈’ 전편 감상
만약 당신이 ‘반지의 제왕’을 놓쳤다면, 이번 설이야말로 최고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반지의 제왕’은 모든 장면이 하나하나 기억이 남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으며 중간계의 운명을 걸고 벌이는 장엄한 이야기 안에서 모험과 성장, 욕망과 파멸을 읽어낼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다. 전작인 ‘호빗 시리즈’까지 왓챠에서 감상할 수 있다.
‘반지의 제왕’과 비슷한 시기에 영화계를 뒤흔들었던 또 하나의 판타지 영화 시리즈가 바로 ‘해리포터 시리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한 ‘해리포터’의 모험을 그린 이 작품은 해리의 학교 생활이 중심이 되는 전반부와 호그와트와 세계의 운명을 걸고 거대한 악과 결전을 벌이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반지의 제왕’이 엄청난 스케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면, ‘해리포터’는 아기자기한 상상력과 학원물 특유의 뭉클한 감성을 지닌 작품이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보는 영화라면 ‘해리포터’만 한 선택이 없을 것이다. 성장한 배우들의 모습과 오래된 CG는 세월의 무상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왓챠는 지난해 말 해리포터의 모든 작품을 공개했다.
▶놓치기 아쉬운 OTT 버전 외화들
▷‘기생충’ 아카데미 경쟁작 ‘1917’, 완성도 높은 추리물 ‘나이브스 아웃’
만약 ‘셜록 홈즈’나 ‘아가사 크리스티’ ‘명탐정 코난’의 팬이라면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작품이 바로 ‘나이브스 아웃’이다. 최근 등장한 추리 영화 중에서 단연 압도적인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추리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라도 상영 내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놀라운 흡인력을 자랑한다. 왓챠에서 볼 수 있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시대가 넘어가면서 미국 사회가 큰 혼란에 빠졌다. 영화 ‘바이스’는 그런 미국의 정치를 조금 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빅 쇼트’로 유명한 아담 맥케이의 영화로 크리스찬 베일의 변신이 놀랍게 다가온다. 최근 급변하는 미국의 정치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일견을 권한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돌풍을 일으키며 ‘기생충’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영화 ‘1917’을 안방에서 볼 수 있다. 1차 세계 대전의 참상을 그린 이 영화는 전쟁의 참혹함과 그 안에서 발버둥 치는 한 인간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냈다. 현장감 넘치는 표현의 이면에는 ‘원 컨티뉴어스 숏’이라는 롱테이크 기법이 숨어 있다. 전쟁 영화를 보고 싶은 독자에게 ‘강추’할 만한 영화다.
넷플릭스에서는 공포 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인비저블맨’을 권한다. H. G 웰스의 소설 ‘투명인간’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위험한 남편 애드리안에게 감금당했던 세실리아는 용기를 내 그의 집에서 탈출한다. 하지만 세실리아는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공포에 노출되고 그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공격을 당하기에 이른다. 보이지 않는 무엇이 주는 공포를 효과적으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투명인간’이라는 소재에 대한 재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릴 넘치는 공포 영화가 필요하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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